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교자, 포자, 만두, 혼돈.. 홍콩에서 먹는 만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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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교자, 포자, 만두, 혼돈.. 홍콩에서 먹는 만두 이야기

홍콩인과 만두

 

필자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HKU SPACE(홍콩대학교 전업진수학원). 한국어 고급반 수강생들의 이번 학기 발표 주제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소개’이다. 이중 영연 씨는 만두를 소개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었던 추억을 떠올렸다. 동짓날이면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어 먹었다고 한다. 

 

홍콩은 지금 1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설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설날에 집에서 만두를 해 먹는 가정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하나 홍콩의 경우 만두는 설날 전통 음식이 아니다. 중국에서 만두를 설 음식으로 먹는 곳은 북방이다. 이는 추운 날씨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홍콩 사람들이 만두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얘기를 들어 보면 위의 영연 씨처럼 어렸을 때 만두를 빚어 먹는 가정도 꽤 많았다. 최근에 와서는 많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만두의 창시자는 제갈량?

 

 

송나라 때 쓰여진 문헌 ‘설부(說郛)’에는 만두의 시초가 제갈량과 관계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제갈량이 촉나라 군대를 이끌고 남쪽의 맹획을 토벌하러 가던 중, 갑자기 거센 비바람을 만난다. 

 

현지의 한 노인이 이는 전사한 군사들의 원한이 일으킨 것으로, 이들을 달래기 위해 49명의 머리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일러줬다. 그러나 무고한 백성을 살상하기 꺼려한 제갈량은 아이디어를 낸다. 

 

양과 소를 죽여 고기를 다진 후, 겉에는 밀가루로 싸서 사람의 머리 모양으로 만들도록 한 것이다. 만두(饅頭)는 ‘남만(南蠻)인들의 머리’라는 뜻을 지닌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만두의 ‘만(饅)’과 남만의 ‘만(蠻)’은 중국어에서도 동음이다. 

 

그런데 오늘날 만두는 다양한 종류로 나누어진다. 모양과 재료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본다. 


교자, 포자, 만두, 그리고 혼돈

 

 우리나라에서도 만두는 빠질 수 없는 주요 음식이다. 조선시대에는 어만두, 생치만두, 육만두, 동과만두, 생합만두 등 다양한 만두가 식탁에 올라왔다. 작년에 개봉한 김윤석, 이승기 주연의 영화 ‘대가족’은 만두 명가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먹음직스러운 만두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다소 생소한 민어 만두도 있다. 배추에 민어를 주재료로 하여 속을 만드는 이북식 만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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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만두는 한국보다 피가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홍콩에서 즐기는 만두의 경우 재료 및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교자, 포자, 만두, 그리고 완탄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교자(餃子)는 밀가루 피 안에 고기와 야채를 소로 넣어 만드는, 소위 우리에게 친숙한 만두이다. 길쭉한 형태가 많고 둥근 모양의 교자들도 있다. 

 

찐만두, 물만두, 군만두 등으로 먹는데, 이중 중국식 군만두는 꾸오티에(鍋貼)라고 하여 홍콩인들도 많이 즐긴다. 길다란 만두를 철판에 구워 요리한다.

 

포자(包子)는 호빵이나 찐빵처럼 겉이 둥글고 빵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교자가 탕 요리에서도 즐길 수 있다면, 포자는 주로 쪄서 먹는다. 홍콩의 딤섬 집에도 많이 등장하는 메뉴이다. 내가 좋아하는 포자 중에는 셩지엔빠오(生煎包)가 있다. 

 

고기만두인 포자를 찐 후 아래만 살짝 지진, 찐만두와 군만두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학원 근처에 막기(Mak Kee)미식이라는 식당이 있다. 이 셩지엔빠오로 미슐랭 맛집에 선정되었는데, 값도 싸고 맛있어 가끔씩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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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중국어에서 ‘만터우’라고 부르는 ‘만두’는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이는 한국의 중식당에서 고추잡채에 딸려 나오는 꽃빵 만두를 떠올리면 된다. 즉, 안에 소가 들어있지 않은 말랑말랑한 것이 중국인들이 말하는 만두(만터우)이다. 베이징을 비롯한 북방인들이 아침 식사로 애용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튀겨서 연유와 함께 즐기는 ‘자만터우(炸饅頭)’를 좋아한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말랑한데, 달달한 연유를 찍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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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혼돈을 소개한다. 혼돈은 피가 얇고 둥근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교자와 다르다. 안에는 고기 외에도 새우가 들어간다. 광동과 홍콩에서는 이를 ‘완탄(雲 )’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완탄면의 주재료이다. 쓰촨에서는 혼돈을 ‘차오셔우(抄手)’라 칭한다. 일명 ‘매운 만두’라 부를 수 있는 ‘홍요우챠오셔우( 油抄手)’도 여기서 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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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식당에서 김치 만두를 먹을 수 있는 곳?

 

 

마지막으로 김치만두를 즐길 수 있는 현지 중식당을 소개한다. 비슷하게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고향의 맛 김치만두이다! 바로 팔방운집(Bafang Yunji, 八方雲集)이다. 대만식 만두 전문 체인점으로 홍콩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오늘 언급한 군만두 꾸오티에, 물만두(水餃), 홍요우챠오셔우 모두 맛있다. 특별한 점은 메뉴에 김치 군만두, 김치 찐만두가 있다는 점이다 (메뉴에 영어로 쓰여 있다). 우리 학원 뒤편에도 하나 있다. 내가 중국어 수업 때마다 홍보에 열을 올리자, 식당 알바생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나 가 본 수강생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오늘 소개한 만두들 중 꾸오티에, 셩지엔빠오, 홍여우챠오셔우, 자만터우는 모두 필자의 추천 메뉴들이다. 홍콩의 일반 대중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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