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안의 작은 중국, 노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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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안의 작은 중국, 노스 포인트



 
친중적인 지역, 그래서 중국 색깔이 강한 노스 포인트

노스 포인트(North Point, 北角)는 원래 홍콩섬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협곡으로서 빅토리아항을  둘러싸고 있는 곳을 지칭하였다. 필자의 학원이 위치한 곳이기도 한데,  2012년 이곳에 터를 잡은 후 1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은 홍콩섬 동부 지역 교통의 요지이다. 지하철은 아일랜드 라인과 구룡 지역 포람에서 출발하는 라인이 교차된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구룡 반도의 홍함과 쿤통으로 연결된다. 홍콩섬 중심지인 코스웨이 베이까지는 대중 교통으로 10분 거리이다.

이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홍콩 내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곳이라는 점이다. 이는 예로부터 중국 대륙에서 온 이주민들이 집단 거주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푸지엔(광동성 바로 위에 위치한 성)과 샹하이 출신들이 많이 건너 와 ‘작은 푸지엔’, ‘작은 샹하이’라고도 불리운다.  


작은 샹하이, 작은 푸지엔이라 불리우는 노스 포인트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1950~60년대에 애국 인사가 거주하던 곳이었다. 그리고, 1967년의 좌파 폭동 때 사건의 중심이었던 곳이 노스 포인트이다. 

당시 좌파 청년 학생들이 이곳에서 집결하여 격렬한 시위를 주도하였다.  현재는 홍콩 내 친중 보수당인 민건련 본사가 노스 포인트에 위치해 있다. 

노스 포인트를 작은 샹하이라고 불리우게 한 샹하이 출신자들은 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면서 대거 이주해 왔다. 현재는 약 60~70세 이상의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1960년대에는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에서 화교 배척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많은 푸지엔 출신 화교들이 홍콩으로 건너 온다. 이중 일부는 노스 포인트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동향이라는 이유로 점점 많은 중국 대륙의 푸지엔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노스 포인트를 ‘작은 푸지엔’이라 부르게 된 유래이다.

노스 포인트는 노년층의 푸지엔인들 외에도 비교적 최근에 최근에 중국 대륙에서 이주해 온 아동, 청년, 장년의 3대 ‘신푸지엔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푸지엔인들로 이루어진 동향회나 친우회 등도 많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이 일대에서는 취엔져우(泉州)와 샤먼(廈門) 지역의 민난어(푸지엔 지역의 언어), 혹은 민난어 억양의 푸통화가 사용하는데, 필자 역시 우리 학원이 있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민난어를 자주 듣게 된다. 

건물의 관리인도 푸지엔 사람으로 푸통화, 광동어, 민난어 등 3개 지역 언어를 구사한다. 참고로 민난어는 광동어, 푸통화와는 또 다른 중국의 7대 방언 중 하나이다. 

샹하이인과 푸지엔인 외에도 노스 포인트는 출신지에 따라 인구 구성 비율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여러 방언들이 섞여 쓰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샹하이어, 민난어, 조주어, 복주어, 광저우식 광동어와 푸통화 등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노스 포인트는 홍콩섬 동부 지역에서 사회 언어학과 지역 사회를 연구하는 이상적인 지점이다.  


노스 포인트 주요 도로 이름의 유래


 
노스 포인트의 발전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는데 인도네시아 화교 갑부인 곽춘양(郭春秧)이다. 그의 이름을 딴 춘양가(Chun Yeung Street, 春秧街)는 홍콩섬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노스 포인트 시장을 가로 질러 위치해 있다. 

1921년, 푸지엔성 출신의 곽춘앙은 원래 이 일대에 설탕 공장을 건설하려 하였다. 이후 설탕 가격이 폭락하자 곽춘앙은 자신이 투자한 토지를 주택 용도로 바꾸면서 주변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춘양가는 노스 포인트를 발전시킨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붙인 도로명인 것이다.
 
그리고 주요 도로 중 하나인 자바(Java) 로드는 그 이름이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에서 유래하였다. 20세기 초엽, 자바해운회사가 노스 포인트에 사무소를 설립하였다. 1933년 건설된 자바 로드는 이 회사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일렉트릭 로드(Electric road)는 1919년 들어선 전력 발전소로 인해 붙은 이름이다.


최근 몇 년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노스 포인트 


 
노스 포인트는 노인 인구가 많고 개발이 타지역에 비해 더딘 곳이었다. 한마디로 노후된 지역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선착장을 중심으로 선홍카이 같은 대형 부동산 업체가 건설한 아파트들이 들어 서면서 주변 일대가 발전하고 있다. 

쇼핑몰인 하버 노스가 새 아파트 인근에 들어섰고 그 안에 영화관과 고피자, 신세계마트 같은 한국 식당과 슈퍼마켓이 문을 열었다. 최근의 개발로 새 아파트들의 집값은 상당히 고점에 올라 있다.   

우리 학원이 노스 포인트로 이주해 온 2012년만해도 흔하고 흔한 스타벅스 하나 없었다. 필자는 투덜거리며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포트리스 힐까지 가서 커피를 사 오곤 했었다. 지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세 곳이나 들어섰다. 

하지만 노스 포인트의 중심을 가로지는 킹스 로드 주변은 여전히 오래전 모습 그대로이다. 앞으로의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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