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건성 남부에 하문(廈門), 보통화 발음으로는 샤먼(Xiàmén)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복건성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고 대만과 매우 가까운 항구 도시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 도시의 이름은 아래 하 자가 들어간 하문(下門)이었는데 청나라 시대에 의미가 별로라는 이유로 下가 발음이 같은 큰집 하(廈)로 바뀌어 하문(廈門)이 되었습니다. 下門과 廈門 모두 보통화 발음은 Xiàmén으로 동일합니다.
한편 하문을 영어로는 종종 Amoy라고 표기하는데 이는 하문을 복건성 방언인 복건어(福建話)로 읽은 발음인 에무이(Ē-mûi)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한국식 발음인 하문에서 맨 마지막 니은 받침을 떼고 읽으면 어느 정도 에무이와 비슷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Amoy 외에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민남어 유래 단어로는 Hokkien을 들 수 있습니다.
Hokkien은 복건어(福建話)를 복건어 발음으로 읽은 것인데 이 역시 한국식 발음에서 첫 비읍을 히읗으로 바꾸어 읽은 것과 유사합니다. 각 언어별 한자 발음을 잘 살펴보면 이렇게 어느 정도 일정한 변환 법칙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문(廈門)의 하는 큰집 하(廈)입니다. 廈는 뜻 부분과 소리 부분으로 이루어진 형성자로 집 엄(广)이 뜻 부분, 여름 하(夏)가 소리 부분입니다.
대하(大廈)라고 하면 큰 집을 의미하는데 영어로는 보통 mansion으로 번역합니다.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을 찍은 곳으로 유명한 청킹 맨션을 한자로는 중경대하(重慶大廈)라고 쓰지요.
廈는 큰집 하의 정체자 모양으로, 간체자로 쓰려면 맨 윗부분의 점 하나만 빼서 厦로 쓰면 됩니다. 厦는 정체자 사용권인 홍콩이나 한국에서도 속자(俗字)로 종종 씁니다.
위에서 언급한 청킹 맨션 입구 간판에서도 큰집 하가 厦로 쓰여 있습니다. 하문은 홍콩에서는 정체자로 廈門, 중국 본토에서는 간체자로 厦门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