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식 포장마차 다이파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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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식 포장마차 다이파이동

홍콩의 겨울은 은근히 시리다. 

평균 온도는 14~20도지만 가끔 10도 전후로 기온이 내려가면 뼛속을 스며드는 추위에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포장마차에서의 뜨끈한 국물과 술 한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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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홍콩에도 포장마차가 있을까? 

한국처럼 사방을 천막으로 뒤덮는 개념은 아니지만 다이파이동이라는 홍콩식 포장마차가 존재한다. 

 

오늘은 홍콩의 대표적 음식 문화 중 하나인 다이파이동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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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가족 복지 정책으로 시작된 다이파이동

 

다이파이동은 일종의 노점상으로서 요리를 하는 주방과 식사를 하는 장소가 모두 길가에 위치한다. 

우선 다이파이동의 기원과 역사를 살펴 보자.


다이파이동은 한자로 ‘大牌檔’인데, 중간의 ‘牌’는 면허를 의미하며 ‘檔’은 방언으로서 노점의 뜻을 갖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일찍이 음식점에 면허증을 발급하여 영업을 허가하였다. 

 

한 곳에서 운영하는 식당에게는 다이파이(大牌)를, 이동하며 음식을 파는 업소에는 시우파이(小牌)를 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명칭이 다이파이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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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와서는 중간에 ‘排’를 써서 ‘大排檔’이라고도 한다. ‘排’는 ‘열’이나 ‘줄’을 의미한다. 

나란히 앉아 먹는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인데, ‘牌’와 ‘排’의 중국어 발음이 ‘파이’로 같아 후세들에 의해 오용된 것이다.


최초의 다이파이동은 홍콩섬 센트럴과 셩완에서 영업을 했다. 기원은 공무원 복지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란을 피해가지 못했던 홍콩은 당시 많은 공무원들이 전쟁 중 순직하였다. 정부에서는 공무원 가족들의 생계 도모를 위해 영업 허가증을 내주어 노점에서 식당을 운영토록했다.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시민들의 경제가 궁핍해지자 정부는 영업허가증 발급을 공무원 가족에서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한다. 

특히 식구가 많은 가족들에게는 식당 운영을 쉽게 허락해주었다.


1달러로 배를 채울 수 있었던 다이파이동


다이파이동은 점차 대중들이 즐겨 찾는 대중 음식점으로 사랑받는다.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는 1950~70년대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요리의 종류 또한 다양하여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70년대에는 ‘미왕(米王)’이라 불리우는 죽 한 그릇이 20센트, 쳥펀(腸粉, 쌀가루로 만든 피 안에 고기나 새우를 넣은 딤섬의 한 종류)이 50센트였으니 1홍콩달러면 한 끼 식사가 해결되었다. 

 

다이파이동은 이 시기 홍콩의 대중 음식을 대표하는 대명사의 하나로 군림한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저렴하면 그만이라하여 사회적 환영을 받던 다이파이동에 정부와 대중들은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였다. 

 

바로 ‘위생’ 개념이다. 또한 다양한 대중 음식점들이 증가하면서 다이파이동의 경쟁력은 타격을 받게 된다.


길고 덥기로 유명한 홍콩의 여름도 이용에 불편을 주었다. 

뜨거운 외부 날씨에 노출되어 오롯이 앉아 식사를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홍콩 정부는 위생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신규 다이파이동의 영업허가증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노점 식당들을 건물 안으로 옮겨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다이파이동은 홍콩 전역에 총 29곳만이 운영 중에 있다. 홍콩섬에는 주로 센트럴, 구룡쪽은 삼수이포에 몇 곳이 위치해 있다.


다양한 먹거리, 그리고 백종원이 찾은 애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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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다는 것은 다이파이동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다. 

손님들이 주문을 하면 내 음식이 어떻게 조리되는지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요리사는 높은 불길 위에서 웍(둥글고 큰 후라이팬)을 현란하게 흔들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이파이동은 요리의 종류에 따라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죽, 면, 밥, 커피, 그리고 디저트를 파는 노점이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더해 야식도 즐길 수 있다. 중식 요리로는 죽, 완탕면, 어묵탕면, 소고기면등이 대표적이다. 

 

양식은 커피, 밀크티, 토스트 등의 메뉴가 포진해 있다. 이 외에도 오징어튀김, 돼지갈비, 굴전 등이 다이파이동을 대표하는 특식으로 식객을 맞이한다.    


지난 일요일, 나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삼수이포의 유명한 다이파이동을 찾아 발걸음을 향했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많이 소개된 애문생(愛文生, 광동어 발음 ‘오이문상’)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애문생은 백종원 씨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무슨 음식을 먹을까하는 설레임과 함께 삼수이포 역에서 내렸다. A2 출구로 나와 구글 지도를 보며 약 8분 정도 걸어 드디어 도착. 헉?!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애문상은 날개 접은 새의 모양으로 쇠사슬에 꼭꼭 묶여 있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 보니 영업 시작 시간이 오후 5:30으로 되어 있었다. 허탈함에 다리 힘이 풀렸다.


참고로 백종원 씨는 세 가지 음식을 주문했었는데, ‘베이퐁통 게 볶음(베이퐁통 차우하이)’, ‘소고기 감자 볶음(학지우 쉬자이 아우라우랍), ‘맛조개 볶음(시지우 차우생지)’다 (유튜브에서 ‘백종원 애문생’으로 검색하면 동영상 확인이 가능하다).  방송을 본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애문생에 와서 이 세가지 요리를 시키고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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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뉴스를 보면 홍콩을 상징하는 식당과 명소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며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홍콩식 포장마차도 향후 역사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운명에 놓여 있다. 늦기 전에 다이파이동을 한번 더 찾아가야겠다.


참고 자료

https://hongkong.fandom.com/zh-hk/wiki/大排檔

https://www.ln.edu.hk/mcsln/archive/41st_issue/key_concept_01.shtml#:~:text=最早的大牌檔出現,牌照作小本生意

https://zh.wikipedia.org/zh-hant/大排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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