推
밀 추, 밀 퇴
퇴고(推敲)는 당나라의 가도(賈島)라는 시인이 시를 쓰면서 문을 "민다"라고 할 지 문을 "두드린다"라고 할 지 고민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퇴고의 퇴(推)는 '밀 퇴'이고 고(敲)는 '두드릴 고'입니다. 가도가 어느 날 길을 가면서 머릿속으로 시를 쓰던 중 퇴(推)와 고(敲) 둘 중 어떤 글자를 골라야 할 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거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앞에 오는 행차를 보지 못해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 행차는 당시의 유명한 시인이자 벼슬아치인 한유(韓愈)의 행차였는데 자초지종을 들은 한유가 ‘두드린다’가 나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글을 다듬다’라는 뜻의 퇴고(推敲)라는 고사성어가 나왔습니다.
推는 '밀 추'도 되고 '밀 퇴'도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추'로 발음되며 '퇴'로 발음되는 경우는 퇴고(推敲)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창문을 밀어서 여는 것을 퇴창(推窓), 사립문을 밀어서 여는 것을 퇴호(推戶)라고 하기는 하는데 각각 추창(推窓), 추호(推戶)라고 읽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퇴고(推敲)는 추고라고 읽으면 안 됩니다.
推의 두 발음 '퇴'와 '추'는 모두 '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어감이 조금 다릅니다. '퇴'로 발음될 때에는 문이나 창문을 밀어서 연다는 뜻일 때가 많고 '추'로 발음될 때에는 무언가를 앞으로 밀고 나아간다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밀고 나아가는 힘은 한자로 추진력(推進力)이라고 씁니다. 사진 속 문에 큼지막하게 推라고 쓰여 있는데 이 경우 推는 퇴고(推敲) 이야기에서처럼 문을 밀어서 연다는 의미이니 ‘퇴’라고 읽는 것이 적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퇴창과 추창, 퇴호와 추호라는 예가 있으니 '추'라고 읽는다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보통화와 광동어에서는 推가 각각 tuī와 teoi1 하나씩으로만 발음되기 때문에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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