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콩우리교회 서 현 목사
2025년이 되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내 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커진 것도 아닙니다. 세상이 천지개벽하지도 않았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먼 외국에 와 있지도 않습니다. 똑같이 해가 뜹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도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새해”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새해라고 할까요? 그저 날짜가 바뀌었다고 새해일까요? 눈에 보이는 것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새로운 각오로 새날을 맞이하며 소망과 희망을 품고 다시 한번 힘을 내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 깊은 동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헌 마음”과 “헌 생각”을 버려야 진짜 “새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경 중 전도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전도서 3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전도서 3:1-4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성경이 말하는 “기한”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특정한 시간”입니다. “때”는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시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다”
여러분, 인생은 무엇입니까? 인생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여러 사건을 경험합니다. 시간은 사건으로 채워집니다. 시간 속에서 사건을 경험하는 것이 쌓이며 우리 인생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시간은 우리가 어떤 사건을 경험하였는지 돌아보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 한 해 어떤 일을 경험하셨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2024년 9월에 홍콩에 와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홍콩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었습니다. 이제 4개월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낯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낯선 곳에 머물게 되니, 마음이 새롭게 되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간판을 봅니다. 신호를 봅니다. 차를 피해 서둘러 길을 건너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조심스레 방향을 잡기도 합니다. 귀를 크게 열고 한 마디라도 들어보려고 합니다. 낯선 말들 가운데 무슨 뜻인지 알고자 온 신경을 모읍니다. 새로운 마음을 가지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비롭고 흥미롭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같은 길을 다니며 길이 익숙해집니다. 간판이 눈에 보입니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다니는 요령도 생깁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로움이 사라지고 익숙함이 자리잡으니, 보이던 것이 안보입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니, 기대가 아니라 실망이 자리잡습니다. 흥미가 사라지고 습관이 자리잡습니다. “아, 내 마음에 새로움이 사라지는구나”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일수록, 매일 만나는 회사 동료일수록 익숙함이 자리잡으며 새로움은 사라집니다. 설렘은 사라지고 기대도 사라집니다. 어느덧 같이 있어도 가슴이 뛰지 않습니다.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 사람으로 여길 뿐입니다. 그러면 위기입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하나님께서 잘 아시기 때문에, 다양한 일들을 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슬픈 일도 일어나고. 때로는 괴로운 일도 일어나면서 우리의 옛 생각을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생각을 갖도록 자극을 주시는 것이지요.
마틴 셀리그먼이라는 사람이 쓴 ‘호모 프랙티쿠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그는 인간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상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오직 인간만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능력이 있기에 사람은 꿈을 꾸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는 능력을 악용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며 소망과 희망을 꿈꾸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리 염려하고 걱정합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우울과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지난 한 해 어떤 일들을 겪으셨습니까? 때로는 좋은 일도. 때로는 나쁜 일도. 기쁜 일과 슬픈 일도 있으셨을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는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호모프랙티쿠스’인 우리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고 소망과 희망을 생각하며 새 힘을 내며 맞이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2025년이 되었다고 새해가 된 것이 아닙니다. 헌 마음을 버리고 새 마음을 가져야 새해입니다. 내 마음 가운데 헌 마음을 버리고, 새 마음으로 옆에 있는 가족과 이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소중히 여기고 좋은 사건을 많이 만들어 그것이 추억으로 오롯이 쌓이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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