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한미 간 비자 문제가 통상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규 신청 수수료를 10만 미국달러(약 1억 4000만원)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다시 한번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미국 취업을 꿈꾸던 전 세계 인재들은 물론,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사실상 '비자 장벽'을 쌓아 올린 것으로, 세계 인재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Study in Hong Kong’을 내걸고 해외 인재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홍콩 정부는 2024 -25학년도부터 대학의 외국인 학생 비율 상한선을 기존 20%에서 40%로 두 배 늘리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2026-27학년도부터는 이를 50%까지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 결과는 즉각 나타나고 있다. 홍콩과기대(HKUST) 등 주요 대학의 외국인 학생 지원서가 급증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전년 대비 50~60%가 넘는 지원서가 몰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 홍콩의 '고속도로' vs 미국의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다리'…극명히 엇갈린 비자 정책
홍콩과 미국의 인재 정책은 졸업 후 취업 비자에서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홍콩은 외국인 졸업생을 위한 IANG라는 제도를 통해 홍콩의 대학 졸업생에게 사실상 '레드카펫'을 깔아준다. 졸업 후 별도의 고용주가 없어도 최대 24개월간 홍콩에 체류하며 자유롭게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후에도 간단한 연장 심사를 통해 '2-2-3년' 패턴으로 장기 체류가 가능해, 안정적인 경력 설계의 발판이 된다. 특히 유학 기간을 포함해 7년간 홍콩에 연속 거주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도 주어져, 사실상 정착의 길이 열려 있다.
반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은 '임시 취업 허가(OPT)'라는 불안정한 징검다리에 올라서야 한다. 통상 1년(STEM 전공자는 최대 3년)의 기간 동안 전공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있지만, 이는 H1B 비자를 받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H1B 비자를 받는 과정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매년 수십만 명이 몰려 컴퓨터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10만 미국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수료 장벽까지 세운 것이다. 기업이 신입사원 한 명을 위해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선뜻 지불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상 앞으로 외국인을 고용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안정적인 고속도로(홍콩 IANG)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휘청거리는 다리(미국 OPT→H1B)의 차이다.
■ 닫히는 '기회의 땅'…한국 유학생, 홍콩으로 눈 돌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이민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외국인 학생 수는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는 이번 H1B 수수료 인상 조치가 시행될 경우, 신규 유학생이 30-40% 급감하여 전체 외국인 학생 등록이 당장 15% 감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 유학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졸업 후 현지 취업을 통한 경력 개발'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한국 학생들에게 홍콩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홍콩의 주요 대학들이 영어로 모든 수업을 진행해 학업에 지장이 없고,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교육의 질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국과 달리, 졸업 후 취업과 장기 체류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특히 금융이나 비즈니스 분야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스스로 '기회의 땅'이라는 명성에 빗장을 거는 동안, 홍콩은 그 틈을 파고들어 아시아의 '인재 블랙홀'이 되려는 모습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촉발한 글로벌 인재 쟁탈전 속에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