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루(茶樓)가 뭐지?
20세기 초, 홍콩에는 주루와 차루 두 종류의 중식당이 운영되어 왔다. 주루(酒樓)는 저녁 만찬에, 차루(茶樓)는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였다. 광동어로는 각각 ‘자우라우’와 ‘차라우’라 부른다.
오늘은 약 100년 전후의 역사를 간직한 유명 차루를 소개하려 한다. 차루는 차를 마시며 식사를 하는 곳으로, 딤섬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예전 차루는 규모 및 등급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높은 층의 차루는 대차루(大茶樓), 단층은 차거(茶居), 차실(茶室), 그리고 노동일을 하는 일반 서민용 차루는 지당(地檔), 2리관(二厘館)으로 불리었다. 2리관은 노역에 종사하는 서민이 저가의 차와 간식을 2리의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었던 데에서 유래하였다. 1리는 0.01원에 해당하는데, 1934년 기준 월급은 10원이 좀 넘었다. 이런 연유로 당시 ‘돈 많은 사람들은 위층으로, 돈 없는 이들은 아래로’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오늘날 차루는 더욱 다양한 메뉴를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홍콩인들의 사랑을 받는 식문화 공간으로서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아래 소개하는 두 곳은 홍콩인들에게는 익숙하고 잘 알려진 차루 식당들이다.
딤섬카트에 담겨진 추억의 차루 – 연향루/연향거
우리 학원의 수강생들에게 종종 묻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딤섬을 먹으러 가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어느 곳이 인기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호기심 외에도 혹시 내가 모르는 식당이라면 방문하고 싶어서이다. 나의 경우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곳으로는 카트에 딤섬을 싣고 다니는 식당을 선호한다. 방문객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최근 딤섬 카트를 운영하는 차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딤섬 카트가 다니는 연향루(蓮香樓, 광동어 ‘린흥라우’)는 1889년 광저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홍콩에도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18년부터이다. 홍콩의 연향루는 원래 센트럴의 웰링턴 117~121가에 자리 잡은 4층 건물에서 영업을 개시하였다. 당시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1층에서 딤섬을 사 가지고 2~4층에 올라가 식사를 하였다. 2층이 제일 비쌌고 주로 사업가들이 이용했다. 3, 4층이 서민들이 찾는 곳으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식사뿐만 아니라 장기나 바둑, 마작을 즐기기도 했다.
1996년, 연향루는 웰링턴 160-164가의 2층 건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2009년에는 3세대 경영인이 성완에 연향거(蓮香樓, 광동어 ‘린흥쿠이’)에 분점을 연다. 그런데 2022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100년 역사의 연향루가 코로나 사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에 들어간 것이다. 하나 아쉬움도 잠시, 올해 4월 1일 원래의 위치인 웰링턴 160가에 다시 문을 열었다. 당시 많은 홍콩인들이 들러 인증샷을 찍으며 기쁨과 환영을 표시했다.
연향루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추억의 딤섬이 있다. 린용빠우(蓮蓉包)라 불리는 찐빵 모양의 딤섬이다. 중국 후난 지역에서 직수입한 상련(湘蓮)이라는 연꽃의 상등 열매를 원료로 사용한다. 이 외에도 닭고기가 든 까이카우다이빠오(鷄球大包), 시우마이(燒賣), 마라까오(馬拉糕) 등도 연향루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딤섬류이다.
주소: 연향루 Wellington 160, Central
연향거 40-50 Des Voeux Rd W, Sheung Wan
주 단위로 딤섬의 메뉴가 바뀐다 – 육우차실
연향루가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중적 차루라면, 육우차실(陸羽茶室, 광동어 ‘록위차삿’)은 부유층의 발길이 잦은 곳이었다. 영어로는 ‘록위 티하우스(Luk Yu Tea House)’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연향루와 마찬가지로 육우차실 역시 광저우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홍콩에서는 1933년 성완의 윙쿳(Wing Kut)가에 자리를 잡은 후, 1976년 센트럴의 스탠리가로 둥지를 옮긴다. 이곳은 영남(嶺南) 풍격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영남은 광동과 광시를 일컫는다).
예전의 고관대작들이 드나들던 곳이라 내부 곳곳이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실내에 배치된 가구 및 유명 서예가의 작품, 산수화 등의 인테리어에는 품격이 느껴지는 소품들로 채워졌다.
요리에 있어서의 특징은 매주 메뉴가 바뀌는 주 단위 딤섬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오래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방에서는 서양식 베이커리를 딤섬에 접목하여 주말이 되면 다양한 메뉴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 단위 딤섬이 탄생하였다. 이것의 유래는 광저우의 육우차실이 시초였다. 이후 다른 차루가 모방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유행은 홍콩까지 전해졌다.
이 식당은 딤섬 뿐만 아니라 중식 요리도 훌륭하다. 2022년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었는데, 꾸로우육(咕噜肉: 광동식 탕수육), 하떠시(蝦多士: 멘보샤) 등이 추천 요리로 소개된 바 있다.
주소: 24-26 Stanley St, Central
< 참고 자료 >
香港尋味, Alison Hui, 創意市集,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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