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눈이 안 오는 지역이지만 의외로 눈 설(雪)자를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바로 아이스크림을 뜻하는 설고(雪糕, syut3 gou1)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雪은 눈 설이고 糕는 떡 고이니 설고(雪糕)는 직역하면 눈으로 만든 떡이 됩니다. 설고(雪糕)는 광동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로, 중국 본토에서 쓰이는 보통화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대부분 빙격릉(冰激凌, bīngjīlíng)이나 빙기림(冰淇淋, bīngqílín)이라고 부릅니다.
아이스크림을 부드러운 종류, 딱딱한 종류 등으로 세분화해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에서는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 들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눈 설(雪)은 비 우(雨)와 튼가로 왈(彐)의 뜻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회의자(會意字)입니다. 눈은 비와 관련된 것이기에 비 우(雨)가, 그리고 눈이 내리면 사람들이 손에 빗자루를 들고 쓸기 때문에 튼가로 왈(彐)이 사용되었습니다.
한자에서 튼가로 왈(彐)은 사람의 손을 뜻할 때가 많은데 손가락 세 개를 옆으로 펴고 있는 모양이라고 상상하면 외우기가 쉽습니다.
튼가로왈(彐)의 가운데 가로획이 좌우로 길게 튀어나오게 써도 되고 세로획에 막히도록 짧게 써도 되는데 보통 한국에서는 길게 쓰고 일본에서는 짧게 씁니다. 사진 속 홍콩의 아이스크림 트럭에서는 가로획을 좌우로 길게 썼네요.
한편 비 우(雨)가 부수로 사용된 글자로는 눈 설(雪) 외에도 구름 운(雲), 번개 전(電), 천둥 뢰(雷) 등이 있는데, 구름과 번개와 천둥 모두 비와 연관이 있으니 당연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중 눈 설(雪)과 천둥 뢰(雷)는 정체자와 간체자에서 모양이 똑같으나 구름 운(雲)과 번개 전(電)은 간체자에서 각각 위쪽의 비 우(雨)를 생략하여 云과 电으로 씁니다.
재미있게도 홍콩에서 아이스크림을 뜻하는 설고(雪糕)를 한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카스텔라라고 나옵니다. 한자는 같지만 한국어와 광동어에서 뜻이 다른 것이지요.
이런 단어를 언어학에서는 동형이의 한자어(同形異意 漢字語)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설고(雪糕) 앞에 흰 백(白)을 붙인 백설고(白雪糕)는 한국어에서 백설기의 또다른 표기법으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