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차찬탱은 알겠는데 뺑삿(冰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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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차찬탱은 알겠는데 뺑삿(冰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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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간판에 ‘冰室(광동어 발음: 뺑삿 Bing sutt)’이라 쓰여 있는 현지 식당이 눈에 띈다. 

 

한자로는 ‘얼음 빙’, ‘집 실’로 구성되어 있는 단어이다. 

 

냉방이 귀했던 옛날에는 에어컨을 갖춘 식당들이 큰 환영을 받으며 대중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내부의 분위기나 취급하는 음식, 가격대 등은 홍콩의 대표적 서민 식당인 차찬탱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럼 이 뺑삿은 차찬탱과 무엇이 다를까?



뺑삿의 기원, 차찬탱과의 차이는?


19세기 개항 초기, 서양인들의 애프터눈 티 문화가 홍콩에 유입되었다. 

 

홍콩의 커피 문화는 양행(洋行)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따라하며 시작되었다. 

 

양행은 서양인과 중국인으로 구성된 국제 무역 회사를 말한다. 

 

일제 점령기가 되자 서양인들을 단골로 맞이했던 커피숍들은 주요 고객을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로 전환시키려 하였다. 

 

이후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뺑삿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다.


뺑삿은 요리를 제공하지 않고 단지 샌드위치와 토스트 정도만을 내놓았다. 

 

어떤 곳은 공장에 위치하여 식당 뒤편에서 직접 빵을 굽기도 하였다. 

 

뺑삿은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피나 빵 위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추가되면서 동서양 결합의 독특한 현지식 카페 문화로 발전하였다.


한편 20세기 초, 홍콩의 서양식 식당들이 호텔마다 들어선다. 

 

주요 고객들은 서양인들이었는데, 현지의 중국인들로서는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가격대였다. 

 

이때 홍콩의 중국인에 의해 화락원(華樂園)이라는 양식집이 센트럴에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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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에 개업했는데, 가격이 호텔 식당보다 10배나 쌌다. 수프와 디저트, 과일과 커피 등이 포함된 8가지 세트 메뉴가 선보였다. 

 

이 식당은 당시 샐러리맨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것이 홍콩 차찬탱 문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뺑삿은 초기에 커피와 간단한 베이커리 종류만 제공된 것에 비해, 차찬탱은 대중 식당으로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즉, 뺑삿의 시작은 카페에 가까웠고 차찬탱은 식당의 구색을 갖춘 요식업체의 모습이었다.  



초기의 영업 허가증도 달라 – 뺑삿은 분식, 차찬탱은 요식업


예전에 발급되었던 영업 허가증도 달랐다. 뺑삿은 분식업에 속해 이와 관련된 허가증으로 영업을 했다. 

 

판매하는 음식도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면 커피, 차, 음료, 빵, 케이크, 죽, 통수이(광동식 전통 디저트) 등이었다. 

 

이에 비해 차찬탱은 대중 식당 영업 허가증을 달고 다양한 음식의 제공이 가능했다. 

 

결국 70-80년대가 되어 뺑삿은 경쟁력에 밀려 차찬탱에 흡수되거나 통합, 대체된다.


최근에 와서는 뺑삿도 각종 음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양자간의 실질적 차이는 없어졌다. 

 

가격대도 비슷하다. 일부 뺑삿은 여전히 한가지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다. 

 

자체적인 베이커리 기술이다. 홍콩의 거리 곳곳에서 자신들이 직접 구운 빵들을 내놓고 판매하는 식당들을 볼 수 있다.


각종 베이커리들이 오븐에서 나오는 시간에 맞춰 뺑삿을 방문한다면 뜨끈하고 신선한 빵을 맛볼 수 있다. 

 

그럼 그 황금 시간대는 언제일까? 보통 요리사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다. 

 

첫 번째 빵이 나오는 시기는 대략 오전 7시 전후이다.


시간이 너무 이르거나 이미 빵이 다 팔렸다면 오후를 공략해 볼 수 있다. 

 

오후의 베이킹 시간은 점심 식사가 끝나고 다소 한가한 때이다. 바로 애프터눈 티 시간대라 할 수 있다. 

 

주로 에그타르트와 파인애플번이 등장한다. 가끔 뺑삿을 지나다 보면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갓 구어낸 빵을 사 가려는 식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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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뺑삿과 관련 영화는?


1978년에 문을 연 와남뺑삿(華南冰室, Wah Nam Café Shop)은 삼수이포에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생활칼럼2-화남뺑샷 (華南冰室).jpeg

 

80년대의 복고풍 내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셰프는 지금도 매일 오전 6시, 오후 12시와 3시에 각각 에그타르트, 에그롤, 파인애플번을 구워 내고 있다. 

 

크웨일린가(Kweilin St) 87번가에 위치한다.


야우마테이 템플 스트리트 63번가에 자리 잡은 미도카페(美都餐室, Mido Cafe)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주변 환경 덕분에 각종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였다. 

 

‘카우룬뺑삿(九龍冰室)’과 ‘PTU’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50년대에 문을 열었는데, 그때의 분위기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50년대의 소형 박물관’이라는 칭호 갖게 된 연유이다.


홍콩섬 사이완호의 빡레이삥삿(百利冰室, Pak Lee Café)은 1964년 창업하여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은 싸용(沙翁) 맛집으로 명성이 높다. 싸용은 70-80년대 홍콩에서 유행한 디저트이다. 

 

일본에서는 사타 안다기로 불리는 도너츠의 한 종류이다. 그 기원이 어디가 먼저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빡레이삥삿은 매일 100개의 싸용만을 구워 판매한다. 샤우케이완(Shau Kei Wan)가 216호에 위치한다.


관련 영화로는 2001년에 개봉한 정이건 주연의 ‘카우룬뺑삿(九龍冰室)’이 대표적이다. 

 

영화의 인기 덕분에 이후 뺑삿의 간판을 단 식당들이 다시 유행하게 됐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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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香港尋味, Alison  Hui著, 創意市集出版, 2019

https://www.weekendhk.com/飲食熱話/茶餐廳-冰室-ww09-1468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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