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미 사진기가 기술적으로도 '전문기술'의 영역을 넘어 가전제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쉽고 편하게 대중화되었다.
때문에 사진을 잘 찍는 개념도 기술의 관점이 아니라 시각의 관점으로 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찍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찍었냐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베이비 사진전문점이 많이 생겨나고 가족사진도 자연스런 모습으로 담아내는 상품이 등장했었다.
그러나 아직도 기성세대에게 사진은 문화가 아니고 때마다 치뤄야할 의식같은 개념이 남아있는것이 사실이다.
2006년 홍콩 센트럴에 문을 연 벤쳐 포토그래피(Venture Photography)는 가족사진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로 세워진 영국계 스튜디오다.
가족사진을 하나의 결과물에 그치지 않도록 사진을 찍는 과정까지도 추억(experience)으로 남기는 것이 주요 컨셉이다.
또한 최종적으로 선택한 사진의 프레임(액자)을 인테리어 개념으로 접근해 집안구조에 맞게, 또한 이미지 내용에 맞게 디자인한다고 말한다.
프리미엄급 가족사진으로 비용도 꽤 높은 편이다.
여러 스텝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으로서 박준범씨가 시니어 포토그래퍼, 스타일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을 촬영하기 전부터 가족들과 면담을 하고 어떤 분위기와 스타일로 담아낼지 찾아냅니다. 사진가가 요구하는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들을 직접 이미지로 표현해 내는게 핵심이지요."
박준범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광고사진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활동했다.
광고사진이라는 분야가 화려하고 빠른 성공의 길을 가져다 주지만, 결과 중심적인 스타일에 지쳐 있었다.
그때 가족사진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벤쳐'를 알게되 입사를 결정했다고.
"사진계의 인상파라고 할 수 있는 벤쳐의 사진들이 제 마음을 사로 잡았어요. 기존 가족사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표현방법들과 이미지가 정말 신선했죠." 벤쳐 사진은 촬영전 몇가지 컨셉에서 자신이 원하고 촬영후 후반작업이 이어진다.
다양한 이미지 컷을 가족 모두 관람하여 선택을 하게된다. 선택된 사진은 프레임과 이미지 사이즈 별로 가격이 정해지고 주문후 제작된다.
가격대는 거실에 걸어놓을 사진 한점이 15,000~25,000홍콩달러 수준. 딱딱한 가족사진이 아닌 새로운 이미지의 가족사진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박준범 씨는 "얼마전 영유아 사진공모전을 보고 저 역시 우리 아이와 가족 사진을 돌아보며 잠시 감동이 있었다.
'벤쳐'가 아니더라도 한인분들이 사진을 통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손정호
자료사진 Venture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