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감사로 가득! 나의 홍콩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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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감사로 가득! 나의 홍콩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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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어준 가족들


보름달이 뜬 지난 토요일 밤. 저녁 식사 후 간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기온은 거의 30도에 육박했지만 홍콩 생활에 익숙해져서일까? 

 

그래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여유로운 토요일 저녁 시간, 불쾌하지 않을 만큼 무난한 날씨, 그리고 우리 아파트 주변의 바닷가 산책길까지. 문득 이런 모든 것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주말 저녁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의 홍콩 생활에는 감사한 일들로 가득했다. 

우선 나의 해외 생활에 동반자가 되어준 가족들. 홍콩에서 20년간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는 감사함과 미안함이 함께 한다. 

 

돌도 안 지나 홍콩으로 날아와서 지금은 의젓한 대학생이 되어 준 아들 녀석. 그리고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 내외를 묵묵히 이해하고 응원해 준 부모님 역시 감사할 따름이다. 

 

2009년 경제 위기 당시 학원을 접고 한국에 들어가려 했을 때, 아버지는 홍콩에서 승부를 내라고 하며 귀국을 만류했다. 

그때 한국에 갔으면 나의 삶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지금도 가끔씩 궁금해지곤 한다.


타국에서 만난 감사한 교민들


결국 내가 홍콩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교민들 덕이 크다. 

이들이 없었다면 나도 지금 이곳에 없었을 테니까. 그동안 많은 교민들이 다녀 갔다. 

 

물론 모두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건 아니다. 한국 뉴스에는 가끔씩 진상들의 행패가 보도되곤 한다. 

하나 언론에서 소개되지 않은 감사한 고객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 학원이 2008년 개원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고마운 이도 있다. 

마카오에 사는 수강생은 광동어를 배우기 위해 배를 타고 온다.


최근에는 남자 수강생 한 명이 커피 머신을 학원에 기증했다. 

집에서 쓰던 것이 아니라 수천불하는 고가 제품을 사서 직접 갖고 온 것이다. 

 

며칠 후, 한국 수강생과 홍콩 수강생 몇 명이 약속이나 한 듯 제각각 커피 캡슐을 기증했다. 

이들 덕분에 요즘 실내는 늘 은은한 커피향으로 채워져 있다. 

 

삶은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생기는 놀라운 일들로 채워져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학원측에서 가장 ‘예뻐하는 고객’은 수업료를 요청하기도 전에 미리 알아서 납부해주는 수강생이다. 

수년간 자녀가 중국어 과외를 받았던 한 수강생 가족의 어머니도 그랬다. 

 

한번은 작은 선물을 보내려 했더니 아이들을 잘 지도해 주시면 그걸로 됐다면서 한사코 받지 않았다.  


따뜻한 이웃이 되어 준 홍콩 사람들


해외에 살면서 현지인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진다면 그것 또한 곤욕스러운 일이다. 

다행히 홍콩 사람들은 문명화되어 있고 예의도 있다. 

 

국제 도시여서인지 외국인들에게 포용적이고 우호적이다. 

한류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다. 그동안 이들에게 받은 고마움을 떠올려 본다.


2019년 대규모 홍콩 시위 당시는 수업이 자주 취소되거나 수강생이 줄어 힘든 시기였다. 

집주인에게 한 달 월세를 깎아줄 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안되면 할 수 없고 얘기나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메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수개월치를, 그것도 내가 요청한 금액보다 더 많이 삭감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도 힘든 시기였지만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넘긴 것 같다. 

이 기간에는 한때 휴지가 금보다 귀했다. 힘들게 구한 두루마리 휴지를 든 채 웃으며 방문한 고마운 얼굴이 기억난다.


한번은 홍콩 수강생들이 원래보다 $100 높은 가격으로 수업료를 이체해 이유를 물어봤다. 

자기들끼리 수업료를 올린 거라고 했다. 

 

내가 직접 가르치는 반인데, 교사의 입장에서 돈 얘기를 하기 힘들거라고 생각해 결정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한국의 평생 교육원에 해당하는 대학 기관에서 한국어 수업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어 한국어를 배우는 직장인들이다. 

 

이 친한파들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도 소개해 달라고 조른다. 

한국어와 문화를 동시에 전수하는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보람을 느낀다. 

 

좋은 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준 학교측에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홍콩 정부의 지원


홍콩 정착에는 현지 정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홍콩의 법인세는 16.5%로 한국의 25%보다 무려 10% 가까이 낮다. 

양도세, 상속세도 없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세제 혜택이 크다.


코로나 기간에는 정부로부터 약 세 차례에 걸쳐 적지 않은 지원금도 받았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소비 바우처도 지급된다. 

 

외국인을 포함한 홍콩 주민에게 지급되는 현금성 바우처인데, 나는 작년에 1만 홍콩달러를 받았고 올해는 5천 홍콩달러를 받게 된다.


그 외에 감사하는 것들

 

소중한 자산인 우리 학원의 선생님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감사하는 대상은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입을 즐겁게 해주는 동서양의 풍미들, 믿을만한 치안 등도 나의 홍콩 생활에 즐거움과 안전감을 가져다 준다.


홍콩 생활의 감사함을 우리 교민들은 얼마나 느끼는지 모르겠다. 

만족도는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어쨌든 지내보니 홍콩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산책을 마치고 집 앞에 다다랐다. 하늘에 걸린 보름달이 더욱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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