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 시대에서 인터넷을 통해 소비재를 거래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바뀌었다.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서 쇼핑의 편리함이 크게 증가하는 동시에 상품 회전율이 높은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에 따른 의류 낭비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홍콩 환경보호 단체 Green Peace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홍콩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연평균 2300만 건의 의류 제품을 구매하며 그중 580만 건이 한 번 사용했거나 아예 사용되지 않고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홍콩 소비자들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또한 생활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소비주의가 나타나면서 특히 의류산업에서 재판매(resale) 시장이 부상되고 있다.
2021년 글로벌 의류기업 H&M, Levi’s 등에서는 중고 의류와 빈티지(vintage) 제품 판매 계획을 발표했으며 향후 홍콩 시장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주*: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의류를 가리키는 개념
주**: 가장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여 단순성, 반복성, 물성 등을 특성으로 절제된 형태 미학과 본질을 추구하는 콘셉트
홍콩 Y세대, Z세대가 좋아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2020년 미국 의류 재판매 플랫폼 ThredUP에서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중고 의류(secondhand apparel) 구매 성향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중고 의류에 대한 수요가 2016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러 연령층 중 Y세대*(Gen Y/millennials)와 Z세대**(Gen Z)들이 중고품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높으며 중고 의류 구매 경험이 있는 사람도 2016년 대비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 글로벌 소비자 중 중고의류 구입 경험자 비율
자료: ThredUP
홍콩 재판매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거래 플랫폼인 Carousell에 따르면, 홍콩 이용자 중 70% 이상이 20~35세 청년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의 이사 대표인 JJ Eastwood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이들의 눈길을 끄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홍콩 중소기업 사업 정보 플랫폼 SME Lab에 따르면, 최근 공유 사무실(co-working space, 코워킹 스페이스)과 공유 주택(co-living, 코리빙) 등으로 공유경제***(shared economy)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젊은이들이 자원이나 물품을 서로 교환해 사용하는 개념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졌다고 하며 앞으로 중고거래 등 새로운 소비패턴이 젊은 이들의 주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
***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서 사용하는 협력 소비경제
홍콩 중고의류 수출입 대상국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홍콩의 중고의류(HS Code 6309.0000 기준) 수입액은 4394만 홍콩 달러(약 568만7800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은 세계에서 중요한 중고명품 시장으로서 홍콩의 중고품 수입 시장에서 44.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중고품 매장 경영자인 Arashi와 Crystie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전 중고품 소싱을 위해 직접 일본에 가서 제품 품질을 확인하고 제품을 홍콩으로 가져왔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는 온라인 소싱에 의존해오고 있으며 해외 운송비가 추가되면서 재판매 가격도 조정했다고 했다.
2020년 기준 한국으로부터 중고의류 수입액은 156만 홍콩 달러(약 20만2100달러)로 4위를 차지하였다. 한국 패션(K-fashion)이 현지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저렴한 중국산, 말레이시아산 제품들과의 가격 경쟁이 홍콩 시장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2018~2020년 홍콩 중고의류 10대 수입대상국 순위(HS코드 6309.0000)
(단위: 천 홍콩 달러)
주: 수치 없는 경우 ‘-‘로 표시
자료: 홍콩통계청
글로벌 재판매 플랫폼들의 홍콩 진출 사례
1) Carousell
싱가포르 기반의 재판매 플랫폼인 Carousell는 홍콩 인구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명의 사용자가 있는 것으로 규모가 가장 큰 재판매 플랫폼이다.
Carousell는 의류뿐만 아니라 가구, 책,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중고품을 사고 팔고 교환할 수 있는 개인들을 위한 직거래 장터다.
2020년 Carousell에서 발표한 ‘플랫폼 이용자 행위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소비자들이 집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2020년 2~6월 Carousell를 통해 발생된 거래가 총 86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Carousell에서 여성의류와 전자제품은 가장 수요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로 사무용 가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여 코로나19 발생 전 대비 거래량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arousell은 제품 재판매자와 구매자가 가격을 합의하고 직접 만나서 물건을 전하는 방식 또는 쌍방이 결정한 배송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자결제의 발전에 따라 Carousell에서는 재판매 시장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Carousell Protection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구매자는 플랫폼에서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하고 제품이 구매자에게 도착한 후 판매자가 대금을 받는 형식으로 거래 과정을 Carousell사에서 직접 감독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재판매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기 사건을 방해할 수 있고 재판매 시장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arousell 홈페이지
자료: Carousell
2) StockX
2016년 미국에서 설립된 StockX는 200개 이상의 국가 간 의류, 운동화, 액세서리, 소장품의 재판매와 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2021년 5월 StockX는 홍콩에서 중고품 인증센터를 설립해 중고품을 구매자에게 발송하기 전 홍콩에서 제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판매자가 제품을 내려놓고 구매자가 직접 가서 픽업할 수 있는 오프라인 ‘drop-off’ 센터를 설립하였다.
운송비와 배송 시간을 줄이고 더 신속한 결제를 진행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대표인Scott Cutler는 홍콩 소비자들이 패션 트렌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품 인증센터 설립하기 위해 국제 금융 및 교역 허브인 홍콩만큼 적절한 곳이 없다’고 언급했다.
2020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재판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와중에도 3분기 기준 홍콩시장의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00%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자료: 온라인 잡지 Time Out, 홍콩 투자홍보기관 InvestHK
3) Vestiaire Collective
2009년에 개설된 프랑스 재판매 플랫폼 Vestiaire Collective에는 핸드백, 의류, 시계 등 150만 개의 중고 패션 명품들이 등록되어 있다.
중고품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Vestiaire는 제품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여 플랫폼에 등록된 중고품들이 품질, 손상 정도로 분류된다. Vestiaire는 홍콩에 실제 오프라인 상점은 없으나 홍콩의 중계무역 기지로서의 역할을 활용해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2020년 Vestiaire Collective는 세계 10개 주요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과 순환 패션**(circular fashion)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분석하여 나온 결과, 홍콩은 3위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Vestiaire는 자원의 낭비를 감소시킬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재판매 시장이 홍콩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믿고 홍콩 시장에 진출하였다.
또한, 기업 창업자인 Fanny Moizant에 따르면, 홍콩은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중고품 보유량이 높으므로 구매자뿐만 이니라 재판매자가 많은 제품 공급지역이라고 붙였다.
주: * 미래 세대를 위해 현존 자원을 저하시키지 않는 패션 제품의 생산·사용·폐기 과정
** 섬유 직물 생산부터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의류 디자인과 생산단계부터 옷의 긴 수명과 재활용을 최대한으로 고려해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
Vestiarie 애플리케이션 사용 예시
자료: Vestiaire 앱, App Store
시사점
온라인 재판매 플랫폼들의 등장으로 재판매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홍콩 소비자의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다양한 중고품에서도 의류, 명품 가방, 운동화 등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패션을 선호하는 홍콩 소비자들의 성향을 맞추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한국산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것이 홍콩 재판매 시장에 진입하는 효율적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제품 시장과 달리 재판매 시장에서는 제품의 사용 정도, 매입경로 등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재판매 상품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연구기관인 GlobalData와 재판매 플랫폼 ThredUp에서 발표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들이 패스트패션으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2025년 글로벌 재판매 시장 규모가 현재 대비 2배 확장해 7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 세계 소비재 판매 기업에서 수익모델의 다양화를 위해 중고품 판매를 도입하거나 재판매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홍콩의 국제 무역 및 물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활용해 재판매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App Store, Carousell, HK01, hket, InvestHK, SME Lab, StockX, ThredUp, Time Out, Redress, Vestiaire Collective, 홍콩통계청, KOTRA 홍콩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