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병사 군생활수기] 놓칠 뻔했던 내 꿈의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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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병사 군생활수기] 놓칠 뻔했던 내 꿈의 한 조각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것은 내가 일곱 살의 어린나이에 조국을 떠나 홍콩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또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꾸준히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질문이다.

잘 나가는 은행의 자금 및 채권 딜러로서 그 누구보다도 경쟁을 좋아했고, 글로벌 경제위기속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와중 갑작스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군에 입대하겠다던 나의 결정에 대해 주위의 만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남들은 어떤 식으로라도 기피하려 하는 군대를 왜 굳이 가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주위 환경이나 업계 동료들 그리고 다른 영주권자들의 군대 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은 그들만의 커리어 이야기 등에 함께 공감하여 지냈던 적이 있었다.

14년 남짓의 오랜 해외생활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했고, 더군다나 21개월 복무기간의 기회비용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안가도 되는 군대 문제에 대해 속 썩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동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군대에 대한 생각이 보다 구체적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야기 상대였던 친구의 '돈이 목적이 된 삶'과 그 친구 이외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채의 집과 일 년에 한 두 차례 해외여행을 할 수 있든 여유를 인생의 목표로 잡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도 그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무척이나 괴롭게 했다.

재물이나 권력, 이러한 것들을 남들보다 빨리 이루겠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반쪽뿐인 한국인으로 살아가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고민 끝에 인생의 목표를 고쳐보기로 결심했다. 다른 사람의 인생목표와 비교기준이 되지 않은, 진정 나 자신만의 의미있는 인생목표를 설정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다시 삶의 목표를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나 슬픔 등 느낄 수 있는 많은 감정들을 모두 다 만끽하며 사는 것'으로 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목표와 생각을 바꿔보니, 이번에는 군복무가 나에게 더할 나위없는 인생의 기회로서 다가오게 되었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 후 나는 곧장 은행에 사표를 제출하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해줄 틈도 없이 곧장 한국으로 귀국하여 입대를 신청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입대 신청 당시에 영주권자 프로그램 지원자를 모집하는 시기였다.

그리하여 입소대대부터 훈련소까지의 생활을 영주권자 동기들 22명과 함께 하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였으나 모두 다 똑같은 대한의 남아로서 참혹했던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며 슬픔의 눈물을 같이 흘렸고 지금까지 우리의 평화를 위협했던 외부세력에 대해 함께 분노하기도 했다.

혹독한 훈련이 있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깊은 전우애, 그동안 조건없이 누렸던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 오직 군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모든 감정과 생각은 나의 새로운 목표에 한발씩 다가갈 수 있었던 매우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자대에서 이등병 막내로서 하루하루 의미있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중이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했던 나의 군 입대 결정은 오히려 해답을 찾지 못한채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돌기만 했던 내 인생의 목표를 보다 뚜렷하게 확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혹 이후에 누군가각 영주권자로서 군대에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인으로 복무한 것이 매우 자랑스러우며, 군대는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매우 가치 있는 곳이었노라고.

/ 글  이병 이명수 국군심리전단소속 (홍콩영주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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