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길에 유치원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어머님, 그래서 다니엘은 어디 초등학교로 가기로 결정하셨나요?”
아, 그러고 보니 벌써 우리 아이가 유치원 마지막 학기인 K3학년 봄/여름학기를 보내고 있구나. 그리고 몇 주 후면 졸업에 이제 초등학교를 들어가겠구나 생각을 하니,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와 동시에 아이 유치원의 3년 동안의 생활이 머리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일하는 엄마로써, 그리고 외국인 엄마로써 광동어가 원활하지 못해 아이의 유치원의 생활을 더 긴밀하게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을 사귀고, 친구들과 그리고 외국인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그곳에서 인간관계와 사회성을 기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공립유치원은 워킹맘인 나에게는 너무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학부모를 위한 혹은 학부모와 함께 하는 이벤트를 다양하게 제공했다. 매 학기마다 학부모 간담회를 열어서 부모님의 피드백을 듣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고, 야외 소풍, 운동회, 국립공원 방문, 설날 혹은 추석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운동회이다. 그 이유는 우리 아이가 그 운동회에서 거의 모든 상을 휩쓸어왔기 때문이다! 그 날은 유치원에서 홍콩의 큰 야외 공원에서 운동회를 주최했고 거의 모든 학년이 같이 참가하는 큰 행사였다.
오래전부터 그 행사에 같이 참가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참가를 못하게 되어버린 것.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긴급 요청을 했고, 남편이 나 대신에 아이와 운동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남편이 참가한 것이 오히려 신의 한수 였던 것이다. 운동회에서는 거의 모든 상이 달리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이 혼자 뛰는 단거리 경주, 부모님과 함께 뛰는 릴레이 경주 등 달리기 트랙이 잘 되어있는 곳에서 달리기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리 아이의 장기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 나는 우리 아이가 달리기를 이렇게 잘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특히 부모님과 릴레이 경주에서 다른 아이들은 엄마랑 같이 뛰는데, 테니스와 수영 등으로 운동으로 몸이 다녀진, 더구나 운동이 생활의 한 부분인 아빠랑 한 팀으로 뛰는 우리 팀을 따라올 자는 감히 없었다.
아빠도 빨리 뛰는데, 아이도 얼마나 빨리 뛰는지, 우리 아이는 정말 날아다니는 말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아빠랑 달리기에 탄력을 받은 아이는 자신감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혼자 뛰는 달리기 경주에서도 단연 1등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그 운동회에서 두 개의 금메달과 두 개의 은메달 해서 총 네 개의 메달을 따왔다. 할렐루야~!
그 후로도 아이는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고, 집에서도 얼마나 잘 뛰는지. 이미 엄마의 달리기 속도를 따라잡은 지는 오래전이고. 그래서 같이 술래잡기 같은 놀이를 하면 내가 따라 잡을 수가 없다 도저히.
또 기억에 남는 학교 활동은 바로 방과후 수업인데 학교에서는 그림 그리기, 태권도 등을 다른 정부기관과 연계해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주었다. 우리 아이는 그림과 태권도 둘다 들었는데, 오히려 태권도보다 그림을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권도는 하기 싫다고 하는데, 그림 수업이 있는 날이면 유치원에 가는 것을 평소보다 더 좋아했다. 아이는 뭔가 새롭게 창의적으로 하는 것을 너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쪼르르 달려와서 오늘 그림 수업에서 그린 자기 그림을 보여주며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매일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 놀이를 하곤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린 모든 그림은 차곡차곡 잘 모아놓고 있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자기가 어릴 때 그린 그림이라며 보여주고 싶다.
잠깐 주마등처럼 3년의 아이의 유치원 생활이 스쳐지나 가며, 유치원 선생님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어머님, 다니엘이 원하는 초등학교 학교에 붙었나요?”
“네, 다니엘은 카우룬통에 있는 홍콩 사립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지난 3년간 넘치는 사랑과 돌봄으로 아이를 가르쳐준 유치원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빌어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