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간세편의칼럼을통해이지면은호르무즈봉쇄가글로벌공급망에어떻게지정학적리스크프리미엄을부과했는지, 그리고 200만달러통행료모델이왜법적으로나경제적으로성립될수없는지를분석했다. 극적인반전은지난금요일(4월 17일)에일어났다. 이란외무장관아라그치가 “해협은완전히개방됐다”고선언한것이다. 시장은즉각반응했다. 브렌트유는하루만에 11% 폭락해배럴당 88달러로내려앉았고, 다우지수는사상최고치를경신했다. 그러나안도는짧았다. 불과 24시간뒤인토요일(4월 18일), 이란혁명수비대는해협재봉쇄를선언하며접근선박을공격했다. 해협의문...
홍콩 아트 시장을 다루는 가장 흔한 문장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올해 Art Basel Hong Kong 2026을 두고 나온 공식 논평과 언론 보도 역시 강한 판매와 공고한 상업적 성공을 강조했다. 방문객 91,500명, 수천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폭넓은 가격대의 거래. 그러나 이 표면적인 숫자들은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는 본질적인 구조 변화를 끝까지 설명해 주지 못한다. 올해 아트 바젤의 핵심은 딜은 성사되었으나, 자본의 발원지와 종착지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Art Basel & U...
지난주 칼럼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조건으로 위안화 결제를 내걸며 발생할 계약법적 파장과 다국적 기업들이 직면할 ‘후발적 위법성’의 딜레마를 짚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사이 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훨씬 더 노골적인 상업적 징수 시도로 진화했다. 이제 이란은 통화 전쟁을 넘어 해협의 통행 자체를 조건부 수익 모델로 전환하려 시험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에 척당 최고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다. 중개인을 통해 현...
지난 주 칼럼에서는 호르무즈 봉쇄가 계약서의 전장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다뤘다. 불가항력 조항의 한계, 하드십 조항의 필요성, 그리고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 하지만 곧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제 전장은 계약서가 아니라 통화 자체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3월 14일, CNN은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충격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제한적으로 재개방하되 통과하는 유조선의 원유 결제 대금을 미국 달러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만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
호르무즈가 막힌 날, 계약서가 무기가 되었다 2월 28일 오전, 미국과 이스라엘은 ‘에픽 퓨리’ 작전으로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동시다발 타격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즉각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선언했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 EIA 기준으로 원유•콘덴세이트•석유제품을 합산하면 하루 약 2,000만 배럴, 원유•콘덴세이트만 집계해도 약 1,420만 배럴이 통과하는 좁은 수로가 사실상 막힌 것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7%에 달하는 물량이다. ...
미국의 헌정 위기와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 무역법 122조로 옮겨붙은 트럼프 관세 전쟁과 시장의 생존법 지난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핵심 축이던 IEEPA(국제긴급경제권법) 기반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IEEPA는 대통령에게 제재 권한은 주지만,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적인 관세를 부과할 포괄 권한까지 허용하는 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판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장면이 바뀌었다. ...
2026년 2월,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했다. 합병 기업가치 1조 2,500억 달러, 원화로 약 1,250조 원. 사상 최대 M&A다. 대부분의 보도는 “로켓 회사와 AI 회사가 합쳐졌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번 거래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합병의 구조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거래 구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xAI를 직접 흡수하지 않았다. 대신 xAI를 완전 자회사로 존속시키는 이른바 ‘삼각합병(Triangular Merger)’ 방식을...
파나마 대법원이 홍콩계 CK 허치슨 산하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에 부여된 파나마운하 양단 항만 컨세션의 근거 법률을 위헌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1997년 체결된 장기 계약은 단숨에 효력을 잃었다. 이는 단순한 계약 해지가 아니다. 연간 1만 4,000척 이상의 선박이 통과하고 전 세계 해상무역의 5~6%를 감당하는 핵심 항로의 주인이 사법적 판단 하나로 뒤바뀐 사건이다. 미국은 이를 "서반구에서 중국 영향력을 되돌리는 법치의 승리"로 환영했고 CK 허치슨은 즉각 국제중재 개시를 공식화했다. 파나마 법정의 판결 하나가 ...
차찬탱의 아침은 질문이 아닌 전제로 시작된다. 합석은 선택이 아니다. 좁은 원형 테이블. 모르는 사람의 팔꿈치가 가슴을 스칠 듯 가깝다. 메뉴판을 펴기도 전에 머리 위로 목소리가 꽂힌다. "What you want?" 주어와 예의를 발라내고 뼈만 남은 영어. 주인장의 손톱 밑에는 검은 때가 끼어 있고 앞치마는 기름에 절어 뻣뻣하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재촉하고 있다. 주문, 서빙, 계산, 치우기. 이 4박자의 리듬이 깨지는 것을 그는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반사적으로 메뉴판 가장 위의 것을 가리킨다...
1월 26일,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내놓은 발표는 홍콩 금융가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금융의 흐름을 주시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신호다. HKMA가 ‘위안화 유동성 자금(RMB Liquidity Facility)’ 규모를 기존 1,000억 위안에서 2,000억 위안으로 두 배 늘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금융 용어가 낯선 이들에게는 그저 정책 변경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선다. 홍콩의 금융 인프라가 단순한 환전소를 넘어 글로벌 위안화 금융의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것...
2020년 서방 언론은 일제히 홍콩의 부고를 타전했다. “부유층 엑소더스” “금융 허브의 추락” “한 시대의 종언”.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지면을 도배했고 홍콩의 운명은 이대로 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4년. 현실은 이른바 ‘주류 내러티브’와 판이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홍콩에 둥지를 튼 싱글 패밀리 오피스는 2,700개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운용 자산이 5,000만 달러(약 735억 원)를 넘어서는 초대형 가문들이다. 2024년에는 200여 명의 백만장자가 순유입되며 지난 5년간의 유출세를 끊어내고 ...
홍콩의 법조계에서 ‘법정변호사(Barrister)’라는 직함은 제법 고고한 귀족처럼 들린다. 가발을 쓰고 법복을 휘날리며 고상한 언어로 정의를 논하는 모습. 하지만 그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벗겨내고 본질을 들여다보면, 나는 그저 매일 링 위에 오르는 싸움꾼에 불과하다. 법정과 복싱 링.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 두 장소는 닮았다. 두 곳 모두 인간이 자기 육체와 정신의 한계에 부딪히며, 가장 밑바닥의 본성까지 발가벗겨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을 증명하려는 욕망과, 내가 철저히 틀릴 수도 있다는 ...
애드미럴티에 위치한 고등법원, 무거운 법정의 문을 닫고 나오면 나의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된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 서류.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치열한 공방. 의뢰인의 운명을 짊어진다는 압박감. 논리의 탑을 쌓느라 탈진해버린 영혼을 이끌고 나는 홍콩 센트럴의 화려한 빌딩 숲 한 켠, 어둡고 매캐한 지하 클럽으로 향한다.이것은 습관이라기보다는 생존 본능에 가깝다. 왜 하필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이냐고? 그곳은 법정과 가장 닮았으면서도 동시에 법정을 완벽하게 배반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분쟁 해결...
올해의 달력에는 참으로 잔인한 아이러니가 숨어 있었다. 지난주 목요일은 추수감사절이었다. 매년 이날은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여 나누는 온기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풍성한 식탁, 그리고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락함으로 채워져야 하는 날이다. 홍콩에서도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사람들에게는 숨 가쁜 한 해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가족들이 모여 우리에게 허락된 축복들을 함께 하나하나 헤아려보는 쉼표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식탁에서 가족과 둘러앉아 감사의 이유를 하나 둘 꼽아보고 있던 바로 그 시각 타이포(Tai...
최근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대규모 국제중재 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전 세계에서 방문한 수백 명의 국제중재 변호사들과 업계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여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도 많았고 과거에 한두 번 만났던 사람들과 재회하는 시간도 있었다. 분쟁 해결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업계와 계층의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해 왔으나 단시간에 그토록 다양한 문화권과 사회 계층의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경험은 자주 있지 않다. 이런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각 개인이 선택하는 언어, 표현 방식, 그리고 대화하는 ...
지난 몇 년간 전국체전에 홍콩대표팀의 스쿼시 선수나 감독으로 참가해왔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다시 코트 위에 설 때면 고등학과와 대학교 대표 선수로 뛰던 학생의 나와 마주한다. 그 때의 열정을 지금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하지만, 경기를 하기 위해 코트에 들어갈 때면 경쟁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국체전에서 각자 자신의 종목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을 마주하면 마치 전투에 나서는 전사의 모습이다. 승리 아니면 패배만이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의 전투. 이러한 적자생존의 논리는 ...
스쿼시 코트에서 한참 다른 아이들과 훈련 중인 아들 둘의 모습은 하나의 작은 세계와 같다. 내 아들 둘은 피부색도, 눈동자 색도, 각자의 부모와 사용하는 언어도 제 각각인 다른 아이들과 뒤섞여 땀을 흘린다. 그 모습 속에서 문득 15살의 나를 떠올린다. 조기유학을 떠나 거대한 북미 대륙에 뚝 떨어진 작은 섬처럼 존재했던 주류 사회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나의 색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 어린 날의 불안을 말이다. 그런데 내 아들 둘의 얼굴에는 그런 종류의 불안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다름을 설명하거나 변명할...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 벌어지고 있는 무역 전쟁의 포성 속에서, 또 전세계와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겨눠진 관세의 칼날을 보며 협상의 기술과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국가의 명운을 건 경제적 담판이나 우리 삶의 작고 큰 분기점이 되는 연봉 협상이나 그 심리적 문법은 놀라울 만큼 닮았다. 감정이 앞선 자는 길을 잃고 철저히 준비한 자의 침묵은 천 마디 말을 압도한다. 법정 안밖에서 수많은 분쟁을 해결하며 깨달은 것은 가장 치열한 싸움조차 결국 더 나은 합의를 향한 길고 고통스러운 협상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
만화 True Beauty 캡처 우리는 왜 어떤 이에게 이유 없이 끌리는가? 완벽한 이목구비나 조각 같은 몸매를 가져서도 아닌데 그저 존재 자체로 공간을 장악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 힘을 '매력'이라 부른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일상의 불안을 철학의 시선으로 해부했듯, 이 매력이라는 지극히 본능적인 끌림의 근원을 파고들어가 보면 우리는 '자신감'이라는 견고한 심리적 토대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자신감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길...
최근에 새로 산 커피 기계로 정교하게 설정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온도는 오차 없는 65도, 농도는 12브릭스, 추출 시간은 4분 30초. 기계는 설정된 값을 어김없이 지키면서 매번 동일한 맛을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빠르고 편리하며 균일한 맛을 내기에 구입했지만 어제는 그 흠 없는 완벽함이 오히려 커피 맛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문득 사무실 근처 낡은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가 떠올랐다. 그는 종종 실수를 한다. 어떤 날은 원두를 살짝 태운 거 같은 맛을 내고, 어떤 날은 우유 스팀을 너무 일찍 끄기도 한다. 손이 떨...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한미 간 비자 문제가 통상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규 신청 수수료를 10만 미국달러(약 1억 4000만원)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다시 한번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미국 취업을 꿈꾸던 전 세계 인재들은 물론,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사실상 '비자 장벽'을 쌓아 올린 것으로, 세계 인재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