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WTO 이후 중국 시장 진출 신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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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WTO 이후 중국 시장 진출 신중 필요

한국 R&D 능력-홍콩 마케팅.소싱 능력 접합 가능 이 글은 지난 3월22일 홍콩 무역발전국이 부산에서 최초로 개최한 홍콩 비즈니스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한 이면관 홍콩한인상공회 부회장의 연설 내용을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편집자註> 제가 20년 전 홍콩으로 떠날 때만 해도 오늘 세미나가 열리는 이 장소는 폐쇄된 수영공항 활주로였습니다. 이곳이 작년 World Cup 축구 조 편성 추첨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등 국제행사의 명소로 자리 잡게되고 지금은 부산 전시.회의센터로 변모하게 된 것을 생각해보면 감개무량합니다. 지난 82년 대한조선공사 홍콩지사장으로 발령 받아 떠난 후 20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 홍콩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없어 살맛 나는 곳입니다. 홍콩지사장 재임기간 중 홍콩정부로부터 12개 건설공사를 수주했는데 당시 사틴의 마온산 매립공사 현장은 영국의 standard 감리 시공으로 공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여 감독을 좀 쉽게 받기 위해 공사 감독에게 서울 출장 길에 가져온 홍삼 한 통을 선물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양하는 손길을 뿌리치고 책상 위에 놓고 나왔는데 다음날 그가 전화를 걸어 사무실로 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제 준 홍삼을 받으려면 정부 사무실 게시판에 내가 자기에게 언제 어떻게 홍삼 1점을 준 사실을 1주일간 게시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이번에는 받겠지만 다음부터는 공무원 모가지가 날아가는 것이기에 다시는 선물을 갖고 오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을 나오며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표본이라 생각하면서 공사를 원칙대로 수행하기로 결심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중국은 WTO 가입 후 고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는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큰 오산입니다. 중국의 WTO가입에 의한 시장변화를 다음과 같은 예로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두 개의 물탱크가 있는데 한 탱크에는 물이 가득 차 있고 다른 한 탱크에는 물이 절반 밖에는 없는 상태로 가정합시다. 두 탱크 사이에 칸막이를 제거한다면 물이 많은 탱크의 물은 작은 탱크로 흘러들어 급류와 혼합을 거듭하다가 결국 두 탱크의 물높이가 같아지고 물의 흐름은 정지될 것입니다. 만약 두 탱크 사이의 칸막이를 일시에 들어 올려 버린다면 급류로 인한 혼란은 대단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서히 들어올린다면 높은 물이 낮은 탱크로 옮겨 갈 것입니다. 중국을 물이 낮은 탱크에 비유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물이 가득한 탱크에 비유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중국은 WTO 가입 협상을 15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두고 인내를 가지고 했습니다. 지금 부총리를 맡고 있는 리란칭(李嵐淸)씨가 대외무역경제합작부 과장 시절부터 협상에 참가했으니 두 물탱크의 칸막이를 들어올리는 높이 조정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실감나시리라 봅니다. 드디어 작년 12월 그 칸막이는 상당한 높이로 시간 스케줄을 가지고 들어 올려졌습니다. 지금 들어 올려진 틈 사이로 높은 탱크의 물은 낮은 탱크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엄청난 속도의 물 흐름에 여러분은 어떤 위치에 자리 매김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뿌리가 약해거나 위치를 잘못 선택해도 안됩니다. 여러분이 갖고 계신 사업 Item이 얼마나 국제 경쟁력이 있나 살펴보시고 시장을 공략하시기 바랍니다. 부산에서 잘 안되니 중국이나 가겠다고 생각했다면 생각을 고치시기 바랍니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시장은 넓어져 기회가 많긴 하지만 엄청난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콩은 우리보다 먼저 중국시장을 개척한 경험 있는 사람이 많고 주강 삼각주라는 값싼 노동력을 갖춘 생산 기지를 뒤뜰에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행 착오 속에 많은 수업료를 내고 중국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는가를 배운 기업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다시 중국에 수업료를 내지 말고 이들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와 중소기업의 지사가 홍콩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WTO 가입 후 세계 유수 대기업은 직접 중국에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있지만 서방국가의 중소기업은 위험 부담(risk taking) 문제를 고려하여 홍콩을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T산업, 생명공학 특히 Internet 보급률 세계 1위에 범용화 된 컴퓨터 사용 등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런 벤처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이 상당히 우수하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시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시장 수요만으로는 너무 적기 때문입니다. 홍콩은 연 500회 이상의 전람/전시회와 국제회의를 유치하여 전세계 상품 소싱의 현장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금융 서비스(자체 162개 벤처 Fund에서 262억 달러 규모를 운영)등 풍부한 대 중국 투자와 화상사업가의 인맥을 통하여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마케팅 및 소싱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 앞에 무한경쟁이라는 험난한 현실을 놓고 볼 때 20년이라는 세월을 중국과 홍콩을 드나들며 그 현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나라가 그 동안 개발한 우수한 R&D 기능과 특히 벤처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마케팅과 sourcing의 귀재인 홍콩기업들과 접목시켜 경쟁이 심한 중국시장을 공동으로 노크하시길 바랍니다. 이는 경제불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있는 홍콩기업들의 강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접근 방법은 오늘 세미나를 주최한 홍콩 무역발전국, KOTRA 그리고 저희 홍콩한인상공회를 이용하시면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중국과 동남아 일대의 젊은 층을 강타하고 있는 韓流를 십분 활용하시길 제안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中國에 불고 있는 韓流는 韓國에 불고 있는 漢流(중국붐)와 맞물려 상당기간 오래 가리라 봅니다. 특히 한국 월드컵과 중국의 2008 올림픽준비 등의 열기가 韓流와 漢流를 더욱 부채질하리라 봅니다. 컨테이너 물류량 처리로 본 세계 항구의 랭킹을 알고 계십니까? 1위가 홍콩, 2위는 싱가포르, 그리고 3위가 이곳 부산입니다. 중국이 WTO 가입을 하던 날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스광성(石光生) 부장은 홍콩과 상하이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향후 홍콩은 중국의 남대문 역할을 할 것이고 상해는 중국의 동대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부산이 인천국제공항 개장과 함께 항공 해상에서 명실공히 동북아 물류 기지로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서 부장의 말대로 상하이가 중국의 동대문이라면 부산은 중국 동대문의 징검다리로서 동북아 시대의 물류중심지로서 전세계 시선을 받을 도시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구인 홍콩과 동북아 시대의 초점이 될 부산이 서로 긴밀한 협조를 하셔서 중국의 동대문 징검다리는 물론 중국 남대문의 파트너로서 공동 발전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면관 (홍콩한인상공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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