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과 결혼한 뒤 홍콩에서 살고 있는 한 한인 작가가 탈북한 이모할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아 집필한 데뷔 소설이 최근 영미권에서 출간돼 호평받고 있다.
2012년부터 홍콩에서 거주하는 이미리내(40) 작가는 지난달 미국 최대 출판사인 하퍼콜린스를 통해 연작 장편소설 '100세 사기꾼의 8가지 인생 이야기'(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를 출간했다.
소설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을 거쳐 현대 한국의 요양원까지 이동한다. 일반적인 소설의 흐름과 달리 연대순이 아니며, 시공간을 뛰어넘기도 한다.
소설은 주인공의 삶을 나타내는 8개의 '인생'으로 구성돼 있다.
격동의 시대를 산 할머니 묵미란은 각 장에서 노예, 탈출 곡예사,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로 나타난다.
이 밖에도 누군가의 연인이자 엄마이고, 이야기꾼이라는 여러 정체성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은 묵 할머니가 요양원을 찾아온 부고 기사 작성 전문 기자에게 자신의 생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릴 때 학대의 경험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 자신이 살기 위해 살인까지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을 통해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당시 한국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이 작가는 2005년께 북한에 가족을 두고 60대의 나이에 혼자 탈북한 이모할머니의 이야기를 참고했다.
이모할머니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전통적인 한국 여성상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었기에 소설 속 주인공도 복합적인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소설을 "훌륭하고 독창적"이라고 소개했고, '여기 모든 것이 아름답다'(Everything Here Is Beautiful)의 저자이자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미라 티 리는 "수십 년 한국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격동적인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소설은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홍콩 등에서 지난달 출간됐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달 13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 그리스, 덴마크 등에서도 출간될 계획이다.
이 작가는 최근 위즈덤하우스와 한국어 판권 계약을 마쳤다. 그의 데뷔작은 '사기꾼 할머니의 여덟 가지 인생'(가제)이란 제목으로 내년 초 국내에 번역돼 소개될 예정이다.
어릴 적 한국에서 나고 자란 뒤 미국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 작가는 3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홍콩에 거주하면서는 꾸준히 대학원에서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이 작가는 현재 홍콩에서 반려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주는 한 훈련사의 이야기를 다룬 차기작을 집필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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