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골동품은 100여년 전 북경의 황궁을 점령한 영·불 등 8국 연합군의 장병들이 빼앗아 온 황실물건을 귀국에 앞서 들린 홍콩에서 술 값 대신 내놓은 물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홍콩의 골동품은 부피가 큰 古家具보다는 휴대 간편한 악세사리 등이 주종을 이루었다고 한다. 太古트레일은 미네랄 워터와 샌드위치가 따로 필요 없다. 여기 저기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든지 쇼핑객이 내려다 보이는 투명 엘리베이터로 G층까지 내려오면 먹자골목이 나온다. 패스트 훗의 브랜드는 모두 모여있다. 맥도널, 켄터키후라이드 치킨 등등. 중국식 패스트 훗도 브랜드마다 모여있다. 이 곳에는 저렴한 가격과 맛의 안정성 때문인지 항상 만원이다. 특히 일요일은 필리핀 가정부로 자리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동쪽으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괜찮으면서 대중적인 각국의 특색을 살린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그 곳에서도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으면 쇼핑몰 위에 우뚝 서있는 호텔로 찾아가면 된다. 복장을 별로 따지지 않고 최고급 음식을 제공하는 호텔 레스토랑도 있다. 이 것 저 것 전문점에 싫증이 나면 백화점도 있다. 홍콩의 백화점이라면 역시 Lane Crawford를 빼 놓을 수 없다.
홍콩은 국제도시로 홍콩 자체 브랜드가 귀하지만 Lane Crawford는 1850년경 런던과 홍콩을 오가는 선박의 선상용품 중심으로 창립된 순수 홍콩 백화점이다. 홍콩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Lane Crawford는 창업 100년 후 카나다인 Thomas Wheelock가 세운 Wheelock사에 의해 합병된다. 그 후 Wheelock사는 세계적 선박왕 包玉剛의 棄舟登陸이라는 업종전환 대상에 걸려 지금은 包씨 집안의 소유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홍콩의 명문 백화점으로 손색이 없다. 太古광장의 Queensway街측 1, 2층을 터서 만든 백화점은 홍콩사람들이 즐겨 찾는 쇼핑센타이다. 또 하나 일본의 세이부(西部) 백화점이 홍콩의 서쪽이 아닌 中心部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급백화점이라기 보다 중산층이하를 상대로 하는 대중백화점이지만 홍콩에서는 홍콩거주 일본사람들을 주고객으로 하다보니 서민용 백화점이라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일본 동경에서 1920년대 철도의 민영화 시절에 동경의 동북 쪽 교외철도를 불하 받아 운영하는 東部(도부)철도와 서남쪽 교외철도를 중심으로 하는 西部(세이부)철도라는 민간철도회사가 있었다고 한다. 東部는 지금도 철도운송 이외는 별 유명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세이부는 백화점 유통업계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을 하였다고 한다. 세이부는 야구단도 조직하여 프로야구의 중심구단이 되어 있다. 세이부 야구단이 일본 리그에서 우승하면 그날은 바로 세이부 백화점이 big sale을 하는 날이다. 세이부 백화점의 물건을 정기세일기간이 아닐 때 싸게 사고 싶으면 세이부 야구단을 응원해야 한다. 정기세일 때는 재고 정리하느라고 잘 팔리는 물건은 별로 없고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주로 내놓는 바람에 "좀 그렇다"는 기분이 들지만 세이부 야구단이 우승했을 때의 sale은 정말 "기분이다" 하는 식의 sale이므로 있는 그대로 상품과 상품 그 가격에서 30-50%씩 바로 깍아준다고 한다. 세이부 야구단이 우승할 것 같으면 야구경기보다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사람들이 흥분하고 아침부터 인근 세이부 백화점에 몰려갈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홍콩에는 그러한 "재미"가 없다. 이러한 세이부 백화점이 홍콩에 지점을 내었다. 홍콩에는 미쯔꼬시, 다이마루, 소고 등 일본의 주요 백화점이 모두 나와있다. 한 때 홍콩 돈의 절반은 일본 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자가 싼 일본 돈이 홍콩에 많았고 돈 따라 일본 사람도 홍콩 진출이 많았다. 거주교민의 숫자도 우리교민의 숫자보다 훨씬 많지만 경제몸집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의 10년간을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볼 정도로 일본은 부동산의 거품이 빠진 이후 경제침체가 심각하였고 부동산을 기반으로 일본경제의 기반도 흔들렸다고 한다. 특히 부동산의 담보로 가능했던 은행의 대출방식은 부동산의 평가절하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일본은행의 경영도 악화되었다고 한다. 홍콩의 일본계은행은 자체구조개혁과 건실 경영을 위해 홍콩에 나와있는 대출금을 차츰 회수해 간 것이다. 돈 따라 나왔던 일본 사람들도 돈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된다.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던 일본학교 인근 아파트는 텅텅 비게 되고 일본학교의 생도수도 대폭 줄어든다. 고객이 빠져나가므로 일본의 백화점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다이마루가 닫고 미쯔꼬시가 닫을 형편이다. 그러나 자체건물을 갖고 있는 소고는 계속 버티고 일본유수 재벌기업의 세이부도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 같다. 太古광장의 세이부가 문을 닫는다면 太古광장도 영향이 클 것이다. 우선 그 많이 뿌려진 세이부의 상품권을 교환하기 위해 몰려들 인파 때문에 金鐘일대는 교통이 마비될 지도 모른다.
太古트레일에는 극장이 많다. 시간마다 상영하는 외국직배 영화는 비싸지 않다. 특히 매주 화요일은 할인제도가 있다. 太古트레일은 太古광장에서 지하철을 타고가면 太古城(타이꾸싱)까지 연결된다. 太古城은 지금도 糖廠街라는 거리 이름이 남아 있는 옛날 설탕공장(Tai-koo Sugar Ltd.)과 그후 설립된 조선소(Tai-koo Dockyard Ltd.)를 매립하여 만든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이다. 文字그대로 Swire City이다. 太古광장(Pacific Place)에서 시작한 太古트레일은 太古城(타이꾸싱)에서 끝나지 않는다. 太古의 항공기 Cathay Pacific은 세계를 나르고 있고 太古설탕은 전세계 백화점 식품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