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신원식 교장이 3월말에 부임했다. 격리기간 일정이 완화되어 14일에서 10일로 감면받았다고 한다. 격리에서 해제된지 얼마되지 않아 학부모님들과 한인사회에 먼저 인사를 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신청했다. 차분하면서도 활기찬 목소리의 신원식 교장과 1시간 반동안 진의가 담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없어진 격리까지 하시느라 어렵지 않으셨는지
한인사회에 일원이 되어 영광이다. 축하도 많이 받았다.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교육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왔다. 홍콩에 오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 준비했기 때문에 (격리를 마치고) 매일 학교 오는 길이 즐겁다.
어떤 과정을 준비해야 홍콩한국국제학교 교장으로 선발될 수 있는지?
일단 경력과 자격이 되어야 한다. 교장 자격이 되려면 4가지 자격증을 갖추어야 하는데 교장 자격증은 2급 정교사, 1급 정교사, 교감 자격증, 교장 자격증이 필요하다. 일단 시도별로 1차 선발한 다음에 교육부에서 2차 서류전형을 거친다. 그런 다음 5명의 인터뷰를 거쳐 오게 됐다.
직접 지원하신 것인지
그렇다. 지원자에 한해 기회가 있는데 사실 교장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다른 분들도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저도 정말 열망이 있었다. 여기에 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 좋은 과정이 될 수 있고 한국학교에서의 경험이 홍콩에서 국위(선양)이라는 뜻도 있다. 독립운동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가진 교육부문의 역량을 기여하고 싶다.
교장 선생님의 철학이 있으실텐데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저의 교육적 경영철학이 ‘아이들이 세계를 볼 수 있는 재원이 되는 것’이 첫번째 목표이다. 홍콩에서는 자연스럽게 되어 있어서 기쁘다. 이제 창의성, 정체성 등을 녹여내고 홍콩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서 적용하도록 하겠다.
학교 첫인상은 어떠신지
바다와 공원을 끼고 있어서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작지만 IT시설과 실내 수영장까지 갖춰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 프로그램도 KIS가 IPC를 새롭게 시행해서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IPC 과정을 설명해주신다면?
(이 질문에 대해 이상훈 유초등 수석부장님이 설명을 도왔다.)
이상훈 유초등 수석부장 : 기존에는 영어수학, 영어사회, 영어과학 등이라는 과목으로 한국 교육과정을 영어로 그대로 번역해서 배우는 2중언어 교육이 있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영어로 빨리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 내용을 두번 배우다 보니 따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재미있으면서도 다른 학교들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근 교육 트렌드를 적용했다. IPC 과정(International Primary curriculum course)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과정이며 테마형, 주제형 수업이라고도 불린다. 작년 1~2월에 시범을 해보고 올해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가져 만족도가 높다.
신원식 교장 : KIS 한국부는 스탭 대비 학생 수가 2.5명 정도 된다. 현재 한국부 학생은 총 117명 교직원은 38명이다. 소수 정예인데다가 국고 지원이 있기 때문에 (학비로 충당되지 않더라도) 학생을 위한 고품질의 교육이 가능하다.
학교 개선에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다면?
특별히 학부모와의 관계와 학생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려고 한다.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발전이 없기 때문에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학교에는 이사회가 있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다. 건설적으로 잘 되어온 관계라면 소통이 잘 될텐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계를 긴밀하게 하고 회복해야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이 모든 분들의 소망을 담는 과정이라고 본다. 저는 학부모와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단추도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에게 개방하고 공존하는 쪽으로 가는게 큰 방향이다.
IPC 과정이 새로운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KIS의 10년 정도를 되돌아보면 국제부는 학생수가 어느 정도 늘어났지만 한국부는 줄어들어서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다. 과목별로 학년을 다르게 통합한다든지 변형해서 한다든지 하는 형태가 학생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또는 교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안’ 같은 방법으로 적용하지 않았나 하는 반응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상훈 유초등 수석부장 : IPC 과정은 학년을 통합하지는 않는다. 과목을 통합하는 것이다. 최근 교육 트렌드는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과목에서 한가지의 주제로 통합하여 하는 것이다. 여러 주제별 학습 단위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질적으로 더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학생수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아닌지
많이 줄었다가 현재 117명으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 이유가 환경적인 이유라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부적인 충실도나 홍보가 부족하다면 저희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KIS의 입학 추세를 보면 홍콩 초기 정착과정의 사람들이 저학년을 중심으로 많이 입학한 뒤에 초등부 고학년, 중등부 등에서는 다른 국제학교로 이동했다가 국내 입시를 목표로 하는 고등부에 다시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홍콩한국국제학교는 ‘한 지붕 두 학교’라는 특이한 태생적 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교육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홍콩한인회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교장은 3년마다 파견되는 구조이기에) 장기적 발전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홍콩 현지 국제학교들과 경쟁력을 갖기에는 여전히 큰 숙제를 갖고 있다고 본다. 새로 부임하셔서 에너지가 넘치실텐데 학교 발전에 대한 해결방법을 어떻게 찾아나가실 계획이신지. 구체적인 방법보다 방향을 여쭙고 싶다.
KIS에 대해 여러가지 갈등들이 있어왔고,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던 것 같고, 각각의 시각들이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학교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기본적인 입장이 있기 때문에 쉽게 풀지 못했겠지만, 학부모님과 다시 소통의 문을 열고 진의를 전달해 나가면서 방법을 찾고 싶다. 유초등부와 고등부는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중등부에서 학생 수 부족은 사실 뼈져리게 느끼는 숙제이다. 모든 해결책의 첫번째는 교육이다. 우수한 교육의 질을 만들 수 있도록 기본에 집중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식개선, 방향개선 등을 노력하겠다. 홍콩의 여러 한인 기관, 단체들과도 긴밀하게 대화하면서 방법을 찾아가겠다. 확실히 달라진 것이라면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개선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신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시면서 지난 4, 5년 동안 쉽게 말할 수 없는 학교의 상황에 대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시기가 왔다고 본다. 새로운 의지가 있으시고, (KIS 이사장인) 한인회장도 새롭게 취임했기에 변화의 개선의 좋은 분위기이다. 지금은 누가 먼저 손을 내밀고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은 제가 (교장으로서) 당사자가 되었으니 그런 부분까지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역적인 부분들, 아직까지도 휴유증이 있을 수 있는데,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보듬으면서 교훈을 얻고 일정부분 역할이 있다면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생각이다. 학교가 갈등이나 부정적인 부분에서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선생님들과 정보 공유를 많이 해고, 학부모님들과도 투명하게, 불신의 벽이 쌓이지 않도록 하겠다. 어떻게보면 해결책보다도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또한 구성원들도 다 회복되면 좋겠다. 학교 오는 길이 즐겁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부임하신지 초기에 무거운 주제의 질문을 드리기가 조심스럽지만 학내 구성원과의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실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해 이상훈 유초등 수석부장님이 설명을 도왔다.)
이상훈 유초등 수석부장 : 제가 몇년 전 부임했을 때 PTA 학부모 모임을 가지면서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을 느꼈다. 교사들이 학부모님의 말을 듣고 개선하고 싶어도 이미 큰 벽이 있는 것 같았다. 마침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KIS는 온라인 수업체재를 즉각 전환했다. 반정부 시위 때문에 수업 결손을 충당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을 2019년에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다른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녹화한 동영상을 올리면 그 영상을 보고 습득하는 방식이어서 학부모가 그 과정을 일일이 도와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KIS는 처음부터 실시간 줌(ZOOM) 수업을 했고, 학생들 얼굴 화면도 모두 켜도록 하여 학교에서 수업하던 분위기와 스케줄 그대로 진행했다. 그 광경을 부모님들이 직접 보시면서 ‘참관수업’을 하셨을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매일 ‘공개수업’을 진행한 것이고. 학교의 모든 수업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자 도리어 반응이 더 좋아졌다. 코시국 초기에 학부모와 학생에게 숙제만 가득 떠넘기는 다른 학교와 달리 KIS는 교사들이 진심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이해해 주셨던 것 같다. 더불어 홍콩 사회에서도 KIS는 온라인 수업이 우수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타 학교 학생의 학부모들이 오후 수업이라도 청강할 수 없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지금은 교사들 사이에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학생들과 다시 잘해보자는 분위기로 한마음이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희들은 항상 각각의 의무에 충실하면서도 다가설려고 노력할 것이다. KIS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이 학교에 많은 애정을 가지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신원식 KIS 교장 주요 이력
중앙대학교 객원교수
양강중학교 교장
신원중학교 교장
서울체육고등학교 교감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회 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급기관정 표창
서울시교육감 1급기관장 표창
서울특별시강서교육청교육장 표창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홍콩수요저널이 추천하는 집단 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