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在香港 (4) 地大物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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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在香港 (4) 地大物博

東洋과 西洋의 다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사람을 만나는 모습에 있어서 동양은 서양보다 먹는 것이 중심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중국의 경우에도 손님이 오면 음식부터 내 놓는다. 손님접대는 음식이 나와야 된다. 그래서 귀한 손님을 오래 붙들어 두기 위해서는 음식의 코스를 길게 잡는다. 손님은 먹는 것이 끝나면 떠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음식이 끝나서 떠나겠다는 것을 말리기 위해서는 다음 식사를 권해야 한다. 점심에 초대한 사람이 점심식사가 끝나서 갈 준비를 하면 저녁은 어떠냐고 하면서 저녁까지 먹고 가길 권한다. 그 외에도 중국의 언어풍습에 먹는 것과 관련되는 것이 많다. 어떤 집단의 이익을 말할 때도 "밥그릇 싸움"이라고 말하고 직장근무를 "밥그릇 수"로 이해하려고 한다. 먹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죽은 사람도 해당된다. 죽은 사람에게 바치는 제사음식이 대단하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도 사람처럼 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山川에 제사 지낼 때도 음식을 충분히 마련하여 뿌린다. 서양의 종교는 예배·찬양이 중심이지만 중국의 종교 행사에는 먹고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이다. 사람이 나쁜 일을 하면 지옥을 간다는데 지옥보다 더 지독한 곳이 있다. 그곳에는 먹지 못한 귀신(餓鬼)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한다. 먹고 못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한다. 어쨌든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국의 식습관이다. 음식 먹는 것이 하루 一樂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공자님도 일찍이 小人謨食, 君子謨道라고 하면서 먹는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중국 사람들이 옛날부터 마시고 먹는데 끝장을 내는 민족이기 때문에 이런 말로써 사람들을 교육시킨 게 아닌가 생각된다. "술이 못처럼 많고 고기가 숲 속의 나뭇가지처럼 걸려있다."(酒池肉林)라는 말이 놀랍게도 지금부터 4천년 전부터 이미 있었다. 商나라의 마지막 국왕 주왕이 얼마나 먹고 마시는데 주력하다가 나라를 잃었으면 이러한 말이 나왔을까 하고 생각된다. 물론 이는 商을 정복한 周가 그 정복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商의 마지막 왕을 폄하하기 위해서 만든 말인지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백제를 정복한 新羅가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을 3천 궁녀와 연결시켜 정복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과 유사함을 느끼게 한다. 어쨌든 중국을 地大物博이라 하여 이렇게 먹고 마시는 것이 풍부한 것은 중국 땅이 넓고 그 곳에서 나오는 物産이 풍부해서가 아닐까. 중국요리는 재료가 풍부할 뿐 아니라 같은 재료라도 요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요리방법, 요리용기에 따라 그 맛이 각각 틀리기 때문이다. 食 藥 同 源 중국에 와 보면 食藥同源, 또는 食補라고 하면서 음식과 약을 동일시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인지 어떤 때는 음식인지 약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많다. 湯요리는 주방에서 며칠씩 달여서 나온다. 마치 湯藥이 며칠씩 달여서 먹는 것과 비슷하다. 복건성의 유명한 湯요리로 佛跳牆이라는 것이 있다. 문자그대로 채식만 하는 스님이 냄새만 맡고도 절간의 담을 뛰어 넘어가(jumping over the wall) 먹고 싶을 정도로 구수한 탕요리이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불도장은 약식 또는 "미니" 불도장이 많다고 하면서 제대로 된 것은 山珍海味 수 십 가지 재료를 넣어 최소한 3일 밤낮을 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요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각별하다. 그래서 제대로 중국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수적이다. 그 예약이 좌석의 예약 뿐 아니라 菜單(메뉴) 자체를 예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씩 준비해야 하는 요리를 하루만에 제대로 나올리 없다. 또한 요리하는 칼의 종류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페킹덕(북경오리)의 바삭바삭한 껍질은 면도날 같은 칼이 아니면 제대로 썰어낼 수 없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제3의 칼"이라고 부르는 주방용 칼(廚刀)의 중요함이 자주 강조된다. 중국음식에서 고기(肉)하면 거의 돼지고기를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돼지고기보다 쇠고기를 선호하지만 중국은 돼지고기 요리가 많이 개발되어 온 것 같다. 이는 漢族 중심의 농경사회의 중국이 북방 유목사회의 小數民族을 정복하거나 또는 오히려 일부 소수 민족에게 수 백년 정복당하면서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육류는 돼지고기 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소(牛)는 농사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개(犬)도 사냥과 양치는 유목민에게는 가족 구성원과 같아서 식용하기가 쉽지 않아 만만한 것이 돼지였고 돼지는 어디서나 아무거나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주기 때문에 돼지가 육류 공급원 제1호가되었다 볼 수 있다. 그러나 地大物博의 중국에서 실생활과 관련이 없는 동물성 먹거리가 많다. 야생동물 보호단체에서 알면 기겁을 할 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좋은 이름(嘉名)으로 포장하였지만 일반적으로 奇特식품으로 부르는 야생동물은 요리하기 전에 살아있는 실물을 손님에게 보여주는 곳도 있다. 거북이는 甲魚, 개구리는 田鷄, 개고기는 香肉, 뱀은 龍으로 부르고 뱀과 고양이 고기를 섞어 만든 요리는 용과 호랑이의 싸움(龍虎鬪)라고 이름 짓고 있다. 하여튼 재료에 관계없이 뭐든지 맛있게 요리해서 사람의 혀 끝을 즐겁게 해주는 중국의 요리사는 인류에 기여한 바가 크다. 누구는 중국의 3대 발명으로 화약, 종이와 함께 "딤섬"(点心)을 집어넣는다. 딤섬은 중국요리사가 만든 최대의 발명품이다. 이렇게 만들게 될 때까지 중국 요리사의 피나는 노력의 결정으로 보인다. 중국의 역대 왕조의 주방장은 장관급으로 대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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