爾 꺾을 절, 값 깎을 절 홍콩에서 지내다 보면 상점에서 9折, 88折, 5折 등의 문구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 때의 折은 꺾을 절, 값 깎을 절이라는 글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다시피 9折은 물건을 정가의 90%에, 88折은 물건을 정가의 88%에 판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할인가가 정가의 몇 퍼센트인지를 표시할 때에도 折을 쓰고, 할인 자체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물어볼 때에도 折을 씁니다. 折의 광동어 발음은 찟(jit3)인데, 광동어로 야우 모우 찟 아...
爾 너 이 서울의 중국어 명칭은 2005년에 한청(漢城, 한성)에서 쇼우얼(首尔, 수이)로 바뀌었습니다. 쇼우얼(首尔)의 尔(얼)은 '너 이'라는 글자인데, 대부분의 경우에 너라는 뜻으로 쓰이지 않고 외래어의 ㄹ 발음, 로마자로 보자면 L, R 발음을 음차하는 데에 쓰입니다. 쇼우얼(首尔)에서도 쇼우(首, 머리 수)는 으뜸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얼(尔)은 서울의 ㄹ 받침에 대한 음차로만 쓰였습니다. 얼(尔)이 들...
髮 터럭 발, 머리카락 발 학생 때 중국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髮(터럭 발, 머리카락 발) 자를 외우기 쉽게 長彡友로 쪼개서 "머리카락(彡, 터럭 삼)은 오래 가는(長, 길 장) 친구(友, 벗 우)다"라고 풀이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엄밀히 하자면 머리카락 발(髮) 자의 아랫부분은 벗 우(友) 자가 아니라 점 하나가 더 있는 달릴 발(犮) 자입니다만, 일상 속에서 파자(破字) 놀이를 할 때에는 그렇게까지 깐깐할 필요는 없을 것입...
罐 두레박 관, 깡통 깡 깡통은 캔(can)과 통(筒)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캔이나 통이나 같은 말이니 깡통이라는 말은 동의어 반복이 됩니다. 우리말에서는 이렇게 같은 뜻의 글자를 연달아 써서 뜻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준어인 영지버섯, 처갓집, 완두콩, 천도복숭아 등이 좋은 예입니다. 영지버섯의 경우 지(芝)가 버섯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한자를 풀어보면 영버섯버섯이 됩니다. 처갓집도 한자 처가(妻家)와 순우리말 집이 합쳐진 단어여서 처집집이 되고 완두콩은 완(豌)과 두(豆)가 ...
狗 개구 원래 개 견(犬)은 큰 개를, 개 구(狗)는 작은 개를 의미하는 한자였다고 합니다. 개 견(犬)이 부수로 쓰이면 모양이 바뀌어서 개사슴록변(犭)이 되는데, 개사슴록변 옆에 글귀 구(句)를 붙이면 개 구(狗)가 됩니다. 따라서 개 구(狗)에서 뜻 부분은 개사슴록변(犭), 소리 부분은 글귀 구(句)가 됩니다. 재미있게도 글귀 구(句)를 말 마(馬) 옆에 붙이면 비슷하게 망아지 구(駒)가 됩니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두 글자를 또 다르게 구분합니다. 현대 중국어에서...
暫 잠깐 잠 ‘잠깐’은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자 표기가 없는 우리말로 나옵니다. 그런데 광동어에서도 ‘잠깐’이라고 말하면 같은 뜻이 됩니다. 광동어에는 장단음의 구분이 있어서 정확히는 ‘잠깐’이 아니라 ‘자암까안’이 되기는 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발음이 꽤 비슷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광동어의 ‘잠깐’은 jaam6 gaan1으로, 목소리를 깔고 ‘자암’이라고 한 뒤에 힘을 줘서 높은 음으로 ‘까안~’ 하는 발음입니다. 이렇게 우리말과 광동어에서 ‘잠깐’의 발음이 비슷한 이유는 우리말의 ‘잠깐...
推 밀 추, 밀 퇴 퇴고(推敲)는 당나라의 가도(賈島)라는 시인이 시를 쓰면서 문을 "민다"라고 할 지 문을 "두드린다"라고 할 지 고민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퇴고의 퇴(推)는 '밀 퇴'이고 고(敲)는 '두드릴 고'입니다. 가도가 어느 날 길을 가면서 머릿속으로 시를 쓰던 중 퇴(推)와 고(敲) 둘 중 어떤 글자를 골라야 할 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거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앞에 오는 행차를 보지 못해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 행차는 당시의 유명한 시인이자 벼슬아치인 한유(韓愈)의...
企 꾀할 기, 발돋움할 기 한자를 깨뜨리는 것을 파자(破字)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친할 친(親)을 쪼개서 立木見으로 쓰는 식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친한 친구가 놀러 오는지 궁금해서 나무(木, 나무 목) 위에 서서(立, 설 립) 멀리 내다보고(見, 볼 견) 있는 모습”이라는 식으로 말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노는 것을 파자 놀이라고 합니다. 이런 파자 놀이를 사용한 퀴즈로 “쌀을 키우는 데에 손이 몇 번이나 갈까?”가 있습니다. 답은 88번입니다. 쌀 미...
企 꾀할 기, 발돋움할 기 企(기)는 사람 인(人)과 그칠 지(止)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그칠 지(止)는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발자국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企(기)는 사람(人)이 발을 멈추고(止) 제자리에서 무언가를 보려고 발돋움을 한다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여러 한자의 뜻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를 회의자(會意字)라고 합니다. 한편 企에는 무언가를 꾀하거나 도모한다는 뜻도 있는데 지금은 이 뜻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기업(企業)은 사업(業)을 꾀하는...
膠 갖풀 교, 아교 교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가 위화도 회군입니다. 고려의 우왕(禑王)이 명나라를 치고 싶어하자 이성계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네 가지 이유를 말했는데 이것을 사불가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왕은 이성계에게 명나라 공격 명령을 내렸고, 이성계는 군사를 이끌고 요동으로 가다가 압록강에 있는 위화도에서 군대를 개경으로 돌립니다. 이 사건이 조선 건국으로 이어지지요. 이성계가 말한 사불가론 중 네 번째 항목은 "장마철이라서 활에 붙인 아교가 떨어진다" 였습니다....
烏 까마귀 오, 검을 오 옛날 사람들은 까마귀를 보면서 온 몸이 검기 때문에 눈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 조(鳥)에서 눈을 상징하는 획 하나가 빠진 글자가 까마귀 오(烏)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새의 시점에서 그린 지도를 조감도(鳥瞰圖)라고 하는데, 여기서 획 하나만 빼면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가 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형편없는 군대를 가리키는 사자성어로 오합지졸(烏合之卒)이 있는데, 글자대로 보면 까마귀(烏)가 모...
也 어조사 야, 또한 야 천자문은 중국 남북조시대 때 주흥사라는 사람이 당시 황제였던 양무제의 명을 받아 지었습니다. 양무제가 주흥사에게 천 개의 글자를 한 번씩만 사용해서 글을 지으라고 했는데, 일설에 의하면 하룻밤 안에 글을 다 쓰지 못하면 사형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주흥사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천자문을 다 쓰고 나자 머리가 다 하얗게 세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천자문을 흰 머리 글,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릅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참 유...
虹 무지개 홍 옛날 중국 사람들은 무지개를 머리가 두 개 달린 용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몸통이 하늘 높이 떠 있고 두 머리가 땅에 닿아 있는 상태인 것이죠. 무지개는 한자로 虹(홍)이라고 쓰는데 벌레 충(虫)이 뜻 부분이고 장인 공(工)이 소리 부분입니다. 소리 부분인 공(工)과 무지개 홍(虹)의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데, 이렇게 형성자의 소리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장인 공(工)은 소리 부분입니다만, 옛날 중국 사람들이 工을 양쪽에 머리가 달...
田 밭 전 밭 전(田)은 광동어로 틴(tin4)이라고 읽습니다. 홍콩에는 '틴'으로 끝나는 지명이 많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홍콩에 밭이 많았나 봅니다. 당장 지하철에만도 샤틴, 호만틴, 람틴 역이 있습니다. 틴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샤틴와이 역도 있고요. 오늘은 이 지명들의 유래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샤틴은 한자로 沙田(모래 사, 밭 전)이라고 씁니다. 지금 샤틴이라고 불리는 지역의 원래 이름은 렉윈(Lek Yuen, 瀝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홍콩이 영국령이 된 후 ...
鰂 붕어 즉, 오징어 적 몇 년 전 일입니다.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홍콩 지하철 역 이름에 내가 모르는 한자가 있었어.” 중국 사람이 한자를 모른다니? 친구들과 함께 어떤 역인지 찾아봤습니다. 곧 노선도에서 문제의 역을 찾았는데 그 역 이름을 본 다른 중국인 친구가 “나는 이 글자 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 한자를 모르는 것이 일반적인 일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 한자는 중국에서 거의 안 쓰이는 희귀한 ...
麵 국수 면 냉면, 라면, 밀면처럼 곡식 가루를 반죽해서 가늘게 뽑아낸 음식을 순 우리말로는 국수, 한자로는 면(麵)이라고 합니다. 麵은 麥(보리 맥)과 面(얼굴 면)으로 이루어진 형성자로 麥이 뜻 부분, 面이 소리 부분입니다. 뜻과 발음이 같고 모양이 다른 한자로 麪(국수 면)이 있는데 보통은 麵이 더 자주 쓰입니다. 한국어에서는 면(麵)이라는 한자만 사용하지만 중국어에서는 재료와 조리법 등에 따라 면(麵), 분(粉) 등 다양한 글자를 사용합니다. 麵은 총 획수가 20획이나 ...
轟 울릴 굉 같은 한자가 세 개씩 모여서 만들어진 한자들이 있습니다. 나무 목(木)이 세 개 모이면 나무가 빽빽한 숲이 될 테니 수풀 삼, 빽빽할 삼(森)이 됩니다. 구부러지지 않고 곧다는 뜻의 곧을 직(直)이 세 개 모이면 곧고 곧고 또 곧게 되어 우뚝 솟을 촉(矗)이 되는데, 임진왜란 때에 논개가 왜장을 안고 강으로 뛰어든 곳인 경상남도 진주시 촉석루(矗石樓)가 이 우뚝 솟을 촉(矗)자를 씁니다. 중국 본토에서 쓰는 간체자 중에도 이런 글자가 있습니다. 무리 중(众)이라는 글자인데...
的 과녁 적, 접미사 적 한국어의 외래어에 있는 '스', '즈' 발음은 광동어에서 '시' 발음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광동어로 버스는 빠시(巴士)가 되고 사이즈는 사이시(晒士)가 됩니다. 딸기도 영어 스트로베리를 그대로 음차해서 시도베레이(士多啤梨)라고 씁니다. 그러다 보니 버스와 택시가 한국어에서는 발음이 비슷하지 않지만 광동어에서는 빠시와 떽시가 되어 운율이 맞습니다. 택시는 광동어로 的士(dik1 si2)라고 쓰는데, 듣기에 따라 떽시로 들리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