[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그 1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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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그 1년의 풍경

새해가 밝으며 홍콩에서 또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올해에는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한데 한편으로는 해마다 반복되는 홍콩의 풍경도 있다. 1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때맞춰 모습을 바꾸는 홍콩의 풍경을 미리 칼럼속에 담아 본다. 


이제 곧 홍콩 사람들은 설맞이 준비로 점점 분주해질 것이다. 이곳의 설은 봄의 길목에서 맞이한다고해서 춘절이라 부르는데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홍콩인들은 춘절을 맞아 그 전에 대청소를 해야 하고 집에 놓을 꽃을 사러 꽃시장에 간다. 

올해는 설이 빠른 관계로 지금쯤이면 홍빠오에 담을 신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중국의 북방인들은 설에 만두를 먹지만 홍콩을 포함한 남방 사람들은 ‘니엔까오(年糕)’라는 일종의 떡케잌을 먹는다. 해마다 발전한다는 의미의 ‘年高’하고 발음이 같아 같아 상징성도 갖고 있다.

2월이 되면 연인들의 축제일인 발렌타인 데이를 지나,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날이 3월까지 이어진다. 기온은 조금씩 올라가는데 대개 4월의 부활절 연휴가 지나면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온다. 부활절 연휴는 춘절과 함께 홍콩에서의 가장 긴 연휴인데 올해는 춘절과 마찬가지로 주말이 끼어 4일 연휴이다.

2018년 기준 홍콩의 카톨릭 신자는 36만명, 개신교 신자들은 48만명으로 인구 대비 많지 않지만 부활절은 여전히 홍콩의 황금 연휴이다.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도 4월(30일)에 있어 동서양의 종교 기념일이 같은 달에 치러진다. 

그리고 홍콩의 전통 명절 중 하나인 청명절(淸明節) 또한 이달에 있는데 성묘를 하며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서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올해 4월은 4일 청명절을 시작으로 10~13일 부활절 연휴, 30일 부처님 오신 날까지 3개의 각기 다른 공휴일로 인해 달력에 빨간색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5월 둘째주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다. 식당들은 대목을 맞아 가족 단위로 식사하는 인파에 의해 북적거린다. 이날은 식당의 사람도 많고 음식값도 평소보다 비싸 우리 교민들이 외식을 하기에 좋은 날은 아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절은 보통 양력 6월에 있는데 홍콩 사람들은 이날 연잎에 싼 찹쌀밥, 즉 쫑즈(粽子)를 먹고 용선 경기를 즐긴다.  

7월, 가장 뜨거운 여름의 중심으로 들어오면 홍콩의 전시회 중 매년 홍콩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도서전시회가 완차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때가 되면 전시회 앞에서 긴 줄을 서 있는 행렬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여러 종류의 도서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불볕 더위가 한창인 7, 8월을 지나 8월 말로 접어들면, 월병을 들고 웃고있는 모델들의 사진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을 보게된다. 월병계의 양대 업체 중 하나인 맥심(Maxim) 월병은 여가수 켈리 챤(진혜림)이, 기화(奇華) 월병은 옆집 아저씨같은 남자배우 증지위가 오랫동안 대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이 광고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한편 아직은 뜨겁지만 저 멀리서 가을이 오고 있다는 심리적 환절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추석을 지나 10월이 되면 사람 얼굴을 한 주황색의 호박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서양의 명절인 할로윈이 10월말에 있음을 알리며 홍콩의 분위기를 바꿔나간다. 오션파크는 이때쯤이면 늘 빠짐없이 할로윈 유령의집 광고를 붙여놓고 올해 새로 선보이는 귀신들을 소개한다. 

아, 이제 홍콩에서 가장 좋은 날씨를 즐길 수 있는 11월이다. 하늘은 파랗고 높으며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긴 더위에 지친 우리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리고 11월 중순을 넘으면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이 하나 둘 등장함으로써 이 도시는 또하나의 큰 축제를 맞을 준비를 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전 홍콩에는 그 해의 마지막 전통 명절이 하나 더 기다리고 있다. 바로 동지이다. 홍콩에서의 동지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중요한 날이다. 1년 중 추석 당일과 동짓날에는 홍콩의 직장들이 직원들을 일찍 귀가시킨다. 보통은 오후 3~5시, 빠른 곳은 점심 시간에 퇴근하도록 한다.
 
동지가 끝나면 곧 크리스마스이다. 홍콩은 25일 다음날 26일에도 공휴일인데 이날은 박싱데이(boxing day)이다. 평소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담은 박스를 전달하여 감사를 표시하는 영국의 문화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연말이 지나면 곧 새해를 맞게 된다. 이와함께 성탄절 이후에도 잠시 남겨두었던 쇼핑몰과 상점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은 춘절을 알리는 각종 광고와 홍보물등으로 대체되며 순식간에 분위기 반전을 이룬다.

이상 올 한해 홍콩의 모습을 카메라가 아닌 칼럼 지면의 렌즈에 미리 담아 파노라마 식으로 구성해보았다. 여러분들도 향후 기억에 남을 타국에서의 소중한 추억들을 그 변화하는 시기에 맞춰 하나하나 쌓아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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