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모 주재원 부인은 년초 사교모임에 갔다가 행운권으로 비행기표를 탔습니다. 그러자 사회자가 노래를 한 곡 불러야 비행기표를 주겠다고 농담을 하고는 호출된 남편조차 노래를 안 하자, 부부끼리 히프로 「활」자를 그려보라는 등의 요구를 했습니다. 본인이 노래를 안 했다고 해서 당첨된 비행기표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A 필자가 여러 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만, 우리 한국인들은 다른 민족과 유달리 타인에게 노래와 술을 강요합니다. 노래와 술은 자신이 좋으면 하는 것이고 싫거나 자신감이 없으면 당연히 안 해도 그만인 것입니다. 강요될 수 없는 인간의 특권이지요.
위 해프닝을 계약법 적으로 분석하면 당연히 노래 거부나 우스개 행위 거부를 했다고 해서 비행기표를 몰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럴 계획이 있었다면 초청장에 당첨자는 어떤 행위를 만족해야 계약이 성립되어 상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었어야 합니다. 어떤 여자는 자신이 당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시키는 것이 겁이 나서 무대에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단체는 행운이 있어 당첨된 그 여자와 소위 말하면 계약을 파기한 꼴이 됩니다. 이런 풍습은 당연히 없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설령 재미로 시작되었다고 할지라도 싫다는 사람에게 강요한다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인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T.V.에서도 무례한 행동이 T.V.에 비치면 빗발치듯 항의 전화와 e-mail이 들어옵니다. T.V.내 게임 쇼 중에서 모 탤런트에게 독한 술과 마늘 쥬스를 한 사발 먹도록 강요했다가 거센 항의가 들어오자, 이런 무리한 요구는 앞으로 하지 말자고 방송국에서 결정했다고 합니다. 가학적일 수 있는 소재로 웃음을 유도하는 것은 구세대 방법입니다. 개인적인 정신을 존중하는 세대에서는 좀더 신중한 방법들이 유도되어야 합니다. 노래는 본인이 흥이 나야 하는 것이고 술도 능력이 있어야 마시는 것입니다. 게다가 여러 사람 앞에서 바보스러운 행동을 요청하는 것은 타인의 위엄성과 지적 수준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오재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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