也
어조사 야, 또한 야
천자문은 중국 남북조시대 때 주흥사라는 사람이 당시 황제였던 양무제의 명을 받아 지었습니다. 양무제가 주흥사에게 천 개의 글자를 한 번씩만 사용해서 글을 지으라고 했는데, 일설에 의하면 하룻밤 안에 글을 다 쓰지 못하면 사형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주흥사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천자문을 다 쓰고 나자 머리가 다 하얗게 세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천자문을 흰 머리 글,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릅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참 유명한 천자문의 첫 구입니다. 그러면 천자문의 마지막 구는 무엇일까요? 답은 "언재호야(焉哉乎也)"입니다. 이 네 글자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조사 언(焉), 어조사 재(哉), 어조사 호(乎), 어조사 야(也)라고 나옵니다. 저는 그래서 처음에는 언, 재, 호, 야가 다 같은 뜻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조사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나 많은 한자의 뜻이 다 어조사일까 궁금했지요. 한참 후에야 어조사가 다른 글자에 이런저런 뉘앙스를 붙여 주는 글자들의 총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어조사라고 나오는 한자들은 각각 다른 뜻을 갖고 있습니다. 언재호야(焉哉乎也)의 언(焉)은 '이에, 여기에서'라는 뜻이고 재(哉)는 의문이나 감탄을 나타냅니다. 호(乎)는 "무엇무엇이랴!", "무엇무엇하랴!" 등의 의미로, 야(也)는 "무엇무엇 하도다", "또한" 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가끔은 주흥사가 천자문을 쓰다 쓰다 언재호야 네 글자를 도저히 못 끼워넣겠어서 그냥 맨 뒤에 우르르 붙여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조사 야(也)는 현대 중국어에서 굉장히 자주 쓰입니다. 보통화에서는 예(yě)라고 읽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또한"의 의미입니다. 친구가 한 말에 "나도 그래"라고 대답하려면 어조사 야(也)를 사용해서 워예싀(我也是, wǒyěshì)라고 하면 됩니다. 며칠 전 버스에서 이 어조사 야(也)를 발견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你也可以讓座(니야가이양좌), 당신(你) 또한(也, 어조사 야) 자리를(座) 양보(讓)할 수 있습니다(可以)라고 쓰여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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