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직도 현역입니다. 전 세계에서 아직도 저만한 선수 없을걸요"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바싹 깎은 이광호 감독(68, 前 경기대 유도감독)은 30대 청년처럼 건장한 몸과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시원시원한 말투로 환하게 반겼다.
홍콩에 온지 벌써 만 6년이 지나고 7년째 되었지만 선수들과 호텔 숙소생활을 하면서 운동경기 스케줄이 딱 맞춰 생활하니 한인들과 교류점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홍콩 한인들 중에서 태권도를 하는 사범이나 학생들은 많지만 유도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몇년전 박민제 한인회 부회장의 차남이 홍콩 국가대표 상비군 유도선수를 할 무렵 이광호 감독 알게되어 박 부회장은 홍콩 생활의 벗이 되었다.
이광호 감독은 홍콩유도협회( The Judo Association Hong Kong) 소속으로 홍콩대표팀위원회(Hong Kong National Squad Committee)에서 활동 중이다.
홍콩은 유도의 종주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기술이 뛰어난 한국, 그리고 외국에서 코치진을 초빙하여 홍콩대표팀을 가르치고 있다. 이광호 감독이 집중 관리하는 선수는 경량급 남자 5명, 여자 5명이다.
그는 홍콩인의 근력과 끈기, 도전정신 등 멘탈훈련이 가장 먼저라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개인 성향과 특성 등을 모두 배려하다보면 선수와 코치가 하나가 되는 그런 단합정신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꾸준한 기다림과 반복적인 멘탈 교육으로 이제 그 성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유도에 있어서 도복은 갑옷이자 무기이다. 도복을 잡기 위해 또는 잡히지 않기 위해 수백가지의 기술과 타이밍, 전략이 필요하다."
이광호 감독은 공격보다 수비를 중요시해왔다. 키는 작지만 파워와 무게, 유연성이 장점인 그에게 공격의 기회를 기다리고 한두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근성있는 선수였다.
이광호 감독은 전매특허인 '끊기' 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상대의 공격기회를 차단하고 무력화 시키는 끊기는 본인 중심으로 유리하게 경기 운영하는데 독보적인 기술이다.
이 감독이 제시하는 '이광호 실전유도 4가지'는 원심력, 지렛대원리, 역학성, 움직임이다. 상대의 힘을 이용하고, 기술적으로 힘의 방향을 유리하게 가져오는 방식이다. 무조건 힘으로 제압하거나 한방에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머리를 써서 틈틈히 기회를 포착하고 승부 타이밍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평생 유도에 몸바처온 이광호 감독은 유도가 다른 종목과 달리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른 일반 스포츠들이 얼마나 많은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인재양성을 위해 많은 교육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데 반해 유도계는 경기 기술, 대회 운영, 엘리트 교육, 생활체육 등 여러 부문에서 더욱 발전해야 할 부문이 많다고 전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홍콩유도대표팀에 홍콩인, 일본인, 몽골인 등 다양한 국적의 감독, 코치진들이 함께 협력하고 있다. 홍콩 아직 유도 종목에서는 최근 수상 성적이 없었지만, 올림픽에서 선전하면서 모든 종목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광호 감독은 8월초 우즈베키탄에서 열리는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홍콩선수단에서 동메달 한개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수비와 끊기'를 오랫동안 연마한 홍콩인 선수 중에서 올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며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 74년 경기대에서 유도를 시작해 지난 76년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유도대회에 참가,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활약을 했다. 경기대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2009 세계베테랑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급에서 우승하며 시니어 대회에도 계속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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