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문화 산책 - 엠 플러스 박물관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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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문화 산책 - 엠 플러스 박물관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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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 외관>

 

오늘 오후는 반차를 내고 일찌감치 학원 문을 나섰다. 8월 마지막 날인 오늘, 문화 산책을 하려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그동안 매일매일을 먹고 사는데 집중하느라 각박하게 살아왔다. 이로 인해 평소 문화 예술과의 만남에는 거리를 둬야 했다. 


최근 홍콩에서 문화 예술의 메카로 떠오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서구룡 문화구다. 

 

엠 플러스 박물관을 비롯해 고궁박물관이 연이어 들어섰고, 지금도 이 지역 곳곳에서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엠 플러스 박물관은 2021년 11월 문을 열었다. 주로 20~21세기 시각 예술, 디자인, 건축, 무빙 이미지, 홍콩의 비주얼 문화 관련 작품들을 전시한다. 

 

규모면에 있어서는 세계의 유명 시각 문화 박물관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 

 

축구장 9배의 크기인 총 65,000 제곱미터의 면적에 전시실 규모는 17,200 제곱미터에 달한다. 

 

전시 작품만도 1만여점이 넘는다. 이 문화 사업에 투자된 금액은 59억 홍콩달러에 달한다. 


MTR 구룡역에서 내려 쇼핑몰 엘리멘트를 지나 약 5분 정도 걸으면 박물관에 다다른다. 

 

아름답게 꾸며 놓은 주변의 공원 및 그 앞으로 펼쳐진 빅토리아 항구와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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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정원>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정문을 열어 본다. 사각형의 넓은 로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입장표도 내부에서 판매하고 있다. 일반실은 90홍콩달러, 특별 전시실은 140홍콩달러이다. 

 

특별 전시실에서는 중국의 유명 예술인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쏭화이꾸이의 작품들이 전시중이다. 

 

7~11세 아동 및 60세 이상의 방문객은 일반실과 특별실의 요금이 각각 45홍콩달러과 70홍콩달러이다. 


회원 가입 제도도 있다. 1년에 600홍콩달러를 내고 회원이 되면 엠 플러스 라운지를 지인과 이용할 수 있으며 일반 전시실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2인은 1,000홍콩달러, 3인 가족은 1,200홍콩달러로 할인이 된다.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금요일은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월요인은 휴관이다. 

 

엠 플러스 박물관의 구조는 지하 1, 2층, 로비, 지상 2,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 2층에는 내부 및 외부 대형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지하 1층에는 카페, 식당, 그리고 시네마가 들어섰고, 전시실은 2층이다.


일반실 입장표를 구입하여 전시실로 향했다. 그런데 직원이 입구에서 가방의 크기를 검사한다. 

 

30 x 42 x 10 센티미터 규격의 플라스틱 박스가 놓여져 있는데,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야 갖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내 가방은 너무 커서 15홍콩달러를 지급하고 보관함에 맡겨야 했다. 미처 몰랐지만 천천히, 오랜 시간 관람을 해야 하니 짐이 없는게 오히려 낫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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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계단>

 

전시실은 이스트, 웨스트, 사우스 갤러리로 나누어진다. 즉, 동, 서, 남으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이중 웨스트 갤러리는 특별 전시실로 따로 입장표를 구매해야 한다. 나는 이곳을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으로 부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날 방문하여 내부를 둘러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관통하는 전시물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문화적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 역시 주종을 이루는 것은 회화, 조각 등의 미술품과 시각 예술품들이었다. 

 

특히 추상화들이 많이 보였는데, 회화에 까막눈인 나로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물관측에서는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 옆에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안내 글을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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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작품>


얼마쯤 지나다 반가운 사진이 눈에 띄었다. 한국 태생의 세계적 비디오 아트 예술가 백남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TV 위에 누워 있는 두 아이의 모습, 무대에서 전위 예술을 행하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한국 작가들의 예술품들도 적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주먹만한 돌들을 각기 다른 높이로 줄에 매달아 높은 이승택 작가의 작품은 독특했다. 

 

돌들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시각 효과를 연출하여 평범한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나의 발걸음은 검은색 네모난 물체들이 쌓여있는 곳에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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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소재로 한 제품>

 

자세히 보니 명함이었는데,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작가 헤만 총은 쉽게 잊혀지는 관계의 공허함을 백만 장의 명함을 통해 연출하였다.     


어느덧 다리도 쑤시고 몸이 피곤해진다. 커피와 함께 하는 휴식 시간을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실내의 자리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대신 외부의 바닷가 옆에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날씨만 선선하다면 커피 한 잔 하며 쉬었다 가기에 제격이었다. (나는 박물관을 뜨기 전, 이곳에서 파는 홋카이도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다!)


관람을 마치고 박문관을 나와 옥상 정원에도 올라가 봤다. 가까이로는 고궁 박물관이, 좀 더 시야를 넓히면 빅토리아 하버와 건너편 홍콩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침 늦은 오후로 넘어가는 시간이라 한낮의 무더위도 물러 가고 선선한 바람도 분다. 잠시 앉아 홍콩의 아름다움은 느껴본다. 

 

엠 플러스를 방문한다면 옥상 정원도 들렀다 갈 것을 추천한다.


간만의 문화 체험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퍽퍽한 정서적 메마름에 살짝 단비가 뿌려진 것 같다.  

 

이승권 원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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