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떡이라 부르리까? 홍콩의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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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떡이라 부르리까? 홍콩의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

먹을 복을 갖고 태어난 홍콩인들

 

홍콩 사람들은 먹을 복을 갖고 태어난 거 같다. 중국 최고 요리 중 하나인 광동 요리의 본 고장이며 아시아 으뜸이라는 중국 음식, 더 나아가 세계의 미식들도 만나볼 수 있다. 

 

사람들을 뚱보로 만들 위협 요소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건만, 그에 비해 날씬한 홍콩인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이다. 이것도 또 하나의 복이라면 복일 것 같다. 어쨌든 홍콩의 먹거리는 실로 다양하고 풍부하다. 

 

오늘 소개하는 음식은 홍콩의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이다. 60, 70년대에 홍콩에 이민 온 중국인들이 길거리와 골목에 팔던 길거리 음식이다. 이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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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짜이꼬우 (缽仔糕)

 

붓짜이꼬우에는 홍콩인들의 추억이 담겨 있다. 기원은 약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일을 나가는 인부에게 쌀미음으로 만든 떡을 사발에 담아 주어 허기를 채우도록 한 것에서 유래가 되었다. 청나라 때 쓰여진 ‘태산현지(台山縣誌)’에 기록된 내용이다. 

 

붓짜이꼬우에서 ‘缽’은 사발을 뜻한다. 오늘날의 붓짜이꼬우는 사발이 아닌, 직경 10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컵 케이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용기에 담긴 떡을 꼬치로 꽂은 후 쏙 빼내어 먹는다. 주 재료는 찹쌀, 팥, 설탕이다. 갈색과 흰색의 두 종류이다. 흑설탕을 쓰면 갈색이 되고, 백설탕이 들어가면 흰색이 된다. 최근에는 녹차 향이 가미된 새로운 맛이 등장했다.  

 

서민 음식으로 출발하였기에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찹쌀을 뭉개어 떡과 같이 만들고, 팥은 끓여서 걸쭉하게 한다. 그리고는 설탕을 넣어 함께 섞어 반죽을 한다. 찌고 나서 작은 케이크 받침 용기에 담으면 완성된다.  

 

붓짜이꼬우는 70, 80년대에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가장 즐겨 먹는 간식이었다. 지금도 홍콩의 노점 베이커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번주 칼럼의 주제로 정한 후 우리 학원의 한국어 수업 때 선호도를 알아보고자 했다. 

 

수강생 중 한 명인 도리스 씨는 ‘이거 어제도 코스웨이베이 지나가다 사 먹었어요!’라 했고, 옆에 앉은 보니 씨도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으로 가끔씩 즐긴다’고 했다. 

 

나 역시 맛이 궁금하여 코스웨이베이의 길거리 떡집(베이커리)을 찾았다. 가격은 1개에 12불이었고 3개를 사면 27불이었다. 음.. 뭐랄까, 씹히는 맛이 푸딩과 떡의 중간 정도? 그리고는 달달한 맛이 입안을 채웠다. 붓짜이꼬우 안 곳곳에 자리잡은 팥덩어리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재미도 있었다. 


박통꼬우(白糖糕)

 

내가 방문한 코스웨이의 전통 떡집은 ‘시대두업(時代豆業)’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타임스퀘어(중국어명 ‘시대광장’) 인근에 있고, 콩이나 팥을 주 원료로 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상호명이다. 나는 이곳에서 붓짜이꼬우 외에 비슷한 유형의 유명한 박통꼬우와 홍따우꼬우도 같이 봉지에 담아왔다. 

‘박통’은 백설탕을 뜻한다. 박통꼬우는 광동의 슌더 지방에서 유래되었다. 전통 제조법은 찹쌀가루를 생으로 갈아 발효시킨다. 여기에 설탕물을 넣어 30분 정도 찐다. 완성품은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 먹어 보니 식감이 스폰지 케이크와 우리의 술떡 중간 어디쯤 되는 것 같았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공포의 설탕 덩어리 맛은 아니었다. 이것저것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고 깔끔했다. 


홍따우꼬우 (紅豆糕)

 

가게 주인에게 제일 잘 팔리는 것을 하나 달라고 했더니 추천해준 것이 홍따우꼬우였다. ‘홍따우’는 팥을 의미한다. 갈색 사각형의 젤리(?) 모양을 띤 내용물 안에 팥 덩어리가 듬성듬성 박혀 있다. 홍따우꼬우는 외관상으로 딱 봐도 예상되는 그 맛이다. 식감은 살짝 쫄깃함이 느껴지는 물컹거림에 맛은 달달하니, 무난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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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  

 

전통 길거리 베이커리는 일반적으로 테이크 아웃점으로 운영된다. 오늘 오전에 들른 코스웨이베이의 ‘시대두업’은 유명하다며 홍콩 수강생이 추천해 준 곳이다. 외관은 허름했지만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가게였다. 20종 가까이 되는 전통 베이커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G/F, 1 Canal Road East, Causeway Bay)

 

타이포의 유기차과(有記茶果)는 갈색의 붓짜이꼬우만을 취급하고 있다. 하나 팥이 들어간 것과 안 들어간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붓짜이꼬우 원래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팥이 없는 것으로 주문해 보자. (CFS 20, Tai Po Complex, 8 Heung Sze Wui St, Tai Po)

 

신흥융식품(信興隆食品)은 구룡 토카완에 위치한다. 모두 수제로 만들며 70여 년 역사를 지닌 붓짜이꼬우가 유명하다. 갈색이 유명하지만 흰색 붓짜이꼬우에는 야자 성분이 들어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오픈라이스 맛 평가에는 먹고 웃은 사람이 25명, 운 사람은 없었다 (107-109 Ma Tau Wai Rd, Hok Yuen)

 

사이잉푼의 탁월식품병점(卓越食品餠店)은 중국식 전통 베이커리를 전문 취급한다. 그중 시그니쳐는 붓짜이꼬우다. 신흥융식품과 탁월식품병점은 일요일에 휴무이다. (G/F, 183 Queen's Road West, Sai Ying Pun) 



< 참고 자료 >

香港尋味,Alison Hui, 创意市集,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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