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홍콩에 없어서 아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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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홍콩에 없어서 아쉬운 것들

 

 

 

 

 

첫번째 가로수


가로수가 없다. 아니 있어도 있다는 느낌이 안들 정도다. 도심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가야 제대로된 가로수를 볼 수 있다. 홍콩공원, 구룡공원에 있는 그런 관광객 사진찍기용 나무들이 아닌 진짜 가로수가 그립다.

 

출퇴근 길에 밟히는 낙엽이 그립다. 다행이 한국 사람이 가장 많다는 타이쿠싱 아파트에도 가로수는 많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시내에 나가면 택시가 쌩쌩 달리는 차도 옆이 무섭다. 그런 차를 겁내지 않고 잘 걷는 홍콩사람들이 신기하다. 사계절 색깔이 다르게 떨어지는 낙엽, 푸르르고 싱그런 잎사귀들이 그립다.

 

여름에는 매미가 찌르렁 대는 소리에 나무 꼭대기까지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플라타너스가 생각난다. 구룡공원의 귀신머리처럼 늘어진 을시년스런 나무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홍콩, 좋다. 하지만 가로수는 많이 아쉽다.

 

 

 

 

 

 

두번째 자전거길


한국에서 살 때나 캐나다, 미국에서 살 때 항상 사이클을 끼고 살았다. 연애를 할 때만 차를 몰았던 것 같다. 그런데 홍콩에서는 자전거길이 없으니 살맛이 안 난다.

 

물론 사틴이나 퉁청에 가면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가지고 거기까지 한시간 가량을 지하철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거기를 벗어나면 속도를 낼 수도 없다. 도심속에 집을 구한 나의 실수도 있지만, 홍콩의 자전거길은 너무하다.

 

 

 

 

 

 

 

세번째 지평선

 

홍콩의 첫 인상은 콘크리트 도시였다. 회색빛 도시. 밤에는 네온사인 불빛으로 가려지지만 어쩔 수 없는 회색도시. 모든 지역이 건물과 건물로 이어져 큰 대지가 있을까 의심스럽다.

 

센트럴 부두 앞과 빅토리아 항 앞 공사지역이 1년동안 보아온 홍콩의 가장 넓은 지역이다. 홍콩에는 지평선이 없다.

 

 아니 있겠지만, 난 아직 보질 못했다. 아쉽다. 숨막힐만큼 달리진 못한대도 그 지평선 앞에 서 보고 싶다.

 

 

 

 

 

 

네번째 패기

 


홍콩 사람들, 패기가 없다. 미안한 말이지만 영국 지배 받아온 티가 난다. 한국은 죽을 고비넘기고 전쟁을 겪어봤다. 내 어릴 적에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경제개혁과 신분탈출 의지력도 배웠다. 군대에서 비롯된 ‘까라면 까’ 문화도 있다.

 

故 정주영 스타일의 ‘해보긴 해봤어?’식의 행동주의적 카리스마도 있다. 한국은 ‘없을 때’ 살아남는 무서운 종족이다. 하지만 홍콩은 선진국형 자본주의로 좋은 경제적 환경을 누려왔지만, 영국령이었기에 주체적이지 못했다.

 

지금은 중국의 눈치만 본다. 한마디로 줏대가 없다. 패기가 없다. 홍콩 남자들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축구하다가 시비가 붙으면 그냥 방방 뛰기만 하고 언성만 높다. 둘 중 아무도 주먹을 날리지 않는다.

 

언제나 계산적이다. 이해타산을 따진다. 중국인보다 더 간교하다.

 

이런 점이 홍콩인과 사업하기 어려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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