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한국 식당 사장님 울리고 울린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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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한국 식당 사장님 울리고 울린 ‘말 한마디’

 

 

 

 

지난 ‘한국 손님 안 반기는 한국 식당들(2014년 2월 26일자 게재)’이란 제목으로 투고한 글에 대해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제가 쓴 글을 읽은 한국 식당 업주들은 한국 손님들이 반갑지 않은 이유들이 분명했습니다.

 

“말이 많다”는 겁니다. 아마 듣기 싫은 말이겠죠. 홍콩 손님들이었으면 안 들어도 되는 말들을 한국손님들에게 들어야 하니 얼마나 짜증났겠습니까. 식당 매출을 떠나서 일을 즐겁게 할수 있게, 또는 짜증하게도 할 수 있는 ‘말 한마디’. 오늘은 말 한마디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분이 있어 다시 한 줄 쓰려 합니다.

 

일반 샐러리맨이었던 김 사장님(가명)은 한국식당을 열고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는 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니 ‘생각보다 너무 쉽다’고 교만한 마음이 들 정도였는데 왠걸, 한두달 지나가니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습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한국인 지인들이 이런저런 조언이라며 해주는 말들이 처음에는 고맙게 들렸는데, 나중에는 그말조차 상처가 되더랍니다. 다른 식당과 비교하거나 내가 아직 할 수 없는 서비스를 해보라, 이래서 아직 멀었다는 둥의 말들이 자꾸 험담하는 것 처럼 들릴 정도였답니다.

 

본인의 스트레스도 있었겠지만 계속해서 평가받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전혀 반갑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분은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뜨거워진 눈물을 참고, 입사이로 새어나오는 욕도 겨우 참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김 사장님은 잊을 수 없는 한 마디가 또 있다고 했습니다. 어렵게 고전하다가 장사가 좀 됐다 싶을 때 쯤이었답니다.

 

주말이면 손님이 밀리기 때문에 테이블 회전률이 빨라져야 매출이 늘어난답니다.

 

그런데 혼자 음식을 드시던 분이 똑같은 음식을 하나 더 시키시더랍니다. 기다리는 손님들도 있고 해서 썩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주방에 따로 얘기하여 우선 해드리라고 말했답니다. 그

 

 분은 그 음식을 하나더 맛있게 먹고서는 계산할 때 100불짜리 팁을 더 주시더랍니다. 그러면서 “한류니 뭐니 그런게 사람 끄는 것 같아? 맛있어서 오는 거야. 맛있어서.” 그리고 사라졌답니다.

 

김 사장님은 그 한마디에 뒤돌아서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저에게 말하는 그때도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그 분의 한마디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격려가 됐다고 합니다. 비교받는데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그때 ‘맛있어서 온다’는 말은 몇 만달러 매상을 올린 것 보다 더 큰 힘이 됐다고요.

 

김 사장님은 여전히 한국 사람이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식당은 자신이 가 봐도 맛있고, 맛없다고 평하는데는 정말 그렇다고 합니다.

 

한국 손님이 식당 매출에는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 없는 일종의 시험이라고 할까요. 김 사장님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기준이 정해진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한국 식당에 관련된 얘기로 시작했지만 같은 한국인으로써, 작은 홍콩 한인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교민들간에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건네면 좋겠습니다.

 

손정호 (홍함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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