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청나라 때 세워진 역사적 병원, 그리고 토요일 스티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청나라 때 세워진 역사적 병원, 그리고 토요일 스티커


1800년대 말부터 홍콩섬의 셩완은 중화권 사람들의 정치, 경제 중심지였다. 이곳에는 청나라 때 세워져 지금까지 홍콩 사람들을 위해 150년 동안 봉사해 온 최초의 병원이 위치해 있다. 

바로 1870년에 지어진 동화병원(東華醫院)이다. ‘동화’는 ‘광동의 중국인’이라는 뜻이다. 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병원은 단지 사람들을 치료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선 사업 및 학교 설립의 세가지 큰 축으로 홍콩 사회에 막대한 기여를 해왔다. 셩완의 동화병원은 1934년 증축되어 2009년에는 1급 역사 건축물로 등재되었다.

동화병원은 야마테이의 광화병원(廣華醫院), 코스웨이 베이의 동화 이스턴 병원(東華東院)과 함께 1931년부터 동화삼원(東華三院)의 이름하에 관리, 운영되고 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1929년에 지어진 동화 이스턴 병원이다. 

동화병원이 세워진 1800년대말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자. 1841년 홍콩의 인구는 겨우 7,450명이었다. 그러다 1861년 인구가 86,338명까지 급증했고 1871년에는 124,198명까지 증가한다 (출처: <香港文化導論>, 中華書局, 2014). 불과 30년만에 16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이로인해 사회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중에 의료 시설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겨우 2개의 서양식 병원만이 있었으나 의료비도 비싸고 언어적 소통 문제 또한 걸림돌이었다. 그리고 중국인 노동자들은 서양 의학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당시 셩완 태평산(太平山)위에 광복의사(廣福義祠)라는 사당이 있었다. 14개의 신이 모셔져 있고 타향에서 객사한 사람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한 곳으로 ‘백성들의 사당’이라고 불리어진 곳이다. 

이후에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기거시키며 치료하는 곳으로도 사용되었다. 어느날 영국의 한 관리가 이곳에 들렀는데 너무나 처참한 위생 상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고 이것이 언론에 알려지며 홍콩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된다. 

이로인해 민간 병원의 필요성이 논의되었고 이것이 홍콩 최초의 중국인 대상 병원 탄생의 배경이다. 이 병원 설립의 취지는 홍콩 거주 중국인들에게 무상으로 의료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동화병원은 민간 무료 병원으로서 당시 재정의 30%는 기부금 및 모금 등을 통해 충당했다. 그리고 이후 이런 활동은 단지 병원의 재정 확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확대된다. 즉, 폭우, 태풍, 전염병 등 각종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고자 적극적인 모금 활동 및 피해 지역 복구 사업등을 전개한다.

1885년 폭우로 발생된 주강 삼각주의 홍수는 광동과 광서 지역에 2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동화병원은 신속히 홍콩의 상인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 행사를 벌였고 심지어 해외의 화교들에게도 이재민 지원의 동참을 호소한다. 

그 결과 총 4.6만원을 모금하였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청나라의 황제였던 광서제는 ‘萬物咸利’(만물함리: 세상의 모든 것들이 길하고 순조롭기를 바람)라고 쓰인 현판을 하사했다. 

 
이후 재난 지역 구조 활동은 중국, 홍콩내에 머물지 않고 미국, 일본등의 화교들을 돕기 위한 사업으로까지 확대된다. 예를 들면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및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이 그것이다.

동화삼원의 이러한 사회적 봉사 활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에는 1.8억원을 모금하는등 홍콩내 최대 자선 기구 중 하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가 토요일 오전 거리를 나서면 익숙한 광경이 펼쳐지는데 동전 모금함을 목에 걸고 스티커를 붙여주는 봉사자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것 또한 동화삼원이 진행하고 있는 모금  방식 중 하나이다.

 
한편 동화삼원은 학교 설립 사업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1881년 취학 연령 인구가 52%까지 차지하게 되자 교육 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로인해 동화삼원은 학교를 세우고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활발한 교육 지원 사업에 힘쓴다.

현재 17곳의 유치원, 14곳의 초등학교, 18곳의 중/고등학교가 동화삼원의 이름 아래 운영중이다. 초,중,고 총 학생수는 2만명이나 된다. 이제까지 상당히 많은 ‘동화’ 출신들이 배출되어 홍콩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활약중인 것이다.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치료하고자 설립된 150년 역사의 동화삼원. 당시 취약 계층을 돌봐 온 뿌듯한 역사를 지닌 것과 함께 사회 발전을 위한 자선 및 모금 활동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곳곳에 학교를 설립하여 교육 분야에도 크게 이바지한 동화삼원이 홍콩 사회에 미친 역할은 정말 지대하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관의 뜻깊은 활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셩완에 가게 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이곳을 둘러보고 기념 사진 하나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스마트폰에 있는 먹방 사진과 일상 사진 외에도 역사적 현장을 담은 하나의 공간을 마련해 보도록 제안한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