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구 트레일 - 인천 첵랍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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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구 트레일 - 인천 첵랍콕




지팡구 트레일 - 인천 첵랍콕

인천신공항에 들어선다. 당분간 다시 찾기 어려운 공항이다. 홍콩의 첵랍콕 공항을 연상시킨다.

1998년 홍콩의 첵랍콕 공항 개항. 그러나 개항과 동시에 화물과 승객이 체(滯)하여 꼼짝달싹도 못하는 대혼란. 붉은 담수어가 살았다는 아름다운 섬, 첵랍콕의 숨은 복수였던가, 아니면 마지막 몸부림이었던가. 2001년 첵랍콕 공항과 여러모로 많이 닮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될 때 인천 첵랍콕이 되지 않을까 하여 많은 걱정들을 했다.

그러나 예상을 엎고 순항을 시작한 인천신공항이 자랑스러웠다. 인천 앞바다 서해안에 거대하게 떠있는 인천공항이 발 아래로 차츰 멀어진다. 좌석 앞의 나비게이트 지도에는 기수가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에서 홍콩으로 가는 경우 한반도의 서쪽으로 꺽어 서해안을 따라 쭉 내려가는 항로였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향한다.

어! 나는 일본으로 가고 있다. 일본이 어딘가. 일본의 옛 이름도 많다. 먼저 부상국(扶桑國)이라는 이름을 눈여겨 보자. 중국 사람들이 동쪽의 봉래산 어디에 있다고 전설처럼 믿고 있는 부상. 요즘 왜곡교과서를 지은 출판사가 바로 후쇼사(扶桑社)이다.

다음 왜국(倭國), 옛날 왜인(倭人) 또는 왜구(倭寇)가 살던 곳이 아닌가. 중국 사람들은 동서남북 소수민족이 출몰하여 골치가 아팠다는데 그 중 가장 시끄러운 종족이 북쪽의 匈奴, 가장 조용하면서 점잖은 종족이 남쪽의 왜구라고 했다.

이때 구(寇)는 소수민족의 다른 명칭으로 만(蠻), 이(夷), 노(奴)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왜(倭)라는 것이 당초 중국의 고문 해석에는 "조용하다"는 뜻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러 민족이 모이는 국제회의에서 일본 사람이 가장 조용하며 "무쿠치"(無口)로 유명하다. 또 왜에 얽힌 이설이 있다.

우리는 왜라고 발음하지만 중국음은 월(越)과 비슷하다. 발음하면 "위에"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지나면서 지금의 상해, 항주 근처의 강국 월이 역사에서 사라졌다.

월과는 견원지간에 있던 오(吳)는, 한말(漢末)의 삼국분할시 손권을 맞이하여 다시 부활하였지만 월은 그 후 역사에서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일본으로 갔다고 한다. 모두 배를 타고 일본에 건너갔다는 것인지. 그래서 일본을 "위에(越)"라고 하고 표기는 같은 발음으로 뜻은 다른 왜(倭)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히노모토(日の本)


일본은 일본이다. 그런데 일본이라는 뜻은 뭔가. 일본 사람은 자신들을 히노모토(태양이 떠오르는 곳)라고 한다. 태양(日)의 근본(本)이다. 이것은 어디서 나온 이름인가. 중국 사람들이 붙인 이름을 일본 사람들이 국호로 정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옛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일본지역을 한데 묶어 동이(東夷)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쪽의 이민족이라는 뜻이다.

진수가 지었다는 역사서 삼국지가 있다. 이 책은 후에 나관중이라는 작가가 소설 삼국지 식으로 설화, 전설 등을 섞어 정사(正史)에는 쓰지 못하는 이야기를 넣어 재미있게 재구성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쓸 때 기본이 된 역사서이다.

삼국지, 즉 촉한(蜀漢), 위지(魏志), 오지(吳志)로, 짧지만 당시 삼국의 역사를 기술하였다.

동이는 삼국중 위국 소속이어서인지 위지에 나온다. 우리도 잘 아는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이다.

중국의 중원에서 바라보자면 해는 항상 동쪽 지방에서 뜬다. 우리나라는 조선이었다. 글자 뜻으로 풀어보면 외국인이 잘 쓰는 morning calm, 또는 morning fresh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보면 아침(東)이 먼저 오는 나라가 조선이고 그보다 더 동쪽 일본은 문자 그대로 해가 뜨는 곳이라고 보았는지 모른다.


/ 글 유주열(수요저널 고문, 전 나고야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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