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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를 따면서 생각했어요. 고사리를 딸 때 '똑똑' 소리가 나잖아요. 그걸 들으면서 제 인생의 꺾임을 떠올렸어요. 버릴 것과 지켜야 할 것을 알려준 게 고사리였어요. 인생에서 털어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요."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 주최 제27회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김지현(61) 작가는 지난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상작 '고사리'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작가는 고사리를 딸 때 욕심을 내 끊어지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꺾으면 집에서 말려도 그 부분은 잘 마르지 않고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인생의 정리 과정에 비유했다. 그는 "고사리를 따는 과정도 나한테 꺾여주니까 행복한 거지만, 고사리를 말리는 과정도 내 인생을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금성출판사 편집자로 일했고,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도 짧게 활동했다. 중•고등학교 내내 문예반 활동을 하며 수상 경력이 끊이지 않은 '문학소녀'였지만,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되면서 창작 세계와는 멀어졌다.
김 작가는 "우리 때는 결혼하면서 전업하는 게 정석이었으니까요"라며 전업주부로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육아하던 평범했던 삶을 회상했다.
그는 2002년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고, 이후 시애틀에 정착했다. 이민을 떠난 계기에 대해 "아이들 교육 때문에"라고 밝혔으나, 삼성전자에 다녔던 남편이 IMF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하며 가족이 함께 이민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낯선 땅에서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특히 테네시에 머물던 시기, 직항편이 없어 이동에 이틀이 걸리는 바람에 친정어머니 장례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는 "그때 마음의 빚이 많이 쌓였죠"라며 이 경험이 훗날 그의 글 속에 묵직한 그늘로 녹아들었다고 했다.

"엄마가 늘 말씀하셨어요. 파란 감나무가 나오는 태몽을 꾸셨다고… 그게 문학가가 되는 꿈이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받은 격려는 오래 잠들어 있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다시 깨어났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겨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고 한가해지자, 그는 시애틀의 끊임없이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일기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재외동포 여성의 삶과 내면을 담담하게 그려낸 '버티기'라는 제목의 수필을 서북미 문인협회 공모전에 제출해 가작으로 뽑히면서 다시 '문학의 자리'로 돌아왔다.
김 작가는 지난해 시어머니 장례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직접 고사리를 채취한 경험을 글로 옮겼다. 고사리가 밟혀도 다시 자라나는 생명력은 이민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비유하는 데 가장 적절한 이미지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이민자의 삶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풀어내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줬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