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우리 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홍콩 수강생들과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나는 식당 뒤 한국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자고 제의했다. 슈퍼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고른 후 나가려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 둘러보며 떠날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안 가요?”, “아이, 선생님 잠깐만요. 한국 간 지가 오래돼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구요!”
이때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홍콩 사람들이 한국 슈퍼에서 가장 많이 사 가는 물건은 무엇일까? 알아두면 이들에게 한국 제품을 선물할 시 참고가 되지 않을까?
홍콩에 한인홍과 신세계 마트(이하 ‘신세계’)라는 한국 슈퍼가 곳곳에 있어 생활이 편리하다. 예전에는 주로 학원에서 중국어 혹은 한국어 수업 시 게임 상품 준비로 들르곤 했었다.
지금은 기러기 아빠가 된 덕분에 한국 슈퍼를 향하는 발길이 더 잦아졌다. 그런데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홍콩인들이 훨씬 더 눈에 많이 띈다는 점이다.
어느 평일 오후, 나는 두 곳을 들러 매장 매니저에게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사 가는 물품들을 소개해 달라 부탁했다. 참고로 내가 방문한 곳은 타이쿠싱의 한인홍, 노스포인트의 신세계 마트였다. 한인홍은 한국인이, 신세계는 현지인이 매니저로 매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한인홍 매니저는 타이싱을 포함하여 전체 매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리스트에서 소개해줬다.
비교해 보니 두 업체의 인기 품목은 서로 달랐다. 방문해 보면 실제로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재품들도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각국에서 한국 과자의 인기가 높아지며 과자 수출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중앙일보 24년 9일 23일 자 보도). 과자류 수출액은 라면, 연초류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고. 그럼, 홍콩에서는 어떤 과자가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한인홍에서는 인기 있는 과자류로 허니버터칩을 꼽았다. 허니버터칩은 약 1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소위 품절 과자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사실 허니버터칩은 초코파이, 꼬북칩, 빼빼로와 함께 해외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스낵이다. 한인홍에서는 초코파이, 새우깡도 잘 나간다고 했다. 아울러 고려 인삼 캔디 역시 핫한 아이템이라며 보여주었다.
신세계의 경우 ‘오징어 게임 구운 감자 슬림’이 1순위였다. 최근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흥행세를 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많이 찾는 스낵류는 소금빵, 초코빵 스낵이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과자인데 홍콩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좋아하게 된 걸까?
다음으로 인기 라면은? 한인홍의 인기 라면 쌍두마차는 신라면과 진라면이다. 신세계 매니저가 보여준 것은 백종원 얼굴이 그려져 있는 빽짜장이었다. 음, 나도 먹어봐야겠는걸.
삼겹살 구이는 홍콩 사람들도 좋아하는 메뉴이다. 한국에 방문하면 삼겹살을 즐기고 왔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한인홍은 대패 삼겹살을, 신세계는 벌집 삼겹살을 제일 많이 팔리는 육류로 소개해 줬다 (이름이 둘 다 무시무시하다!). 만약 홍콩의 지인들과 비비큐 파티를 할 계획이라면 이 둘 중에서 골라 보자.
한우도 빠질 수 없다. 신세계에서는 수원 왕갈비의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구이용 재료도 소개해줬다. 양념 벌집 껍데기와 소곱창이었다. 홍콩 사람들이 곱창을 즐기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돼지 껍데기에도 손이 자주 간다는 것은 다소 의외였다.
이번에는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나 식사 대용품을 알아보자. 한인홍의 경우 한국인 매니저가 제일 먼저 소개한 것은 꽃게장과 새우장이다. 홍콩인들의 간장 게장 사랑은 익히 알고 있다. 보통 날 것을 잘 먹지 않는 이들이지만 게장을 보면 눈이 하트로 바뀐다. 김치는 어떨까? 한인홍에서 직접 만든 겉절이가 최고의 인기라고.
이어서 집어든 제품은 한뿌리 삼계탕이었다. 방문 시 포장팩 진열대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던 터라 인기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꼬치 어묵과 사각 어묵도 인기 상품이다. 사각 어묵의 용도는 다소 의외였다. 집에서 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 홍콩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각 어묵은 김밥 재료로 쓰인다는 것이었다.
여러 종류의 브랜드가 경쟁하는 김은 어떨까? 신세계에서 베스트셀러로 꼽은 것은 아보카도 맛난 김이었다.
신세계가 1순위로 꼽은 주류는 국순당 생막걸리다. 홍콩인 수강생들과 한식당에서 회식 시 막걸리가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음료수의 경우 노란색 타원형 모양의 바나나우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홍콩인들에게도 유명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드라마 때문이 아닐까? 한국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의 손에 커피 다음으로 많이 들려져 있는 것이 빨대 꽂힌 바나나우유인 것 같다. 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제품 관계자는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사랑받는 과일은 무엇인지 궁금해 물어봤다. 신세계에서는 과일이 가격대가 있어 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답했다. 한인홍은 딸기, 참외, 샤인머스켓이 현지인들에게 인기라는 답을 들었다. 과일 진열대가 아닌 냉장 식품 코너에서 판매 중인 곶감도 인기 품목이었다.
본 칼럼을 위해 자문에 응해 주신 한인홍과 신세계마트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