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새 아침, 홍콩무역관장에게 들어본다 - '틀'과 '흐름'의 변화를 읽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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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새 아침, 홍콩무역관장에게 들어본다 - '틀'과 '흐름'의 변화를 읽어야 산다.

새 천년이 밝았다. 국내 주요기관들은 금년도 우리나라 무역수지흑자 규모를 US$ 100-130억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수출도 늘지만 내수호조에 따라 수입도 증가해 무역흑자는 최근 3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이란 얘기다. 대홍콩 무역흑자 US$ 100억 기대 그러나, 올해 홍콩시장에선 지난해 하반기이후의 수출회복세가 지속되고 특히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등 정보통신관련 제품이 호조를 보여 '97년 기록했던 무역흑자 US$ 100억을 다시 한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새 천년의 첫 해에 우리의 기대가 더욱 큰 것은 대내적으로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되었고 대외적으로 홍콩과 중국이 깊은 불황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예상되는 중국의 WTO가입이 우리 수출의 숨통을 터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자뭇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 올 한해 홍콩과 중국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수년간 최대의 화두로 등장할 중국의 WTO가입은 우리 기업에게 기회와 동시에 거센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측에서 볼 때, WTO가입은 '79년에 비견되는 제 2의 혁명이자 최대의 시험장이다. 제 1의 혁명인 '79년 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될 때, 20년 후 중국의 변화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제 2의 혁명인 WTO가입이후 중국의 환경변화도 단순한 시장개방 차원을 넘어선 거대한 지각변동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밀접한 연계성을 감안하면, 홍콩시장의 변화는 더욱 예측불허다. 우리의 구조적 문제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의 대홍콩 수출은 어쩌면 중국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보다는 일단 팔고나면 그만이라는 식이었고 대중국 수출은 가공무역기업용 원자재 수출이 주류였다. 취약하다 못해 위험천만한 수출구조다. 원화환율이 내려가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었고 중국의 가공무역 보증금제도가 정착되지 않고 표류하자 중국 투자기업들은 비용상승을 걱정해야 했다. 또, 중저가 위주의 상품에 치중하다보니 우려했던 '가짜' 한국산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 쇼핑가인 침사추이 일대에서 한국 의류가 인기를 끌자 중국 광둥성에서 만든 '가짜' 한국 옷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와 품질중심의 일본 제품은 어떠한가? 지난 해 엔고의 영향으로 홍콩에서 판매되는 일본 승용차의 가격은 차종에 따라 10-20% 씩 상승했다. 수 많은 일본차 대리상들이 판매부진을 우려했지만 아직도 홍콩 소비자들은 자동차하면 여전히 일본산을 꼽고 있다. 대외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나 우리의 전략은 변한게 없다. 지금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계량적 추측에 의존한 수출목표 관리가 아니라 객관적 상황인식에 근거한 전략수립이다. 홍콩의 경기회복과 중국의 WTO가입이 시장기회를 확대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틀'과 '흐름'의 변화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틀'의 변화는 구조의 변화다. '틀'의 변화는 양적팽창이 아니라 구조적.제도적 변화다. 올해부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국과 홍콩의 '틀'의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90년대 초 급속한 양적성장 정책을 추진한 후유증으로 연간 20%에 육박하는 악성 인플레를 경험해야 했다. WTO시대를 맞아 수입문호를 개방하고 법적.제도적 정비에 나서야 하는 중국의 선택은 고성장에 집착해 자칫 인플레를 재발시키기 보다는 구조개혁에 치중할 것이다. 이는 다시말해, 중국이 점차 불황을 벗어날 것이라고는 하지만 수입과 밀접하게 연계된 내수부문의 부진이 단기간내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홍콩과 중국의 富의 불균형 심화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홍콩에선 아시아 외환위기이후 월소득 HK$ 3,000(US$ 390)이하의 최저소득 계층이 70%나 증가해 '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에선 전체 예금주의 8%가 국민저축 총액의 60%를 갖고 있으며 45%의 절대다수가 보유한 예금액은 3%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내수부문이 극적으로 풀리지 않으면 홍콩 내수시장 역시 급속히 해빙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다른 측면의 '틀'의 변화는 화남경제권의 핵심지역인 珠江三角洲의 구조적 변화다. 주강삼각주는 경제일체화로 일일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는 홍콩과 선전, 마카오와 주하이를 비롯해 둥관, 판위, 순더(順德) 등 주요 공업도시가 위치하며 동남아 화교권 전체가 만나는 곳이다. 주강삼각주의 구조적 변화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20년간의 개혁개방정책 결과로,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小중심 도시가 다수 생겼고 이들 小중심 도시가 이제는 중국경제에 있어 하나의 大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어디를 둘러보아도 이 같은 거대 경제권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주강삼각주 진출전략도 홍콩, 선전, 주하이 등 개별시장에 대한 접근보다는 올해부터 광둥성 주강삼각주 전역에 걸쳐 예상되는 '틀'의 변화 즉, 이 지역 경제일체화의 움직임에 착안해야 할 것이다. 주강삼각주 일체화과정에서는 홍콩과 선전이 주강삼각주 동부지역을 형성하고 마카오와 주하이가 서부지역을 형성하며 동부와 서부를 잇는 거점은 주강삼각주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홍콩이 될 것이다. 아시아 외환위기이후 심한 불황을 겪었던 홍콩은 자구노력의 하나로써 선전과의 역할분담을 통한 공동발전노력을 강화하고 있고 마카오 반화이후에는 그 노력의 범위가 주강삼각주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WTO가입후 중국의 대외 직교역 비중은 날로 높아지겠지만 아직은 열악한 인프라시설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당분간 홍콩의 역할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흐름'의 변화는 상품이동의 변화다. '흐름'의 변화는 상품이동의 변화다. WTO시대 중국과 홍콩시장의 상품이동과 수요는 양적인 측면에선 분명히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중국의 수입상품 구조는 큰 변화를 보일 것이며 홍콩의 대중국 재수출 상품구조도 그 변화의 흐름속에서 움직일 것이다. 외국기업들의 대중국.홍콩진출도 보다 확대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인식에 기초한 우리의 진출전략은 상품 하나 더 파는 것보다는 수출할 상품과 현지 투자진출할 상품을 분명히 구분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수출경쟁력을 갖춘 정보통신제품은 품질개선과 시장개척 노력에 주력해야 하겠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상품은 시급히 현지 투자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하겠다. 섬유류의 경우, 이제 중국과 홍콩시장에서 수출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은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다자간 무역협상인 WTO체제에서는 가격덤핑을 통한 밀어내기식 수출여건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다만, 중국의 수입제한 품목을 취급하는 기업이라면 가공무역기업 정책이 여전히 정착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별도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자 : 홍콩은 역시 홍콩이다 최근, 우리 업계와 언론의 주요 관심사는 중국 華東의 중심지 상하이가 수년내 홍콩을 앞지르고 홍콩의 영원한 宿敵, 싱가포르도 조만간 홍콩을 추월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향후 단기간내 중국진출의 전진기지로써 홍콩의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현재 중국의 개발전략은 어느 한 지역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다른 지역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點-線-面'의 전략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지역의 발전경험과 성과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상하이가 화동지역의 개발을 이끄는 거점지역이라면 화남지역 내지는 주강삼각주의 발전을 이끄는 거점은 단연 홍콩인 것이다. 중국은 세계 유일의 1국 2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다. 홍콩과 상하이의 대내외 위상에 있어서도 어느 하나를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대내적 물류거점과 개혁개방의 대외홍보 측면에서는 상하이의 효용가치가 높겠지만 세계와의 교류 내지는 실제 富의 창출이란 측면에서는 단기간 홍콩을 대신할 代打가 없는 것이 중국의 현실인 것이다. 지리적으로 먼 싱가포르가 홍콩을 제치고 중국시장진출의 거점도시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현실과 괴리감을 가진다. 우리의 시장진출 전략도 중국과 홍콩의 개발전략과 그 맥을 같이 해야하며 나아가 재원과 인력이 한정된 우리 기업으로서는 각 지역에 분산된 사업망을 운영하기 보다는 전략중심지역의 역량을 배가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일 것이다. WTO가입 초기에 중국과 홍콩시장의 변화는 양적변화가 아닌 질적.구조적 변화일 것이므로 우리기업은 이러한 '틀'과 '흐름'의 변화에 재빨리 대응, 기업의 특성에 적합한 진출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KOTRA 홍콩한국무역관장 성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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