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장씨 성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발음은 똑같이 '장'이더라도 한자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씨 성에 사용되는 한자 중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글자는 張(베풀 장)입니다. 간체자에서는 길 장(長) 부분을 长으로 간략하게 해서 张이라고 씁니다. 이 張씨는 한국에서 성씨 순위 9위에 올라 있으며 중국에서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어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가리킬 때 장삼이사(張三李四)라는 관용구를 쓰는데 문자 그대로 보면 장씨네 집 셋째(장삼, 張三)와 이씨네 집 넷째(이사, 李四)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중국에 장(張)씨와 이씨가 많다는 뜻이겠지요. 더불어 1979년에 중국에서 한자녀 정책이 실시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장삼이사라는 표현은 꽤 오래 전에 만들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장씨 성 중 둘째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글자는 蔣(성씨 장)입니다. 이 蔣씨는 한국 성씨 순위 92위로 인구 수가 남궁(南宮)씨, 탁(卓)씨와 비슷합니다. 대표적인 蔣씨로는 세종대왕 시절의 발명가 장영실(蔣英實)과 중화민국의 초대 총통인 장개석(蔣介石)이 있습니다.
장개석의 경우 문헌에서 한국식 한자 발음인 장개석, 보통화 발음인 장제스(Jiǎng Jièshí), 광동어 발음을 바탕으로 영어권에서 읽은 창카이섹(Chiang Kai-shek)이 혼용되고 있지요.
그 외에도 莊(씩씩할 장, 영토 장), 章(글 장), 長(길 장) 등의 한자도 장씨 성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중 莊씨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고대 중국 철학자인 장자(莊子)가 있으며, 莊은 현대에 와서는 영어의 John을 광동어에서 음차할 때에도 쓰이곤 합니다.
홍콩 섬 완차이에 있는 존스톤 로드(Johnston Road)를 광동어로 莊士敦道(종씨뛴또, jong1 si6 deun1 dou6)라고 적는 것이 한 예입니다. 참고로 보통화에서는 John을 주로 約翰(위에한, Yuēhàn)으로 음차합니다.
John의 어원이 히브리어의 요하난과 그리스어의 요아네스인 것을 생각하면 John보다 더 원어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約翰을 한국 한자식으로 읽은 ‘요한’은 우리에게도 꽤 친숙한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