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특별한 음식 푼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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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특별한 음식 푼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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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칼럼에서 홍콩에서의 특별한 명절인 동지를 소개하였다. 오늘은 홍콩의 전통 음식인 푼초이에 대해 쓰려고 한다. 사실 동지와 푼초이는 관계가 깊은 편이다. 홍콩 사람들이 동지에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푼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일인 동지를 맞이하여 홍콩 곳곳에는 푼초이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홍콩 웨이촌의 전통 음식 푼초이

푼초이는 광동어 발음이며 푸통화로는 ‘펀차이’라 부른다. 한자로 쓰면 ‘盆菜’인데 ‘盆’은 대야나 동이를 말한다. 즉, 커다란 그릇에 여러 종류의 음식을 담아 먹는 음식인 것이다. 

푼초이는 홍콩 고유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이다. 사실 홍콩에서 먹는 광동 요리들은 광저우, 챠오져우(조주), 하카(객가)인 등으로부터 유입된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중국어에도 ‘홍콩 요리(香港菜)’라는 용어는 거의 쓰지 않으며 ‘광동 요리(廣東菜)’라는 단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홍콩의 대표 음식이라고 알려
진 딤섬 또한 그 기원이 홍콩이 아닌 광저우다.

하지만 푼초이는 기원을 홍콩의 웨이촌(圍村)에서 찾을 수 있다. 웨이촌은 해적이나 도둑의 침입을 막기 위해 담을 성처럼 둘러싼 마을로, 다수가 홍콩 신계 지역에 분포해 있다. 

푼초이의 기원
 
푼초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 설이 분분하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몽고군에게 쫓긴 송나라 황제가 홍콩에 머물렀을 때 마을 주민들이 큰 그릇에 음식을 담아 바쳤다는 설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문헌적인 기록은 찾기가 어려워 하나의 아름다운 전설로 꾸며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유래는 옛날 경제적 상황이 열악하여 사기 그릇을  구입하기 힘든 시절, 나무로 만든 대야에 편리하게 음식을 담아 먹었다는 설이다. 음식 평론가 웨이링은 푼초이의 원래 이름은 ‘신안푼초이’였다고 말한다. 

신안은 지금의 션젼, 바오안, 홍콩 일대를 말하는 것으로 청나라 때에는 모두 신안이라는 행정구역에 편입되어 있었다. 당시 신안 지역에서는 모두 푼초이를 먹는 풍습이 전해져왔다고 한다. 

푼초이는 어떤 음식인가 

푼초이는 대야같이 생긴 커다란 그릇에 익힌 요리를 층층이 쌓아 먹는 음식으로, 사용되는 재료는 가정의 경제 형편에 의해 결정되었다. 푼초이는 크게 3등급으로 나눠진다. 그중 최고 등급은 구발(九缽)이라고 하여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먹었는데 음식을 9개의 커다란 그릇에 담아 내왔다. 

중급은 양삼사발(兩杉四缽)로서 두 개의 큰 접시와 네 개의 큰 그릇을 의미한다. 두 개의 접시에는 일반 푼초이의 1/2에 해당되는 양을 담았으며 네 개의 그릇에는 각기 다른 재료를 사용하였다. 

구발에는 닭고기, 오리고기, 어묵, 익힌 굴, 새우 등이 들어 있다. 기호에 따라 전복과 해삼 등의 진귀한 해산물들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양삼사발 중의 양삼에는 돼지고기와 돼지껍데기, 오징어, 죽순, 무우 등이, 사발에는 닭고기, 오리고기, 표고버섯, 어묵이 주재료로 사용된다. 

푼초이는 또한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달라진다. 겨울에는 무우를 맨 아래에 깔고 여름에는 죽순과 새우가 무우를 대신하였으며 생선튀김을 맨 위에 놓기도 한다. 그리고 가을과 겨울에는 튀긴굴로 대체되곤 한다. 그런데 푼초이에는 녹색 채소를 보기 힘들다. 그것은 농민들이 평소 채소를 위주로 식사를 하는 바, 푼초이를 먹는 명절에는 고기와 생선으로 보양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푼초이의 문화적 의미

전통적 푼초이는 8인 식탁에 올려져 여덟 명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10인 기준으로 바뀌었다. 

푼초이는 다른 연회 음식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단합’이다. 예전에 경사가 있는 집에서는 문에 빨간 종이를 붙여놓았다. 마을의 형제들은 이곳을 방문하여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는 별다른 감사의 표시 없이 귀가했다. 심지어 남은 음식은 집으로 가져가 먹기도 하였다. 이로 보아 마을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 화합과 화목을 이루고자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푼초이는 ‘평등’을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하였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어울려 식사를 했으며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예절도 필요없었다. 신분에 관계없이 둘러 앉아 푼초이를 먹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매체의 보도와 경제적 가치로 인기를 얻고 있는 푼초이 

근래에 들어 홍콩에서 푼초이는 매우 대중적인 음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매체의 보도와 요식업계에서의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은 바 크다. 동지 등 명절을 앞두고 각종 매체와 식당들은 푼초이에 대한 소개와 광고를 쏟아내곤 한다. 

그리고 푼초이는 비교적 최근에 홍콩의 경제적 상황이 침체되면서 유행을 타는 현상을 보였다. 홍콩 사람들의 음식 문화가 사치에서 실용적인 기호로 전환되어 가격 대비 실속있는 푼초이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푼초이는 일인 당 몇 십불씩만 분담을 하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한편 가정에서도 명절에 푼초이를 준비하곤 하는데 여러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참고자료:  <歷史考察園地> http://www.hkipcc.org.hk/history/report/13prize_high4.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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