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본에서 볼펜 광고를 봤습니다. 지금도 기억 날 정도로 인상깊었습니다. ‘쿠세니나루’(クセになる)라고 크게 쓴 광고였는데요, 어감을 살려 번역해보면 ‘(벗어나지 못하는) 습관이 생기는’ 필기감이라는 말입니다. 그만큼 좋은 필기감을 주는 볼펜이라는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가 왜 인상깊었을까요? ‘쿠세’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나쁜 습관’이라는 어감을 갖고 있는데, 일본 광고에 쓰는 걸 보니 꼭 그런 의미는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든 나름의 성취를 이루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드러납니다. 그 성격이나 스타일을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일본어 영향을 받아 ‘쿠세’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 장르가 다르더라도 ‘봉준호 영화다’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그의 스타일을 알아준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업적을 성취했다는 뜻이겠지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만들지도 못합니다. 자신의 색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며 성과를 이뤄낼 때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며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그가 잘 칠 수 있는 패턴을 익힌 결과입니다. 다른 사람이 억지로 따라한다고 되지 않습니다. 그만의 습관입니다. 그 습관을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가 그만의 습관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요.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기만의 습관과 색을 가짐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오히려 정체되며 발전하지 못합니다.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버립니다. ’자기복제’를 하기도 합니다. 한 번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계속 비슷하게 만들며 우려내다보면, 어느 새 사람들이 외면하는 결과를 맞이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어떤 습관이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 함
2)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일을 함. 그러나 자기복제를 하며 정체되는 모습을 보임
3) 정체된 자신의 색이나 자기복제를 뛰어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을 깨고 새롭게 도전함
1번에서 2번으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2번을 유지하는 것 또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뛰어나긴 해도 위대하다는 평을 듣기는 어렵습니다. 위대한 예술가, 창의적인 사람들은 언제나 3번에 이르기 위해 힘썼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정도의 단계이신가요? 저도 매 주 칼럼을 쓰면서 항상 고민합니다. ‘나는 지금 몇 번의 자리에 있나?’도 질문해봅니다.
어떤 분야든, 언제나 반복적인 것을 벗어나 새롭게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이뤄온 것을 부정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변화와 혁신을 이루려면 두렵습니다. 그래서 전통과 습관, 지금까지 해 왔던 방법을 붙잡습니다. 어느 조직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직도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새로움을 표현할 때 ‘참신하다’는 말을 씁니다. ‘참신’(斬新)이라는 말에서 ‘참斬’은 목을 베거나 끊어낸다는 뜻입니다. ‘신新’이라는 말은 갑골문자로 풀어 ‘고목古木’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오래된 고사목을 잘라내면,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해 왔던 익숙한 것들을 끊어내면. 습관을 끊어내면. 새롭게 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새롭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신약성경 고린도후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5:17)
예수님을 믿는다는 뜻은, 한 마디로 말하면 ‘바뀐다’ 입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먼저 마음이 바뀝니다. 마음이 바뀌었기에, 나오는 말과 행동이 바뀝니다. 내가 살아왔던 경험이나 지식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새롭게 됩니다. 율법을 믿고 따르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은 간절하게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메시아가 눈 앞에 나타났어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메시아라면 당연히 이러이러해야 해’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지켜왔던 율법과 전통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길을 선포하셨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삶 속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습관과 고정 관념. 버릇이 있습니다. 그것을 돌아보고 새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모든 것을 잠깐 멈추고, 눈 감고 조용히 기도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여러분의 기도에 귀 기울이십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새롭게 해 주기 원하십니다. 이번 한 주도 여러분의 삶에서 작더라도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시기를 저와 우리교회 성도들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홍콩에서 같이 살아가는 여러분을 항상 응원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