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홍콩의 한인 유학생들에게 드리는 조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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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홍콩의 한인 유학생들에게 드리는 조언 1

 

홍콩에 한인 유학생들이 80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열린 한인 대학생 축구리그가 처음으로 열리고, 한인 자원봉사팀도 생길 정도가 되었습니다.

 

작년 10월까지 집계된 한국 유학생들만 820여명(홍콩대 230명, 과기대 230명, 중문대 200명, 시립대 100명, 이공대 60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을 앞두고 홍콩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인턴쉽 학생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여행과 취업 두가지 토끼를 쫓는 워킹홀리데이 참여자들도 올해부터 2배이상 늘어날 예정입니다(200명에서 올해부터 500명으로 확대). 홍콩의 한인을 약 12,000명으로 집계할 때 단순계산으로도 10%가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11년 전 홍콩에 처음 왔을 때 젊은이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교민 자녀들은 미국, 영국, 한국 등 해외로 대학을 진학했습니다. 지금은 꺼꾸로 홍콩으로 유학을 오고 있고, 교민 자녀들도 홍콩 현지대학으로 진학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때문에 유명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홍콩에는 우수한 한인들이 많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저도 유학생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몇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우매했던 학창시절을 뒤집어 생각한 것들이오니 그냥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홍콩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인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엘리트들입니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입니다. 해외로 유학을 계획하다가 홍콩으로 방향을 튼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이미 글로벌 마인드를 추구하는 꿈이 많은 친구들입니다. 본인이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부모님이 그런 분이시겠죠.

 

어쨌든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는 홍콩인과 중국인들도 엘리트라는 점입니다. 홍콩의 교육시스템을 어느정도 들으셨겠지요? 홍콩에서는 중학교 진학 때부터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줍니다.

 

지금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우수했던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중국에서 온 친구들요? 시(市)와 성(省) 단위로 우수한 친구들, 또는 재력있는 가정의 친구들입니다.


여러분은 10년 내에 한국, 홍콩, 중국 그리고 전세계에서 휘젓고 다닐 겁니다. ‘아닐 것 같은데’라고 생각된 친구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모릅니다. 더욱 중요한 건 지금 함께 공부하는 홍콩인, 중국인들이 나중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나온 이후에 이해관계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은 친구가 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홍콩에 온지 11년이 넘었지만 허물없이 가족 모두가 만날 수 있는 홍콩인, 중국인 친구는 부끄럽게도 한 두 가정 밖에 없습니다. 아직 순수한 우정을 말할 수 있을 때, 캠퍼스의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서로에게 배우세요. 평생 갑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세요. 운동의 종류는 상관없습니다. 근육을 기르는 격한 운동이든, 유산소 운동이든, 조용한 요가도 좋고 댄스도 훌륭합니다.

 

무엇이든 몸을 움직이고 활용하는 운동은 반드시 규칙적으로 하길 바랍니다. 육체적인 건강은 정신적인 건강으로 직결됩니다. 외로운 유학생활을 버텨나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홍콩에서는 남녀구분없이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체육 수업을 강조합니다. 여학생들도 농구할때 한 방씩 합니다. 생활체육이 잘 되어 있는 홍콩에서는 운동으로 친구 삼기가 좋죠. 운동을 하다보면 품위가 있는 사람의 운동모습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말이 아닌 작은 행동에서 배려심과 이타심을 발견합니다. 운동은 언어가 아닌, 몸으로 배우는 ‘슬기로운 사회 생활’입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 보면 축구나 농구 경기 중에 홍콩인들은 아주 계산적이고 개인적인 플레이를 합니다. 중국인들도 이타적이지 않고 가끔은 무모한 플레이를 보입니다.

 

중동 출신들은 카운팅할때 거짓말을 잘하고요, 그것을 지적해도 아주 뻔뻔하게 넘어갑니다. 유럽권이나 미국계는 엄청난 우월감을 갖고 내려다 보듯이 플레이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멀리하진 마시고 더 가까이 지내보세요. 그들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면 그 친구들을 받아들이게 되고 여러분은 한 단계 더 넓은 세상을 갖게 됩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여러분께 글로벌 기업에서 가장 요구하는 기본적인 능력은? 한국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이미 영어는 홍콩의 대학에서 공부할 정도면 충분합니다.

 

최근 홍콩의 핫한 주요사업이 금융과 법률입니다. 두 분야 모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직종이죠. 국제금융, 국제법률 시장에서 만나게 될 고객들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글로벌기업 및 글로벌급 인재들입니다.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합니다.

 

외국계 로펌들은 FTA협상 후 한국 법률시장 개방에 맞춰 서울로 파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와 잘 융합될 수 있는 인재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서비스 산업이 발전한 홍콩에서는 언어능력과 다국적 문화권과의 융합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근현대사도 꼭 공부하세요. 동북아시아 현대사에서 한국을 스스로 재조명해 보세요. 한국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특별히 외국계 국제학교를 졸업한 교민 자녀 친구들에게는 고급한국어와 한국 역사, 문화를 배우길 적극 권장합니다.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여러분은 한국어를 잘 해야만 정상적인 한국인입니다. 교민 자녀들 중에는 화려한 스팩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와 융화되지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부족한 한국어 때문에, 어눌한 발음 때문에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SNS나 문자로 대화하던 습관은 줄이세요. 직접 ‘만나서’, ‘얼굴보면서’, ‘몸으로 부딫히면서’ 언어능력을 향상시키시기 바랍니다.

 

오감(五感)을 모두 활용한 대화는 엄청난 정보량을 전달합니다. 오감을 활용한 대화는 가장 정확한 의사를 전달합니다. 영어나 중국어가 부족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시고 직접 부딫히며 언어능력을 향상시키시기 바랍니다.

 

 

손정호 (홍함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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