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감사합니다, 손상용 고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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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감사합니다, 손상용 고문님"

홍콩생활 반세기, 살아있는 레전드 손상용 고문 귀국

 

 

‘레전드’. 보통 축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에서 그의 업적이나 영향력이 시대적으로 뛰어날 때 레전드라는 별칭을 붙입니다.


지난주 홍콩 한인사회에서 레전드로 감히 비유할 만한 분이 한국 귀국을 결정하셨습니다.

 

홍콩한인회장(33대, 1984~ 1986년)와 홍콩한인상공회장(2~3대, 1977~1981년), 홍콩한인체육회장(2대), 그리고 한국토요학교와 홍콩한국국제학교 설립에 가장 앞장 섰던 손상용(83) 고문님이 홍콩생활 50여년을 마치고 고향으로 귀국하게 된 것입니다.

 

3년전 팔순을 맞아 교민 원로들의 존경과 축하를 받으며 기뻐했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건강악화로 인해 한국의 요양원 생활을 결정하셨습니다.


60년대부터 한국 무역수출에 중요한 무역 대상국이었던 홍콩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파견됐었습니다. 60년대 한국의 돼지를 배에 싣고 홍콩으로 온 손상용 고문도 그중의 한 분이셨습니다.


손상용 고문님의 삶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인생’이었습니다. 초대 한인상공회 창립에 힘쓰셨고 신년하례식을 최초 거행했으며 현재 ATV 코리안아워의 시초가 된 RTV의 한국방송도 그의 첫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토요한국학교 설립, 한인체육회 창립, 프로축구단 ‘하이펑(海蜂)’ 단장, 전국체전 첫 참가, 한인어린이 엔젤스야구단 창단 등 한인사회의 밑바탕을 직접 몸으로 부딫히며 만들어 내셨습니다.

 

홍콩 한인사회의 기관, 행정, 교육, 문화, 체육 분야에서 손상용 고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는 열정적인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사업 은퇴 후에도 손 고문님은 한국토요학교장을 역임하셨고, 한인회의 교민소식 편집위원으로 오랫동안 집필했으며, 상공회의 상공소식에도 꾸준한 투고로 역사와 한글교육 등에 대한 열의를 보이셨습니다.


팔순이 넘어서도 그는 멋쟁이였습니다. 화이트 자켓을 즐겨 입었고 남에게 의지하는 것은 싫어하셨습니다. 한인사회에서 여러 일이 발생해도 쉽사리 흥분하지도 않았고 쉽게 판단하지도 않았습니다.

 

한인사회의 주요 요직을 다 거친 ‘레전드’는 자신만의 고집스런 스타일을 유지했고, 어디서나 존재감을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홍콩의 웬만한 원로분들도 손 고문님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작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습니다.

 


지난 주 구룡 서라벌 식당에서 한인회와 상공회 고문들이 마련한 송별회는 정말 ‘별들의 잔치’였습니다. 역대 상공회장님과 한인회장님들이 참석해 손 고문님과의 이별을 아쉬워했습니다.


손 고문님은 얼마전 본인의 기억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셨는지, 최대한 말 실수를 안하시려고 한참 어린 아래 사람에게도 존대말을 꼬박꼬박 붙이시며 존칭어를 쓰셨습니다.

 

이날 송별회에서도 오래 전 추억을 함께 하셨던 원로들에게 마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홍콩에서 좀 사신 분들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를 자랑삼아 말하곤 합니다. 처음 정착한 사람 앞에서 10년 된 사람이 우쭐하기도 하고, 10년 된 사람 앞에서 20년 된 사람이 더 오래전 이야기로 은근히 자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손 고문님 앞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조용한 세월속 흐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홍콩의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아 1만명 남짓한 한인사회을 이끌고 밀어주신 살아있는 역사이셨습니다.


몇년 전 팔순잔치 때 손 고문님은 한인사회를 향해 ‘살아있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해외로 나와서 이민사회에 오래 있다보니 사람이 그리운 마음에 학연과 지연을 찾게 되는데, 그런 것이 홍콩한인사회에 벽을 만들기도 한다. 좀더 조화로운 한인사회를 위해서는 이런 것을 버리고 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홍콩 한인사회는 지난 60여년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비해서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안정된 커뮤니티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손상용 고문님과 같은 열정적이고 강직한, 그리고도 헌신적인 분들의 삶을 통해 한인사회의 초석이 다져졌음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고국에서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1932년 1월 25일 일본 고베 출생, 1941년 한국 귀국
1950년 학도특기병으로 한국전쟁 참전,
현재 국가유공자 지정
1953년 군실업팀에서 야구선수로 10년간 활동
1963년 천양산업 입사
1976년 홍콩한국학원 창립 주도
1977~81년 홍콩한인상공회 2대, 3대 회장 역임
1979년 홍콩한인선수단장으로 전국체전에 첫 참가
1984~1986년 홍콩한인회장 역임
1984년 한인리틀야구단 엔젤스 창단, 홍콩리그 참가
1985년 한국정규학교(현KIS) 설립위한 모금활동 시작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봉성주자에 동남아 한인대표로 참가
수상경력 : 동탑산업훈장, 상공부장관 감사장, 외무부장관 표
창장, 대통령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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