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과 부처님오신날의 징검다리 연휴가 끝난 후 우리 학원의 중국어 수업 시간. 수강생들에게 휴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봤다.
다소 놀랄만한 대답이 돌아왔는데, 반 5명 중 4명이 선전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방문지다. 다녀온 곳이 모두 다 달랐던 것이다. 이제 홍콩 현지인들 및 교민들에게 선전행은 대세가 되었다.
교민 채팅방의 내용들을 봐도 이에 대한 문의 및 경험 공유가 부쩍 많아졌다. 물론 예전에도 홍콩-선전을 왕래하는 이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고속철이 뚫리며 시간적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최근 선전의 발전 또한 눈부시다.
한국인들에게는 중국 방문 무비자 혜택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선전행을 더욱 부채질했다. 필자가 처음 홍콩에 달을 디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선전’하면 불안한 치안이 먼저 떠올랐다. 하나 이제는 선전이 홍콩보다 더 안전하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세계적 물가 수준의 홍콩에 비하면 여전히 매력적이다. 특히 식당의 경우는 홍콩의 반값 수준이다. 이에 비해 서비스는 몸에 확 와닿을 정도로 친절하다. 이러니 홍콩인들과 교민들은 주말이 되면 북상(北上)하게 되었고, 홍콩의 식당 및 상점들은 울상이다.
위에서 언급한 우리 학원의 입문반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어반 수업 때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화제는 선전 여행이다. 하나 중국어를 가르치는 필자의 경우 마지막으로 선전을 다녀온 것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먼 과거사가 되었다. 주재원 시절에는 거의 매일 간 적도 있을 정도의 익숙한 선전이었는데, 학원을 운영하며 다닐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주말, 선전에 출장을 다녀오기로 결심하였다. 남들이 놀러 가는 코스를 나는 현지 시찰의 성격으로 둘러보고 오자는 것이었다.
가는 길은 고속철, 올 때는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구룡역에 도착한 후 엘리멘트 쇼핑몰로 연결되어 있는 서구룡 고속철 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구룡역에서 출발하여 다다르는 선전의 역은 두 곳이다. 푸티엔역과 선전북역이다. 푸티엔역은 선전을 대표하는 중심가이고 선전북역은 말 그대로 선전의 북쪽 지역이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길게 늘어선 창구의 위편에 중국 각지로 연결되는 목적지 및 운행 시간 전광판이 펼쳐져 있다. 왼쪽 전광판 및 그 아래 창구는 장거리 노선, 오른쪽은 단거리 노선이다. 전광판에 나열된 도시 이름들을 보니 순간 가벼운 흥분이 일렁거렸다. 베이징, 충칭, 상하이, 쿤밍, 난징, 시아먼.. 중국의 대표적 도시와 수많은 관광지까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 비자도 없으니, 한국의 KTX를 타고 국내 여행 다녀오듯 말이다. 홍콩에서 2400km거리의 그 먼 베이징까지도 8~10시간이면 다다른다.
작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선전행 운행 시간을 확인했다. 푸티엔역으로 가는 표는 2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선전북역은 한 시간 후 운행되는 열차편이 있었다. 나는 선전북역으로 가서 택시를 탄 후 바로 푸티엔에 가기로 결정했다. 옥토퍼스로 81달러를 지불한 후 표 한 장을 구입했다.
원하는 시간에 가고자 한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난주 칼럼에서 고속철로 중국 전역을 여행하는 남광우 씨 가족에 대한 인터뷰를 게재하였다. 남씨는 트립닷컴이나 앱 Railway12306을 이용해 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입출국 수속은 약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서구룡역에서 출국 수속은 물론 중국 입국 수속까지 이루어지니 편리하다. 출국 수속 후 짐 검사를 거쳐 바로 입국 수속으로 연결된다. 이때 입국 카드를 써서 여권과 함께 제시한다. 외국인은 오른쪽에 가서 줄을 선다. 입국 카드도 그곳에 있다.
이후 고속철은 예정 시간인 11:15에 정확히 출발하였다. 기차는 그로부터 불과 15분 후 나를 선전북역에 내려놓았다. 15분이면 우리 학원이 위치한 노스포인트에서 구룡의 침사추이에 가는 시간보다 가깝다!
나와서 바로 우측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건물 내부를 통과하였다. 택시 승차장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없었고 택시는 길게 대기 중이었다.
선전을 포함한 중국에서는 이제 현금이 많이 쓰이지 않는다. 주로 알리페이나 위챗을 이용한 휴대전화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나는 선전에 가기 전 홍콩에서 알리페이를 내려 받았다. 그리고 홍콩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와 연동시켰다. 알리페이 설치 시 여권으로 신분 인증을 하는 절차도 거쳤다.
택시를 탄 후 혹시 몰라 기사에게 현금도 받는지 물어보았다. 받기는 하는데 잔돈이 없단다. 일단 출발~
택시는 거의 20분 소요되어 내가 가고자 하는 푸티엔의 대형 쇼핑몰 코코파크에 도착했다. 택시비 미터기에 RMB45이 찍혔다. 택시 기사는 코팅된 QR코드판을 내밀었다. 앞쪽에는 알리페이, 뒤쪽에는 위챗 QR코드이다.
나는 휴대전화의 알리페이 왼쪽 상단에 있는 스캔 버튼을 누른 후 스캔하였다. 그러자 택시비 금액 입력창으로 전환되었다. 금액 ‘45’를 입력하니 다음 단계로 홍콩의 인터넷뱅킹 6자리 비밀번호 입력창이 뜬다. 비밀번호를 누르면 결제 성공! 택시에서 내리자 앞에 떡하니 들어선 코코파크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