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옥스팜트레일 100Km 완주한 ‘아자아자 코리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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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옥스팜트레일 100Km 완주한 ‘아자아자 코리아’팀




침사츄이에서 첵랍콕 공항까지 걸어간다면? 아니,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침사츄이에서 심천까지 같이 걸어가자고 한다면? 필자는 결코 그런 이성과 만나지 않으리.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 3배의 거리를 걸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옥스팜트레일에 참가한 한국인팀 ‘아자아자 코리아’의 김영우, 이윤호, 김대희, 박정은 씨이다.



(왼쪽부터 이윤호, 박정은, 김대희, 김영우)


얼마전 수요저널 자유게시판에 옥스팜트레일 참가완주에 대해 짤막한 자축 메시지가 올라왔다. 사이궁에서 시작해 튜엔먼 원롱까지 장장 100킬로미터의 대장정을 33시간 32분의 기록으로 통과했다는 소식이었다.

본지 직원들도 마침 옥스팜트레일 행사 다음날 사이궁에서 4시간코스의 산행을 했기에 트레일 참가자의 노고와 흔적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한국인이 완주했다는 말에 이 대단한 초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12월 1일 저녁 침사츄이 고궁에서 만난 이들의 첫 인상은 푸근한 동네 어르신과 큰형님, 작은 형님, 그리고 씩씩한 여동생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미 100킬로미터를 완주했기에 어디 부상이나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기자의 편견은 와르르 무너졌다. 마치 즐거운 산행을 장시간 한 것 외에는 크게 다른게 없다는 분위기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는 30~50킬로미터 이상 뛰어주면 몸에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요. 그 기분을 말로 표현을 못해요. 이번에도 100킬로미터를 뛰고나서 기분이 좋아서 그 다음주에도 매일 2시간씩 운동했어요.”

올해 환갑이 넘은 김영우(Korchina Distribution and Storage Ltd) 씨의 말이다.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기자는 그의 부연설명을 듣고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김영우씨는 이미 2004년도에 본지 칼럼에 수차례나 소개되 홍콩 트레일을 안내해준 ‘타잔 아저씨’였던 것.

(본지 칼럼 2004년 10월 6일자 ~ 12월 5일자 타잔과 함께 가는 산행코스 시리즈)

벌써 수십년동안 한국에서부터 매주 산행을 즐겼고 홍콩에서도 산이라는 산은 모두 다 가본 달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달인은 아니었다. 산행을 매주 즐기는 사람도 100킬로미터라는 장엄하고 외로운 길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몇달 전부터 체력과 정신적인 무장을 해야 한다. 주행 마지막에 무릎에 부상을 입은 이윤호씨가 말을 이었다.

“마지막 단계에서 저도 무릎에 무리가 와서 힘들었거요. 3, 4, 7, 8번 코스가 가장 높게 올라가고 많이 내려오죠. (대회전에) 50킬로미터를 두 번 뛰어 봤는데 한 번은 야간에 뛰어보고, 한 번은 주간에 뛰어보고. 이번에는 컨디션이 매우 좋았었어요. 오르막에서 그리 힘들지 않았고 내리막에서 부상만 없었으면 훨씬더 좋은 기록을 가졌을텐데하는 아쉬움때문에 내년에 한번더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작년 대회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참가하는 박정은(HBA 인테리어 디자이너)씨는 팀장답게 당당한 말투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작년에 비해서 솔직히 조건이 좋았어요. 날씨도 좋았고요. 작년에는 다 마친팀이 별로 없었어요. 올해는 (참가자 4천6백여명중에) 86.4퍼센트가 완주했으니까요. 행사 자체는 4명의 팀원 모두가 함께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는 상위권이라고 봐야죠. 다 끝냈으니까.(웃음)”



하지만 이들에 비해서 고전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귀신잡는 해병대 출신의 김대희(하나로TNS)씨였다.

김영우씨는 “대회전날 한팀으로 참석하기로 확정되서 매우 당황했다. 그래도 해병대 출신이라고 해서 가긴 갔는데 연습과 경험없이 100킬로미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첫 도전을 성공으로 마친 김대희씨를 칭찬했다.

이에 김대희씨는 “제가 퉁충에 사는데 란타오섬에서 주말마다 10킬로정도로 산을 다니고 있었어요. 자만한거죠.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죽을 맛이었습니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까지 이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은씨가 말 문을 먼저 열었다.

“홍콩에 와 있는 사람들중에 특히 혼자 있는 사람들이 할 수있는 것들이 많지 않아요. 먹고, 쇼핑하고, 야경보고.. 그럼 주말이 정말 아까워 지거든요. 저는 드레곤 보트도 참가하고 산행도 하고, 스쿼시.. 주변에 찾아보면 한국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재미있으니까 가는 거죠. 친구를 만나고 얘기하고 맛있는거 먹고. 운동하고 나서 먹으면 덜 죄책감을 느끼거든요.” (웃음)

이어 김대희 씨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사실 홍콩이 답답했어요. 매일 똑같은 야경을 보는게 재미가 없고 동네분들과 시작했던게 산행이었는데 이렇게 다니다보면 이번주에 어떻게 지냈지, 다음주에 어떻게 지낼거지, 다음 달에 뭘 할지 하는 혼자만의 사색을 할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산이 좋아 오르고, 산이 거기에 있어서 또 오르고. 정답을 찾기보다 좋은 답을 찾으려는 과정이 소중한 것 처럼 산과 함께 자연을 느끼며 삶의 기쁨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에서 홍콩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글/영상 손정호, 편집 안현규 기자, 사진제공 박정은


옥스팜트레일이란? 옥스팜재단이 세계의 빈곤지역 지원과 구호에 쓰일 모금을 위한 연중행사로 100km의 거리를 4명이 한 조가 되어 완주하는 경기. 1986년부터 시작되어 약 6만5천명이 참가했다. (본지 2010년11월 24일자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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