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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된 교민 고민상 씨. 홍콩 지인이 새로 개업을 하여 이번 주말 방문하려 한다. 그런데 무엇을 선물할지가 고민이다. 그래, 새 사무실에 번듯한 시계가 필요하겠지? 같은 이웃이기도 한 교민 선배 홍잘알 씨에게 연락해 동네에 다양한 시계를 구비한 상점이 어디인지 물어본다. 그런데, 그 선배의 말. “시계를 선물한다고? 하지 마~”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의 말인즉 선물로 적적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 이유가 뭐지?
홍콩에서 주고받는 선물들의 목록을 보면 사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의 21년 홍콩 생활 동안 현지인들과 오갔던 선물들을 떠올려 본다. 우선 내가 준비했던 물품들의 경우 한국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특히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상승하며 최근 이런 경향이 더 많아진 듯하다. 홍콩 사람들의 K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제품 중에서는 인삼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번 추석을 지내기 위해 한국에 다녀올 때도 공항 면세점에서 정관장 에브리타임을 사 왔다. 우리 학원에서 4~5년간 한국어 개인 수업을 받고 있는 탐 씨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그는 무척 고마워했다.
이 외에도 화장품(한국 바디워시 로션, 샴푸 등), 한국 슈퍼마켓에서 파는 과자, 과일 선물 세트, 고기류 등을 준비하곤 했다. 내가 잘 아는 한국 음식점 사장님께 선물용 식사 쿠폰을 만들어달라 부탁한 적도 있다. 현지 제품으로는 와인이나 슈퍼마켓 쿠폰이 나의 선택을 받았다.
홍콩 사람들에게 받은 선물들도 참 다양하다. 아마 우리 교민들이 받은 것들도 비슷할 텐데, 예를 들면 와인, 베이커리나 간식류, 차, (한국 제품을 다수 배치한) 슈퍼마켓 쿠폰 등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자, 그럼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선물들에 대해 알아보자. 불길한 의미를 갖는 다른 단어와 발음이 겹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현상을 시에인(諧音)이라고 한다. 중국어를 어느 정도 배워본 사람이라면 느꼈을 것이다. 중국어의 무수한 한자 수에 비해 발음은 단순하다는 것을. 예를 들어 ‘shi’라는 발음을 갖는 글자만 하더라도 100개가 넘는다. 이를 차별화하기 위해 성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시계’가 금기되는 이유도 시에인과 관계 있다. 시계의 중국어 발음은 보통화와 광동어 모두 ‘쫑(鍾)’이다. 이는 끝남을 의미하는 ‘終(쫑)’과 시에인이다. 시계를 주면 ‘우리의 관계는 이걸로 쫑났다’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더 안 좋은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계를 선물하다’는 보통화, 광동어 모두 ‘送鐘’인데, 이는 ‘送終’, 즉 ‘죽은 사람을 보낸다’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중국어 수업 시 기피 선물 목록 중 시계를 언급할 때면 가끔 이런 질문이 나온다. “그런데 홍콩 시내에 값비싼 명품 손목 시계방이 많은데 예물용으로도 찾지 않나요?” 그렇다. 그런데 손목 시계는 ‘手表’라 하여 단어가 다르다. 값비싼 명품 손목 시계를 왜 마다하겠는가?
비슷한 이유 때문에 ‘신발’도 꺼려진다. 신발(鞋)을 광동어로 발음하면 ‘하이’이다. 성조 또한 내려가는 발음이라 탄식, 혹은 한숨처럼 들린다. 표준 중국어인 보통화로는 같은 한자이나, 발음은 완전히 다른 ‘시에’이다. 이는 ‘시에’로 발음하는 단어 ‘邪’와 동음이다. 이 한자는 ‘사악함’, ’그릇됨’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사악하다’의 ‘사’이다). 또한 신발이기 때문에 사람을 보낸다는 의미도 있어 선물로 적절하지 않다.
우산도 기피하는 선물 목록에 들어간다. 우산은 보통화로 ‘위산(雨傘)’, 혹은 ‘산(傘)’이다. 헤어짐을 나타내는 ‘이산(離散)’의 ‘산’과 발음이 겹친다. 하지만 광동어에서는 다른 한자를 써 ‘쩨’라고 발음하여 홍콩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과일인 ‘배(梨)’는 보통화로는 ‘리’인데, 이별의 ‘리(離)’와 동음이라 기피된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가족간에 배를 잘라 먹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배를 자르는 것을 ‘펀리(分梨)’라 하여 이별, 헤어짐의 ‘分離(펀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발음의 문제가 아닌, 문화적 이유로 금기시되는 선물들도 있다. 국화는 죽은 이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건네는 꽃이므로 부적절하다. 이는 중국 대륙과 홍콩 모두 해당된다. 그리고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이나 검도 좋지 않고, 체중계나 약품같이 개인적 은밀함을 침해하는 물품도 될 수 있으면 피한다. 약품의 경우 비타민과 같은 영양품은 가능하나, 복용 여부나 몸 컨디션 등 상대방의 상태를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선물 시 수량과 포장지의 색깔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화권 문화는 짝수를 선호한다. 사물은 통합과 대립을 통해 발전한다는 고대 변증법 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특히 기쁨과 축하를 나누는 자리라면 짝수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색깔 역시 흰색이나 검은색은 죽음, 장례와 관련 있어 피하며 빨간색, 금색, 보라색이 무난하게 받아들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