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의 이사, 그리고 준비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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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의 이사, 그리고 준비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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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이사에 대한 소회

   

얼마 전, 홍콩에서 10년만에 이사를 했다. 21년 동안 이번이 6번째였다. 3.5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한 셈이다. 그래도 이 집에서 10년을 살았으니 최장 기간 거주였다. 그만큼 살기 좋았던 곳이었기에 정이 들어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내 아들의 경우 초, 중, 고등학교의 학창 시절을 보냈고 한국의 대학에도 진학하게 되었으니 이 집에 대한 소회도 남달랐다. 

 

이사를 하게 된 이유는 한국 생활 환경의 변화 때문이었다. 아들이 이달에 제대를 하고 3월 복학을 앞두게 되었다. 예전에는 원룸 생활을 해서 가끔씩 아내가 방문하면 두 사람의 동거가 무척 불편했다. 

 

결국 작년, 우리 가족은 아들 학교 근처에 집을 매입했다. 이렇게 되니 아내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어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아내는 아들을 택했다. 

 

결국 나는 결혼 생활 26년만에 처음으로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아내는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끔씩 들여다보러 온단다. 나는 노스포인트에 있는 우리 학원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원룸 스튜디오를 얻었다. 참고로 노스포인트에는 깔끔하고 저렴한 원룸 스튜디오가 많이 나와있어 혼자 사는 교민들은 이주를 고려해볼 만하다. 교통도 매우 편리하다. 

 

그런데 면적이 갑자기 확 줄어드니 기분이 가라앉고 약간의 우울함이 찾아왔다. 생활 공간이 급격히 좁아지면 사람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반백 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사 후 일주일은 퇴근 후 집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며 이사 후 약 2주가 지난 지금은 따스함과 편안함이 점차 어색함과 불편함을 밀어내고 있다. 이따금씩 장을 보러 다니는 재미도 솔솔하다. 앞으로 일찍 일어나 독서를 하고, 퇴근 후에는 헬스장에 가서 몸 만들기를 하려던 나의 계획을 실현해 보려 한다. 


홍콩에서의 이사, 이것만은 알아두자!

 

1) 새로운 집 구하기 – 시기가 중요하다

 

홍콩에서 이사를 하게 되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늦어도 한 달 전에는 통보를 해야 한다. 그럼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그 이전부터 이사 갈 집을 보러 다녀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의 경우 2월 15일이 만기라 1월 15일까지는 집주인에게 통보를 해 줘야 했고, 우리 부부는 1월 초에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집들이 생겨도 새 주인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즉 집주인들은 새로 세입자를 받게 되면 최대한 빨리 (보통 2주 전후) 계약을 원한다. 결론적으로 새 거주지를 찾은 후 현재의 집주인에게 이사 통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통보 후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2) 이삿짐 센터 연락

 

자, 이사를 결심하여 집주인에게 알렸고 새로운 거처도 찾았다. 이제는 이사 준비를 하나씩 해야 한다. 우선 이사 날짜를 정해 이삿집 센터에 연락한다. 업체는 사전에 집을 방문해 견적을 낸다. 참고로 풍수에 민감한 홍콩 현지인들은 불길한 날짜를 피해 이사일을 정하곤 한다.

 

3) 공과금 지불 업체에 이사 통보 및 보증금 반환 요청

 

다음으로 전기 회사와 가스 및 수도국에 연락한다. 그리고 이주에 따른 보증금 반환 요청을 한다. 이 경우 새 거주지로 보증금이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 보증금을 돌려받고 새로운 주소지로 전환되면 다시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 나의 경우 전기 회사에는 HK$1300, 가스는 HK$600, 수도는 HK$400이 지급되어 있었다. 보증금은 잔여일의 공과금을 공제한 후 1~3주 안에 잔액을 수표로 보내준다. 가스 업체는 이사일에 직원을 보내 가스 공급을 끊는다.

 

4) 마지막 공과금 고지서를 챙겨라

 

기존 집주인과 정산을 위한 준비도 병행한다. 전기세, 가스 및 수도 요금은 마지막에 낸 고지서를 꼭 챙겨 집주인에게 보여줘야 한다. 

 

5) 계약서에 명시된 물품 반환

 

이제 기존 계약서에 명시된 집주인의 물품들을 반환해야 한다. 물품은 보통 계약서 

마지막 장에 첨부 서류로 추가되어 있다. 나의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방 열쇠들이 없어진 것이다. 10년간 한 번도 방 열쇠를 써 본 적이 없었다. 또한 약 4년 전 집주인이 TV를 장만해줬다. 그때 나는 집주인이 새로 구입한 TV(약 5천홍콩달러 상당)를 세입자인 우리에게 주겠다고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2년 전 계약 연장에 사인한 서류에 TV가 반환 물품으로 들어가 있었다. 나는 집주인이 TV를 주겠다고 한 증거를 확보하고자 했으나 우리가 주고받은 대화 채팅방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보증금에서 2천홍콩달러를 떼이고 나머지를 반환받았다. 그래도 10년이란 장기간을 거주하며 월세도 제때에 꼬박꼬박 냈기에, 그나마 집주인이 배려를 해 준 것이었다. 

보통 2년 단위로 계약이 연장되는데, 그때마다 변화된 내용이 있는지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집주인의 물품들은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고 이제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향할 시간이다. 이 집과의 만남이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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