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윈롱으로 떠나는 주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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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윈롱으로 떠나는 주말 여행

지난 토요일 오후, 필자는 홍콩수요저널 독자들을 위해 여행을 다녀 왔다. 교민들이 가 보지 못한 곳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윈롱(Yuen Long)이다. 

이곳은 신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윈롱은 한자로 ‘元朗(원랑)’인데 원래 지명 이름은 ‘圓蓢(원랑)’으로 ‘비옥한 토지’라는 뜻이다. 이곳을 여행지로 소개하려는 이유는 일단 가 볼 만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홍콩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나름 여행가는 맛도 느낄 수 있다. 윈롱의 낯선 환경은 우리에게 다소 색다른 홍콩의 모습을 선사한다. 

지난주 토요일 한 시, 수업을 마치고 학원 문을 나섰다. 윈롱을 가려면 웨스트 레일 라인(West Rail Line)을 이용한다. 홍함에서 출발하여 이스트침사추이를 거쳐 튄문까지 가는 지하철 노선이다. 

윈롱 여행의 첫번째 방문지는 남상와이(南生圍)이다. 윈롱은 습지가 많은데 남상와이는 연못을 둘러싼 습지 공원이다. 고즈넉하고 운치있는 7.5km의 산책길을 걸으면 약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곳에는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거나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 그리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한적한 느낌이다.

 
두번째 방문지는 윈롱공원이다. 윈롱공원 안의 연못에는 자라와 물고기가 노닐고 있고 작은 인공 폭포도 있다. 하지만 이 공원을 찾은 이유는 백조탑(百鳥塔) 때문이다. 

백조탑은 30여종의 100마리 새가 살고 있는 탑인데 7층 높이로 지어졌다. 일제 강점 기에는 일본군의 형장 및 묘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새 관찰보다 이곳에 올라 윈롱 일대를 조망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문했을 때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다음 여행지인 벼룩 시장 및 레드브릭 하우스를 가기 위해 공원을 나섰다. 실재로 가 보니 윈롱은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특별한 교통 수단이 있다. 바로 경철(輕鐵)이다. 

경철은 지하철 두 개를 붙여 지상 위에서 움직이는 교통 수단이다. 공항 터미널 지하에서 운행되는 지하철을 연상하면 되겠다. 경철은 버스 노선처럼 앞에 차선 번호가 쓰여 있다. 경철역은 버스 정류장 같이 개방되어 있어 개찰구는 없고 탈 때와 내릴 때 역에 있는 옥토퍼스 기계에 카드를 찍으면 된다. 

구글 맵이 워낙 친절하여 출발지(백조탑)와 도착지(레드브릭 하우스)를 입력하니 경철 타는 곳과 노선 번호 및 내리는 역까지 차례대로 안내해준다. 필자는 윈롱 여행을 하며 단체방에 있는 홍콩 학생들과 채팅을 했다. 

내가 “16년 홍콩 살면서 경철을 처음 타 봐요”라고 하니 한 학생이 “저는 홍콩 사람이지만 아직 한 번도 못 타 봤어요”하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그러자 이곳에 거주하는 한 명이 “경철은 윈롱-틴수이와이-튄문 주민이 아니면 탈 기회가 없어요”라고 글을 달았다. 경철을 타 본 것은 이번 여행이 선사한 색다른 체험이었다.  

 
나는 610번 경철을 타고 아까 내렸던 윈롱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윈롱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을 더 가 깜성로드(Kam Sheung Road) 역에서 내렸다. C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앞에 벼룩 시장이 펼쳐져 있다. 이 벼룩 시장은 매주 주말과 휴일에만 열린다. 다른데서 보기 힘든 깜찍한 장신구와 액세서리, 생활 소품들이 눈에 띈다. 

벼룩 시장을 잠시 둘러보고 레드브릭 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벼룩 시장에서 불과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그런데 중간에 눈길을 끄는 골목이 있었다. 리치필드(The Richfield)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카페 골목 같은 분위기였는데 예술 공간으로도 사용되는 장소였다. 

이곳에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어갔다. 날씨가 선선하여 밖에 앉았는데 토요일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이었지만 인적이 드물어 조용했다. 바로 뒤에서 흐르는 작은 인공 연못에는 물소리와 함께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주변을 아름답게 감싸고 있었다. 읽으려 가지고 온 책은 넣어 두고 잠시 멍하게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냈는데 나에게는 선물같은 시공간이었다. 

 
이곳에 좀 더 오래 앉아있고 싶었지만 레드브릭 하우스가 7시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일어났다. 7시가 다 되어 도착하니 이미 파장 분위기였다. 

레드브릭 하우스는 말 그대로 빨간색 타일로 만든 집이다. 수공예품과 빈티지 의상,  기념품, 액세서리, 그림등을 파는 실내 시장이다. 크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조금 늦게 가서 문을 닫은 곳들이 많아 아쉬웠다.

 
한 시가 넘어 시작된 여정은 7시 반이 되어 끝이 났다. 사실 윈롱은 가 볼만한 곳이 몇 군데 더 있다. 윈롱벽화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그린 30여점의 마을 벽화를 볼 수 있고 깜틴 컨트리 클럽은 농장 체험 및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윈롱은 홍콩을 살면서 주말 여행으로 한 번 가 볼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교통이 좋아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스트 침사추이에서 웨스트 레일 레인을 타고 가면 20분만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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