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천태만상, 개성 만점! 홍콩의 자동차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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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천태만상, 개성 만점! 홍콩의 자동차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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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세 채 가격으로 차 번호판을 사 간 부호


얼마 전 홍콩의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 ‘R’ 한 글자만 적힌 번호판이 2550만 홍콩달러(한화 41억원)에 낙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5천 홍콩달러에서 시작된 경매는 최종 두 명만이 남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60차례나 경쟁을 벌였고, 최종 한 여성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여성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R’은 자동차 레이싱과 관련이 있으며 중국 점술에서 행운의 숫자와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왜 41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이 번호판을 가져갔는지는 차주만이 알 것이다. 

 

집값 비싸기로 소문한 홍콩에서 웬만한 집 2~3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이 뉴스는 한국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다. ‘R’ 번호판의 낙찰가 2550만 홍콩달러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최고가는 역시 단 한 글자인 ‘W’인데, ‘Winner(승리자)’를 의미한다. 2600만 홍콩달러에 주인이 가려졌다.


차 번호판을 경매로 산다는 사실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 주고 구입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오늘은 홍콩 자동차 번호판에 숨겨진 재미있는 사실들을 소개해 본다.


홍콩 자동차 번호판의 특징


홍콩의 개인 자동차 번호판은 원래 경무처(경찰청) 관할이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교통부에 해당하는 운수서(運輸署)에서 발급하고 있다. 

 

앞 번호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 뒤 번호판에는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표시한다.

 

원래 1~20번까지는 정부 고위 관료 및 의원들이 소유하였다. 

 

21번부터가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번호였다. 

 

하지만 지금은1번을 제외한 모든 숫자들이 경매를 통해 구입 가능하다.


그럼 1번은 누가 탈까? ‘1’은 우리나라 경찰총장에 해당하는 경무처장의 전용 차량 번호이다. 

 

그리고 최고 지도자인 행정장관의 차량에는 알파벳도 아니고 숫자도 아닌 홍콩의 국화, 즉 보히니아의 그림만이 달려 있다. 

 

홍콩 국기에 그려져 있는 바로 그 꽃이다.

 

홍콩행정장관 전용차량 번호판.jpg


홍콩의 자동차 번호판 배정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운수서에서 발급하는 번호를 배정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 소유자가 번호판을 지정하여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방식이다. 

 

경매 방식은 차주에게 선택권을 주고 원하는 번호를 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6년부터 시행되었다.


천태만상, 개성만점의 홍콩 자동차 번호판들


현재 1~9를 단 번호판들은 주로 돈 많은 경제인이나 유명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중 ‘9’ 하나만 표기된 번호판은 1994년 3월 19일 1,300만 홍콩달러(한화 약 21억 7천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당시 홍콩 내 역대 최고 금액인 동시에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번호판이었다. 

 

‘9’는 광동어 발음으로 ‘가우’인데 영원함과 장수를 의미하는 ‘久’와 발음이 같다. 중국인들이 ‘8’ 다음으로 좋아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중국어에서 이렇게 서로 다른 한자의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현상을 ‘시에인(諧音)’이라고 한다. 중화권 사람들은 시에인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예로 영문없이 숫자 ‘28’만 달려 있는 번호판은 리치 하비스트 홀딩스가 1810만 홍콩달러(한화 약 30억원)에 낙찰 받았다. 

 

‘28’ 은 쉽게 부를 모으고 발전한다는 ‘易發’와 발음이 비슷하다. 


이번 경매에 성사된 번호판 중에는 ‘HE1388’도 있다. 

2만 4천 홍콩달러에 낙찰되었는데, ‘HE1388’ 중 ‘13’은 ‘인생(人生)’을 의미하는 발음 ‘얏쌍’과 발음이 비슷하다. 

 

‘8’이 부를 상징하기에 그 남자의 인생이 부와 함께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외에 ‘1 L0VE U’(HKD1.4M), ‘PORSCHE’(HKD700K) ‘BEATLES(HK370K), ‘K1NG(HK300K)’, ‘HANDSOME(HKD130K)’, ‘HA HA (HKD113K)’ 등도 차주가 경매를 통해 가져간 번호판이다. 

 

테슬라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차량.jpg

 

건담 팬으로 보이는 차주가 ‘GUNDAM’을 신청해 11만 홍콩달러에 가져간 사례도 있다.  


필자에게 13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전직 변호사 도리스 씨의 차 번호판에는 ‘KENDOR99’라고 쓰여 있다. 

 

5천 홍콩달러를 주고 구입한 것으로 알파벳은 남편과 도리스 씨의 영문 이름을 조합했고 뒤의 ‘99’는 장수를 의미한다. 


차 번호판 신청은 어떻게?


혹시 이 글을 보고 관심이 생긴 우리 교민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번호판 신청은 어떻게 할까? 우선 좋아하는 번호를 골라 영문과 숫자로 조합한다. 

 

중국홍콩마카오 3개 번호판을 단 차량.jpg

 

영문만 쓰거나 숫자만 사용해도 된다. 영문과 숫자를 포함하여 최대 8자리까지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숫자의 경우 맨 앞에 ‘0’으로 표시할 수는 없다. 숫자 ‘1’ 및 ‘0’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알파벳 ‘I’,’O’,’Q’는 사용하지 않는다.


번호를 선택했다면 운수서에 신청한다. 이후 운수처에서 적합성을 검토하는 심사를 거친 후 최종 경매를 통해 낙찰이 이루어진다. 

 

경매 금액은 5천 홍콩달러에서 시작된다. 경쟁자가 없으면 이 가격으로 자신이 원하는 번호판을 가져갈 수 있다. 경매는 보통 매년 1, 5, 9월에 신청이 가능하다.


이 글을 쓰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번호판을 지정한다면 뭐가 좋을까?  

 

‘JINSOL99’을 달고 홍콩 시내를 달리는 차주는 아직 없을 거 같다. 우리 수요저널 독자들은 어떤 번호를 선택하겠는가?


< 참고 자료 >

‘香港車牌是如何組成的?’https://www.thinkhk.com/article/2019-01/03/32118.html

‘TMD、MONEY、KING……香港车牌为何如此个性?’https://zhuanlan.zhihu.com/p/52299916?utm_id=0

‘단 '한 글자'가 41억?…홍콩 역대 최고가 2위 '車 번호판'의 정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4850789?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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