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홍콩의 초이홍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기사가 떴다.
별로 볼 품 없는 홍콩의 일반적 아파트와는 달리, 초이홍은 무지개색건물로 여행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장소로 유명하다 (홍콩에서 아파트를 배경으로 관광 사진을 찍는 곳은 초이홍과 트랜스포머 촬영지였던 쿼리베이의 익청 빌딩 두 곳 정도일 것 같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홍콩을 방문 했을 때 이 동네에 들러 배드민턴을 친 일화도 유명하다.
초이홍 단지는 지어진 지 60년된 아파트이다. 2028년부터 세차례에 걸쳐 재건축 사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2048년 완공하여 입주가 이루어지기까지 장장 20년이 소요되는대공사이다.
완공 후 9200가구가 입주 예정인 바, 지금보다 1800 세대가 많아진다.
재건축 후에도 많은 홍콩인들과 관광객들의 추억이 서려있는 무지개빛 디자인을 되살리게 될지는 미정이다.
주택국장인 위니 호는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건축 시행 아파트들은 대부분 60, 70년대에지어진 건물들이다.
그럼 홍콩의 재건축 공정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될까?우선 도시재건국(市區重建局, Urban RenewalAuthority)은 재건축이 필요한 곳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에 재건축 방안을 제출한다.
도시재건국은 2000년 이전 ‘토지발전공사’의전신이다. 주요 업무로는 재건 사업이 진행될 지역의 토지 매입, 소유주와의보상금 해결을 들 수 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여러 방안에 대해 공청회를 진행한다. 방안이 통과되면 도시재건국은 건물 소유주들에게 서신을 보낸다.
공실이없는지, 소유주 본인이 이용하는지 아니면 임대를 주고 있는지 등에 대해 소유주는 답변서를 제출한다. 이어 도시재건국은 현지 실사를 위해 방문하여 조사를 진행한다.
다음 단계로 도시재건국은 소유주들에게 정식으로 매입 의사를 제출한다. 쌍방은 서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매매에 관한 세부 사항을 조율하게 된다.
그리고당국은 매입할 주택을 방문하여 현장 점검을 한 후, 쌍방은 매매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도시재건국은 다시 한번 현장 조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하고 쌍방은 정식으로 양도 계약에 서명을 한다. 도시재건국은 매수 금액을 지불하고 계약이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이 결정되면 2개월간신문에 공고가 실린다. 그리고 관련 프로젝트의 세부 자료를 게재하여 열람토록 한다.
공고 게재 기간 내에 관련 인사들은 도시재건당국이나 도시계획위원회에 반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후 검토를 거쳐, 혹은 상소 등의 절차를 통해 최종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제 협상의 시간이다. 재건축에대한 결정이 내려지면 도시재건국과 아파트 소유주가 함께 테이블에 앉는다. 그리고 소유주들에게 시장 가격에근거한 매수 가격을 제시한다.
이때 보조금에 대한 제안도 함께 이루어진다. 보상금의 계산 방식은 통일이 되어 있다.
우선 재건축 지역에서 지어진지 7년된 아파트의 가격을 참고한다. 이와 함깨 새로 지어지는건물과 현재 건물의 차액을 보상금 형식으로 지급한다.
따라서 정부는 소유주들로부터 시세 보다 높은 가격으로건물을 사 들인다. 재건축이 소유주에게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이다.
이들에게는 보다 좋은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재건축할 건물을 매수하고자적극적이다. 이들은 건물을 재건해 높은 시세 차익으로 이득을 보고자 달려든다.
기존보다 층수를 더 올려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매입가가 형성되는 공식이나 기준에 대해 특별히 공개된 것은 없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지역과 건물들은 결국 재건축을 통해 세대교체를 이루게된다.
하나 홍콩 정부의 재건축 결정 및 시행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와 비판도 터져 나온다. 홍콩을 대표하는 본연의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현지 유력 인터넷 언론인 <홍콩01>은 올해 3월 ‘도시재건국이홍콩을 소멸시킨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하였다.
도시의모습을 새롭게 바꾸는 것도 좋지만 그 지역을 상징하는 전통적 면모도 잘 유지시켜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정부의 재건축 사업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그저 사업성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매체는 비판한다.
도시재건국이아닌 ‘대형 호화주택개발국’이란 이름이 더 어울리는 행보를보이며, 계승해야 하는 홍콩의 전통적 이미지를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센트럴의 경우 10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종심법원, 전 총독부, 세인트존스성당 정도이다.
침사추이, 몽콕, 야우마테이의밤을 밝히던 네온사인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되면서 홍콩 본연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
무지개를 뜻하는 초이홍 아파트가 60년간유지해 온 일곱 색깔을 띄울 날이 시한부에 접어 들었다.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다면 한번쯤 들러 인증샷을남겨보자. 홍콩의 대표적 명물 중 또 하나가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 참고 자료 >
【巿建局收購程序】市區重建是好是壞?市建局歷史回顧|千居Spacious
市區重建局主導的重建項目– Senior C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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