淦 물 이름 감, 가라앉을 함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한자들을 벽자(僻字)라고 합니다. 이 때의 벽(僻)은 '후미질 벽'으로, 산간벽지(山間僻地) 할 때의 벽이 바로 이 벽입니다. 이 벽(僻)이라는 글자 자체도 자주 쓰이지 않는 글자이니 어쩌면 벽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벽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한국의 여러 한자 검정시험들의 1급 시험 범위인 3500자를 넘어선 글자들을 벽자라고 보면 딱히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자주 쓰이는 한자를 상용자 2500자와 차상용자...
讓 양보할 양 약 3300년 전에 갑골문이 사용된 이래 한자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글자의 뜻이 바뀌거나 확장되기도 했지요. 讓(양)은 원래는 꾸짖다, 말다툼하다의 뜻이었는데 역사 속에서 뜻이 반대로 바뀌어 지금은 ‘양보할 양’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다투는 걸 주위에서 보면서 “저 사람들, 다투지 말고 서로 양보해야 할 텐데!” 라고 말하다 보니 讓의 뜻이 ‘다투다’에서 ‘양보하다’로 바뀌었던 건 아닐까요? 讓(양보할 양)은 言(말씀 언)과 襄(도울 양)이 합쳐진 형성...
防 막을 방 그리스 문자의 베타(β), 독일어 알파벳의 에스체트(ß)와 닮은 阝는 ‘언덕 부’ 자입니다. 부수로 자주 쓰이는데, 防(막을 방)에서와 같이 글자의 왼쪽에 오기 때문에 좌부방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모양은 阜인데 부수로 쓰일 때에는 모양이 阝로 바뀝니다. 都(도읍 도)에서와 같이 阝가 글자의 오른쪽에 올 때도 있는데, 이 때의 阝는 邑(고을 읍)이 변형된 모양이며 우부방이라고 부릅니다. 좌부방이 있는 글자는 언덕과 관련된 뜻을, 우부...
辣 매울 랄 뜻을 나타내는 부분과 음을 나타내는 부분을 합쳐서 새로운 한자를 만드는 방법을 형성(形聲)이라 하고, 형성을 통해 만들어진 한자를 형성자(形聲字)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한자가 형성자라는 점을 활용하면 모르는 한자를 보아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靑(푸를 청)의 발음이 ‘청’이라는 것만 알면 뜻은 몰라도 淸, 請, 晴, 鯖, 凊, 蜻, 䝼의 발음이 모두 ‘청’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식입니다. 실제로 순서대로 맑을 청, 청할 청, 갤...
寧 편안할 녕 안녕하세요? 우리는 안녕(安寧)이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합니다. 친구를 만나면 “안녕?”, 선생님을 뵈면 “안녕하세요?”, 부모님께서 출타하시면 “안녕히 다녀오세요.”, 손님이 떠날 때에는 “안녕히 가세요!”까지. 이 ‘안녕’의 뜻은 무엇일까요? 안녕은 安(편안할 안)과 寧(편안할 녕)으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편안하고 편안한, 즉 걱정거리도 없고 탈도 없는 상태가 안녕입니다. “안녕히 가세요!”는 돌아가는 길에 아무런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인사말인 것이지요. 그러므...
潔 깨끗할 결 청결, 간결, 순결, 성결, 결백의 결은 모두 潔(깨끗할 결)입니다. 潔을 쪼개 보면 氵丯刀糸가 되는데, 이 각 부분들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한자 공부가 될 것입니다. 먼저 氵는 水(물 수)가 부수로 쓰이기 위해 변형된 모습으로, 점이 세 개가 있기 때문에 삼수변이라고 부릅니다. 冫처럼 점이 두 개가 있으면 이수변이라고 부르는데 삼수변은 흐르는 물, 이수변은 얼음을 주로 나타냅니다. 冰(얼음 ...
廳 관청 청 저는 개인적으로 정체자(한국, 홍콩, 대만 등에서 쓰이는 전통 한자)를 좋아합니다만, 몇몇 정체자는 현실에서 쓰기에는 너무 불편합니다. 관청 청(廳)이 그 중 하나입니다. 총 25획이나 되는 이 글자는 컴퓨터에서 글자 크기를 많이 키우지 않으면 뭉개져 보여서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廳을 庁으로 간단하게 만들었고, 중국에서는 더욱 간단하게 厅으로 쓰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쓰는 한자를 신자체(新字體)라고 하고 중국에서 쓰는 한자는 간체...
尖 뾰족할 첨 두 개 이상의 한자를 각각의 뜻을 살려서 합쳐 새로운 한자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회의(會意)라고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한자를 회의자(會意字)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 목(木) 두 개를 합쳐서 ‘나무가 많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수풀 림(林)을 만들어내는 식입니다. 나무 목 세 개가 합쳐지면 빽빽할 삼(森)이 됩니다. 나무가 많으니 빽빽하겠지요? 森은 빽빽하다는 뜻도 되고 수풀이라는 뜻도 됩니다. 삼림(森林)이라고 쓰면 나무 목(木)이 다섯 개나 있으니 나무가 많이 우거진 숲이...
危 위태할 위 위태할 위(危)를 뜻과 뜻이 합쳐진 회의자(會意字)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뜻과 소리가 합쳐진 형성자(形聲字)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학자 분들께 부탁 드리기로 하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한자를 쉽게 외울지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危를 쪼개 보면 厃(위태로울 위)와 㔾(병부 절)이 되는데, 둘 다 독립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고 부수로 주로 쓰입니다. 厃를 더 쪼개보면 厂와 勹가 되는데...
示 보일 시 획수가 5획밖에 안 되지만 매우 중요한 한자가 있는데 바로 示(보일 시)입니다. 사실 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성자나 회의자는 그보다 작은 한자들을 합쳐 놓은 것이기 때문에 획수가 적은 한자일수록 중요할 확률이 높습니다. 흔히들 한자에 214개의 부수(部首)가 있다고 하는데, 이 214개의 간단한 한자들을 합쳐서 수만 개의 한자를 만들게 됩니다. 간단한 레고 조각들을 합쳐서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示(보일 시)는 단독으로 보인다, 본다라는 뜻으로도...
牧 칠 목 어릴 적에 “서울에서 카우보이들이 사는 동네는?”이라는 난센스 퀴즈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답은 목동(木洞)이었습니다. 동네 이름 목동(木洞)과 소, 양 등을 치는 목동(牧童)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이었지요. 목동(牧童)은 牧(칠 목)과 童(아이 동)으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牧(칠 목)은 뜻과 뜻이 합쳐진 한자인 회의자(會意字)로, 牛(소 우)와 攵(칠 복)이 합쳐졌기 때문에 가축을 친다는 뜻을 갖습니다. 攵(칠 복)은 부수로 굉장히 자주 ...
岸 언덕 안, 물가 안 뉴스나 신문에서 양안관계(兩岸關係)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중국과 대만은 서로를 나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관계(兩國關係)라는 말 대신 양안관계(兩岸關係)라는 말을 씁니다. 岸이 ‘물가 안’이니, 양안관계는 ‘두(兩) 해안(岸) 사이의 관계(關係)’라는 뜻이 됩니다. 岸은 한자 사전에는 ‘언덕 안’이라고 나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바닷가나 물가의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물가 안’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편합니다. 동해안(東...
息 쉴 식, 숨쉴 식 홍콩과기대학 기념품점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내판의 중국어와 영어 문구가 다른 것이 사뭇 재미있었습니다. 영어로는 CLOSED, 즉 “닫혀 있음”이라고 적혀 있고 중국어로는 休息(휴식)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만약 반대였다면 영어로는 RESTING, 중국어로는 關門(닫을 관, 문 문)이라고 되어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좀 어색합니다. 이래서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휴식은 쉴 휴(休), 쉴 식(息) 두 글자로 이루어진...
封 봉할 봉 “카이펑 요우거 빠오칭띠엔~ 티에미엔 우쓰 비엔 쫑 지엔~” 하는 노래를 아시나요? 아신다면 1994년에서 1996년 사이에 ‘판관 포청천’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신 분일 겁니다. 송나라의 수도였던 개봉(開封)의 부윤(지금의 시장)이었던 포청천(包靑天)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는데 포청천이 범죄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하는 내용이어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한국의 노래방 기계에 드라마 주제가가 한글 가사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카이펑 요우거 빠오칭...
踏 밟을 답 가끔 신문에서 “전인미답의 영역을 개척하다”와 같은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전인미답은 한자로 前人未踏이라고 쓰는데, “이전(前)의 사람(人)이 밟지(踏) 않았다(未)”라는 뜻입니다. 踏은 ‘밟을 답’자인데, 전인미답 외에도 현지답사(現地踏査), 답습(踏襲) 등의 단어에 쓰입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답십리(踏十里)라는 동네가 있는데, 흥인지문(동대문)에서 10리를 걸어가면(땅을 밟으면) 있는 동네라서 답십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踏(밟을 답)은 足(발 족)이 뜻 부분이고 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