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사학자들은 아편전쟁은 영국과 중국과의 전쟁이라기보다 怡和洋行으로 대표되는 아편무역상인들과 중국과의 전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전쟁에 이긴 아편무역 상인들은 영국정부의 승인도 나기 전에 당시 상무감독 엘리오트(C. Elliot)를 설득하여 당장 급한 아편 보관 창고(godown)를 지을 땅을 중국으로부터 빼앗아 내도록 한다. 당시 홍콩은 마카오와 반대편에 있고 캔톤과는 거리가 있지만 언젠가 개방될 중국대륙을 생각한다면 당시의 홍콩 만한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대륙에는 바다같은 양쯔강이 버티고 있고 그 河口인 上海와 무역의 중심지인 캔톤 사이의 홍콩섬을 골라냈다. 그리고 홍콩섬은 珠江의 황토물이 흘러 들어오지 못하니 수심도 깊어 앞으로 수송에 불가결한 대형 선박의 정박도 가능해 보였다. 동인도 회사의 船 로 근무한 자딘 회장은 수십년 전부터 수심측량의 핑계로 이미 중국연안을 탐사해 놓은 영국의 동인도회사 海圖를 이미 쥐고 있었던 것 같다.
아편무역상인들의 성화로 중국과 전쟁을 하게 된 영국정부는 아편전쟁을 통해 중국을 본격적으로 개방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영국정부는 홍콩보다 上海 앞바다의 舟山섬을 더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딘 등 아편무역상인들은 본국 정부의 원대한 계획을 알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나중에 정부가 할 일이고 우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홍콩섬이었다. 그 섬이 "바위뿐인 쓸모 없는 무인도"라 해도 상관이 없었다. 캔톤에서 쫓겨나 주강 여기저기에 떠 있는 아편 船上倉庫를 어딘가 안전한 육지에 모아 두는 것이 급선무이기도 했다.
결국 怡和洋行 등의 간청으로 본국 정부승인 없이 홍콩섬 할양 정도로 전쟁을 끝낸 엘리오트 상무감독관은 나중에 런던으로 문책 소환되고 당시 사람 살기 어려운 미국에서도 오지인 텍사스로 쫓겨간다. 아편무역 상인들은 그런 것에도 아랑곳없이 새로이 받은 섬의 중간에 창고도 짓고 타운을 만들어 포르투갈령인 마카오에 엉거주춤 있던 사무실을 모두 옮긴다. 타운 이름, 타운 뒤에 솟아 오른 바위산의 이름, 그리고 타운 앞 바다의 이름도 그들이 존경하는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모두 가져다 부친다.
벤쳐타운 : 홍콩
어떤 사람들은 인도의 캘거타가 동인도 회사의 타운이었다면 홍콩은 전직 동인도회사 직원들이 벤쳐정신으로 회사를 뛰쳐나와 만든 뉴타운으로 비유한다. 당초 영국 동인도 회사가 캘거타와 캔톤(廣州)을 오가며 대중국무역을 독점하여 돈을 벌어 런던으로 보냈는데 동인도 회사를 나온 젊은 벤쳐 자유상인들은 아편거래로 잡은 거금을 벤쳐캐피탈로 삼아 홍콩에 벤쳐타운을 세웠다는 것이다. 아편이라는 아이템 하나로 출발한 벤쳐상인들이 홍콩을 건설하여 茶葉, 실크 등으로 대중무역을 확대, 거대한 중국시장에 진출하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50년의 영화를 누리어 왔고 주권을 넘겨주고도 앞으로 50년간 영화까지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수많은 벤쳐 洋行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라지고 몇 개는 묘비명처럼 아직도 이름만 홍콩거리에 남아 있다. 그러나 怡和만이 벤쳐 洋行의 노블하우스로 아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즈웨이배이의 요트하버에서 구룡쪽을 바라보는 지점에 조그마한 포대가 있다. 남중국 해안에서 만나기 쉬운 녹슨 철포가 아니다. 반짝거리며 지금도 쏘면 포탄이 날아갈 것 같은 現役포대이다. 이른바 午砲(noon gun)다. 怡和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午砲는 한때 만선으로 돌아오는 무역선을 축하해주기 위한 축포였다고 한다. 怡和의 배가 들어올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마구 쏘아대어 시민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도 총독은 어쩌지 못하고 애만 태웠다고 한다. 나중에는 砲를 쏘려면 점심시간에만 쏘아달라는 총독의 간청으로, 砲는 정오에만 쏘게되어 noon gun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홍콩에서 怡和의 권세를 짐작케 하는 사건이다.
또 하나 怡和의 상징은 회사상표(trade mark)이다. 뭔가 빨간 꽃을 싸고 있고 그 아래 Jardines 라고 표기된 회사마크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아편 꽃(앵속화)을 자딘이 두 손으로 잘 에워싸고 있는 모습으로 착각하게 된다. 한 때 아편망국의 중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 회사가 怡和고 망국 아편을 감싸고 있는(?) 그 怡和의 상표를 무엇보다도 싫어했다고 한다. 그런데 怡和洋行의 설명에 따르면 삼각형의 빨간 꽃은 영국에 편입되기 전의 스코틀랜드 왕국의 國花로 초여름 바람 많은 스코틀랜드 들판에 흐들어지게 피는 엉겅퀴 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시 많은 엉겅퀴 잎사귀가 꽃을 싸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 ]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