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인터뷰] 가정부와 잘 지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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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인터뷰] 가정부와 잘 지내나요?

[[1[[수널 : 가정부가 있으신가요? 고용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김정희(가명, 맞벌이주부, 홍콩거주 8년차 교민) : 상주하는 가정부가 있어요. 현재 있는 가정부가 5번째인데, 필리핀 사람이고 나이는 40대 초반입니다. 저희는 잘 알고 지내던 필리핀인이 경영하는 작은 에이전시를 통해서 지금의 가정부를 소개받았어요. 최영민(가명, 맞벌이주부, 홍콩거주 4년차 교민) : 상주 가정부가 있습니다. 필리핀인이고, 함께 지낸 지는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나이는 30대 초반이예요. 저희도 에이전시를 통해서 고용하였습니다. 유지연(가명, 미혼 직장여성, 홍콩거주 3년) : 저는 아직 미혼이고, 가정부는 없어요. 하지만, 나중에 이곳에서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계속 한다면, 가정부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민정(가명, 주재원 주부, 홍콩거주 1년반) : 파트타임으로 가정부를 쓰고 있어요. 주재원으로 홍콩에 이주하게 되면서 그 전에 가정부에 대해서 조사를 했었고, 홍콩에 와서 다른 주재원 가족들의 소개로 파트타임 가정부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수널 : 가정부와 사이는 좋은가요?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하던데... 최영민 :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어요. 다행히 가정부가 착하고,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저희 아이와도 잘 지내요. 가정부도 필리핀에 자식들이 있는데, 자기 아들처럼 저희 아이를 아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죠. 처음에 가정부가 집에 오고, 익숙하지 않았을 때는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제가 직장을 다니고 늦게 들어가거나 하면, 실질적으로 가정부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사람은 저희 아이잖아요. 지금 9살인데, 장난도 많고, 산만하기도 하고, 공부도 봐줘야 하고,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아이도 가정부를 잘 따르고 크게 문제를 일으키거나 했던 적이 없어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김정희 : 지금 가정부 이전에 있었던 가정부들이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어요. 처음에 에이전시를 통해서 데리고 왔을 때는 일도 잘 할 것 같고, 제가 하는 이야기도 잘 듣고, 잘 따를 줄 알았는데, 저희 집에 온지 일주일 정도 되어서 갑자기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막 우는 거예요. 너무 황당하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달래고, 필리핀에 있는 집에 전화도 좀더 자주 하게 하고 그렇게 나름대로 신경을 썼는데도, 나중에는 점점 더 심해지더니 자기를 필리핀 집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하는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죠. 이걸 신고를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보냈어요. 정말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일주일 사이에 저렇게 변할 수 있나, 내가 뭘 잘 못 해줘서 그런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좀더 철저하게 사람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있는 가정부는 1년 정도 되었는데, 크게 말썽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은 식비를 따로 계산해서 주지 않고, 그냥 집에 있는 음식을 먹게 하거든요. 아, 음식도 저는 가정부에게 맡기지 않고 주로 제가 하는 편이예요. 아무래도 한국음식이 익숙하지 않고 조리법도 잘 모르는데다가, 왠지 음식은 제 손으로 해서 가족들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식은 예전 가정부들에게도 맡기지 않았어요. 이민정 : 제가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 저희는 파트타임으로 가정부를 쓰는데 일주일에 3번 정도 와서 일을 도와줘요. 그런데, 집에 같이 살지 않고, 드문드문 만나서 그런지 성의껏 일을 해주는 것 같지 않아요. 한번은 제가 외출할 일이 있었고, 가정부에게 화장실 청소를 좀 깨끗하게 한 후에 강아지 데리고 나가서 산책시키고, 아이 셔틀버스 오는 시간 맞춰서 데리고 들어오라고 시간까지 자세하게 알려줬어요. 근데 제가 집에 가니까, 화장실은 대충 휴지만 정리한 것처럼 수건이나 다른 샤워용품들이 정리 되어 있지도 않고, 아이만 혼자 집에 와 있는 거예요. 저희 딸이 10살인데 바로 집 앞에서 셔틀버스가 서니까 혼자 집에 올 수는 있었어요. 근데 제가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자기 혼자 돌아다니는 걸 생각하니까 그때 정말 너무 기가 막혔어요. 이 아줌마가 어디 갔나 싶어서 막 화도 나고 또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그러면서 자기 퇴근할 때쯤 다시 들어왔어요.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다가 자기 고향 친구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 하느라고 늦었다면서, "아임 쏘리" 이러고 말아요. 너무 화났지만, 그래도 참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차분하게 이야기 했죠. 그런데 나중에 다른 주재원 가족들 만나서 이야기 하니까, 그런 경우 무조건 크게 야단치고 화를 내야지 안 그러면 다음에 또 그런다고 그러더라구요. [[2]] 수널 : 어떻게 하면 가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 할 수 있을까요? 김정희 :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잘 해주면 기어오르죠. 하하하. 그게 필리핀의 민족성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정말 그런 경우 많이 봤어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무슨 일이든지 시키는 대로 잘 할 것 같아요. 원래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잖아요. 그래서 잘 해주고, 시키는 것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가정부들이 변하는 건지 점점 자기들의 요구 사항들이 많아지고,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핑계를 만들고,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그런게 눈에 보이죠. 필리핀 고향에 있는 부모, 혹은 친척이 아프다고 돈을 요구할 때도 있고, 집안일도 깨끗하게 잘 하지 않고, 젊은 애들은 주말에 나가서 남자들 만나느라고 정신없고, 어떤 집은 바깥 아저씨가 말을 하면 듣는데, 아주머니가 얘기하면 들은 척 만 척 하는 집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물론 영어나 광동어도 서툴고, 필리핀어는 말할 것도 없이 못해서 의사소통이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집안의 주인이 이야기 하는데 그런 식으로 대하면 진짜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약이 오를 때도 있죠. 유지연 : 저도 이런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들어서, 나중에 가정부를 쓰게 될 일이 있으면, 필리핀 사람보다는 태국이나 네팔 사람들을 쓰고 싶어요.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은 필리핀 사람들보다는 순수하고 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영민 : 홍콩에 나와 있는 가정부들 대부분이 홍콩정부의 허가를 받고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고, 우리는 그들을 고용하는 거니까, 인격적인 모독이나 혹은 "하인 다루듯이" 대하면 안 되겠죠. 종종 홍콩 신문에 보면, 가정부를 구타하거나, 말도 안 되는 적은 임금을 주면서도 도망가지 못하게 거의 감금시키거나 하는 홍콩 현지 가정들의 사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잖아요. 제 생각에는 문제가 일어나는 건 어느 누구 한쪽의 잘못으로 판단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가정부를 고용하는 것은 정당한 임금을 주고 우리 집의 일을 시키는 것이고, 그들이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명확하게 구분해주고, 처음과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처음에 정말 따끔하고 엄하게 야단을 쳐서 다시는 더 이상 정해놓은 경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가정부를 고용할 때도 에이전시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좀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조사하거나, 주변의 아는 분들을 통해서 자신의 집에 잘 맞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이민정 : 제가 가끔 가정부 때문에 속상해할 때 한국에 계신 저희 어머니가 저한테 "없는 것이 제일 편한 것이다"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제가 집안일을 혼자 다 했으니까, 가정부 때문에 속상하거나 그럴 일이 없었죠. 그런데 홍콩에서 아이들을 혼자 두고 외출하거나 그럴 경우 등이 생기니까 가정부를 쓰게 되었고, 물론 제가 해야 하는 집안일들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에 비례해서 가정부에 대해서 신경 써야 할 일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여기서 맞벌이를 하는 주부들은 물론 아이들 때문에 전적으로 가정부가 있어야 하겠죠. 제 생각에는 가정부들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없는 건 맞잖아요? 최소한의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그 사람들이 일을 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가끔은 이 사람들도 자기네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측은하기도 하죠. 근데, 이런 마음을 이 가정부들은 도대체 알아주기나 할까요? 호호호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사람과 한 집에 산다는 것은 모험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정부와 주종관계의 틀을 갖고 있는 홍콩문화에 이미 길들어 있는 가정부들은 인정 많은 한국 사람들을 우습게보고 이용하는 경우도 간간히 들린다. 홍콩에서 가정부와 올바른 관계를 갖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습관과 문화를 이해하려 들면 그들에게 휘둘리게 될 수 있고 고용주와 고용인의 냉정한 관계로만 지내기엔 한 집에 살면서 겪어야할 불편함이 적지 않다. 서로간의 신뢰가 깨져 가정부와 올바른 관계를 갖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교민과 주재원 가정들도 있을 것이다. 홍콩 새내기들일 경우 어려움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원칙과 인정, 이 둘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피차간에 원만하고 기분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필히 터득하리라 믿는다. 이번 주 길거리 인터뷰가 가정부들 때문에 속상한 기억이 있는 우리 동포들의 닫혔던 마음을 풀어주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사람 살아가는 풍경은 어디나,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라는 여유로운 생각 끝에 인간관계에 대한 지혜가 발산되는 게 아닐런지. 경정아(수요저널 리포터) jak@wednesday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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